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7. 사진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풍경을 보았을 때,
고민했다. 사진을 찍고 갈까 그냥 지나칠까.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 찍는 것만큼
귀찮은 게 없었다.
게다가 여행의 반은 매일 비가 왔고
나머지 반은 연중 가장 더운 시기였다.
비 올 때 비닐에 쌓여있는 가방 안
사진기를 꺼내고 다시 넣는 것도,
뜨거운 땡볕 아래서 이리저리
사진 구도를 잡는 것도
너무 귀찮고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아름다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는데
사진을 찍지 않기엔 또 미련이 남았다.
여행 중 찍은 대부분 사진들이
강하게 솟구쳐 오르는 귀찮음을
하나하나 이겨내고 찍은 사진들이다.
사진 속 뒤편, 귀찮았던 기억 때문인지
나름 괜찮은 몇몇 사진들 중엔
괜히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