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feat. 마법의 쿠키
소중한 것을 한꺼번에 잃은 적이 있는가?
폴은 부모님과 언어를 한꺼번에 잃은 채 30여년을 살았다. 그는 부모님을 일찍이 여의고 유별난 두 이모와 함께 하는 30대 청년이다. <빅뱅 이론>의 쉘든을 떠올리게 하는 훤칠하지만 유약한 외모의 이 청년은 이모의 사교댄스 강습소에서 반주를 해주며 그럭저럭 살아간다. 이모들은 그가 천재라며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될 것이라 굳게 믿지만 그는 그저 멍하니 살 뿐이다.
그러나 그는 변한다. 집으로 올라오는 층계에 사는 마담 프루스트를 만났기 때문이다. 프루스트는 식물이 가득한 집에 사는 마녀이다. 진짜 마법을 부리는 마녀가 아니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보게 해주는 '마법같은 마들렌'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에게서 마음의 위안을 얻어간다. 맹인 조율사부터 박제를 좋아하는 의사까지. 고객은 매우 다양하다.
폴은 프루스트의 쿠키를 먹으며 다시 태어난다.
영아 시절부터 유년기를 다시 기억하게 되고 차차 본인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 과정은 참으로 혹독했다. 처음에는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떠올렸으며 그들이 준 사랑에 행복했다. 엄마는 아름다웠고 아빠는 유들유들했지만 역시 자신을 사랑해주었다.
특히 엄마는 참 아이를 사랑했다.
그러나 아빠가 엄마에게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듯한 장면을 본 폴은 충격에 빠진다.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다가 용기를 내어 다시금 더듬어본 기억에서 엄마 아빠가 생계를 위해 레슬링(쇼)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가혹하게도 명성을 얻기 시작한 그때, 자신과 함께했던 피아노가 윗층에서 떨어서 부모님을 죽음으로 몰고갔음을 기억해낸다.
이 모든 진실로 폴은 피아노와 멀어지고 윗층에 살고 있던, 하지만 자신을 길러준 이모들을 원망하게 된다. 그 무렵 프루스트 부인도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폴은 무거운 진실과 슬픔을 이겨내고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음악과 가족을 찾아 결국 세상에 말한다.
안녕.
보는 내내 <아멜리에> 류 프랑스 영화의 가볍고도 키치한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일본 영화는 극단적으로 묵직하거나 가벼운 것 중 하나라면 프랑스 영화는 청량한 바다 위에 앵커를 내리고 떠있는 요트 같은 느낌이랄까. 원색으로 화려함을 주고 음악을 곁들이는 방식이었다. 색감은 츠치야 안나 때문에 보았던 <사쿠란>을 떠올릴 정도로 형형색색 화려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심심하진 않았다. 거기다가 서사가 있어 보느라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고.
스토리는 엄청나게 와닿지는 않았다. 다만 우울의 정서에 젖어있으므로 폴의 침묵에 조금 공감했고 그가 세상에 말을 다시 걸기 시작했을 때 뭉클함을 느낀 정도. 마담 프루스트에 대해서는 오히려 궁금했다. 그 프루스트가 암에 져버렸지만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떻게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되었는지, 무엇이 그녀를 괴롭게 했는지.
요즘 같은 때라면 나도 비밀 정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 가장 깊은 비밀을 꺼내보고 대면해볼 수 있는 그곳. 그런 기분이라면 볼 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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