영화 보면서, 팝콘 대신 브로콜리를 간식으로 먹는 세 살.
우리 가족 중에 혼자 저랬다. 신기해.
첫 아이는 사탕, 초콜릿은 늦게 먹이려고, 잘 안 주긴 했다.
이모님이 입가심용으로 갖고 다니시던 홍삼 젤리가 유일한 일탈이었을 거다.
할머니의 인삼 젤리로 다져진 아이의 입맛인 걸까. ㅎ
어린이집에서 과자 파티 할 때, 우리 아이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뻥튀기를 갖고 갔다.
- 나중에 어린이집 사진을 보니, 우리 아이는 혼자 뻥튀기 먹고, 다른 애들은 빼빼로니 칸초니 나눠 먹더라.
(친구들이 자기한테는 아무도 달라고 안 했다고; 영문을 몰랐겠지 그때는, 무안했겠다 ^^;)
어린이집에서 아이 입맛은 어차피 버려진다지만, 우리 아이 입맛은 그곳에서도 그렇게 살아남았다.
슈퍼 가면,
수아 : 엄마 ~ 과자 사줘 (여느 애들처럼)
엄마 : 그래, 골라서 갖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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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 엄마, 갖고 왔어. 약과. (할머니처럼;)
오이 먹을 때,
수아 : 아, 연근 생각난다, 연근 먹고 싶다 ~
(오이 씨 있는 부분이 연근 구멍 뚫린 거랑 비슷했나 보다, 어떻게 거기서 그게 보이니. ㅎㅎ)
마트 갔을 때,
수아 : 아, 파 보니까 설렁탕 먹고 싶다 ~
(엄마가 그래, 마흔 살 정도 되면 그래, 수아야. ㅎㅎ)
여름 팥빙수
수아 : 엄마, 난 팥빙수에서 팥만 먹고 싶어
(ㄷㄷㄷ 이거야말로 할머니 징조가 아니던가; ㅎ)
이제는 초등학생이라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어린이 식성은 아니다.
(나이 들수록 식성은 젊어지는 중 ㅎ)
삼겹살 집 밑반찬으로 아스파라거스를 먹은 이후로 계속 아스파라거스 추가 주문만 외치는 아이
-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으.. 마트에 판매하는 아스파라거스 한 팩은 혼자서 뚝딱이다. 아스파라거스 머리 부분이 특히 맛있다고 강조하는 아이 ; 프랑스는 채소가 싸서 참 다행이다 ~ ㅎ
프랑스 오더니, 치즈도 레벨업 해 버렸다.
- 한국에서는 동원체다치즈 같은 것만 줬었는데 치즈의 맛을 이미 알고 있을 줄이야?
처음엔 모짜렐라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싫다는 거다.
- ? 그게 향도 없고, 제일 무난한데, 그럼 치즈는 아예 못 먹겠네, 했지만 내 착각이었다. ㅎ
마트에서 시식 중인, 이름도 처음 보는 꼬리한 냄새의 치즈가 너무 맛있다며 카트에 집어넣는다.
그 이후로 하드 치즈에 꽂히셨다는 최근 업데이트를 전하며, 새로운 입맛의 발견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