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ら카 : 0016

by 남은

0016. 치토세


첫날 오후 5시쯤

치토세로 빠지는 길과 36번 국도 사이,

갈림길 앞에서 고민했다.


치토세로 들어가 하루를 마무리할까.

36번 국도를 계속 타고 다음 도시까지 넘어갈까.


치토세로 들어가면

어떻게 다시 36번 국도로 돌아올지가 문제였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치토세 들어간 길로 다시 나와서

36번 국도를 타는 거였는데

치토세까지 들어가는 길이 너무 길면

다시 나오는 것도 문제였다.


반대로 36번 국도를 계속 타고 갈 경우

다음 도시까지 도착하기 전에 해가지면

야간 주행을 해야 되고

어쩌면 첫날부터 노숙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곰곰이 고민하다가 노숙은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치토세로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

들어가는 길이 길지 않길 바라며 달렸지만

한참을 달려도 건물 한 채 보이지 않았다.

상가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는

이미 이 길로 다시 나올 수 없겠다 싶었다.

결국 갈림길로부터 한 시간 이상 달려서야

치토세 중심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도 치토세가 나름 여행의 첫 정착지였기에

도착한 순간만큼은 들떴다.


치토세에서 처음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처음으로 공중 화장실에서 씻고,

처음으로 24시간 맥도날드도 찾고,

처음으로 핸드폰 충전도 하고,

이것저것 여행 노하우를 쌓아갔다.


그중 24시간 맥도날드를 찾았을 때는

말로 표현 못할 만큼 기뻤다.

마땅히 하루 묵을 곳을 찾지 못해

치토세 역 역무원에게 물었을 때

분명 없다고 했는데 직접 나서서 찾았다.


그리고 그 맥도날드 앞에는

36번 국도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었다.

치토세에 들어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길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Vaら카 :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