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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Mar 13. 2024

내 인생에 박수를!

[연재] 45. 이혼 21일 차

45. 이혼 21일 차, 내 인생에 박수    


      

2014년 3월 21일 금요일 맑음 

     

  족발에 달걀까지 삶아 먹은 든든한 저녁은 아침을 건너뛰도록 했다.

  식탁에 남아있던 달걀 두 알을 먹고 샤워 후 세탁기를 돌렸다. 그리고 고시원 공동주방도 정리하고 어제 내린 비로 오염된 자동차도 세차했다.      


  일상의 작업을 끝내고 방송대 과목 동영상 강의를 듣던 중이었다. 인천의 토지 매입 지주 겸 채무자 염 사장과 시행사 대표가 방문했다. 물론, 이들이 오기 전에 베드로가 먼저 방문해 “현장의 첩보에 의하면 저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기다리면(채권회수) 안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그도 “그동안 너무 많은 시간을 기다려 준 것 같습니다. 월요일 날 경매를 진행시킵시다.”라고 결정했다. 그런 대화를 하던 중이었다.      


  “김 사장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처분만 바랍니다’라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지금까지 관계된 이들은 모두 떨어지라고 했고 여기 임 사장(시행사 대표)이 건설사를 읍소해 도와주기로 했다고 하니 이번만 믿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는 다이어리를 펼치고 채무자 염 사장의 이야기를 꼼꼼히 들으며 메모했다. 그러다가 본질의 이야기가 흐릿하면 재차 물어보곤 했다. 다시 염 사장이 “그리고 차제에 우리 회사가 썩 괜찮은 회사입니다. 산업은행에서는 30억 정도 밀어줄 수 있는데 자본금이 너무 적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5억 원 정도 출자를 해 줬으면 하는 부탁도 할 겁니다. 물론 이번 일이 잘되면 말이지요.”라고 덧붙였다. 


   염 사장은 차량 오디오를 생산하는 회사의 부사장으로 생산 전량을 미국으로 수출한다. 음질에 대해서도 ‘미국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1위를 했습니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는데, 현재 자본금은 2억 5천만 원에 불과하며 부채비율은 400%였다. 회사의 자산은 ‘15억 원 정도 가치가 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저도 그런 투자는 좋아합니다.”  

   

  그가 오디오와 음향기기, 사물 인터넷 등도 물었다. 염 사장이 “무선 블루투스 기능이 최고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출자금 5억 원은 어떻게 보증하나요?”라고 되묻자 “전환사채로 하거나, 증자한 후 배수로 가져가는 방법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물론, 잘 모르는 이야기여서 “그 부분은 다음에 알려 주세요”라고 말하며 이들의 방문 목적인 “그럼 시공사와 계약서를 써야 하는데 언제 할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동석한 시행사 임 사장이 “김 사장님의 의견을 들었으니 내려가서 바로 시공사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전에 썼던 투자협의서를 다시 좀 주십시오. 계약은 김 사장님 좋을 대로 하시고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네 사람은 1층 식당으로 내려가 김치찌개로 식사했다. 밥값은 그가 결제했다. 토지매입 지주 겸 채무자 염 사장은 (빌라 건축) 사업 수지에 대해서는 매우 비관적이었으나, 늘그막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하며 건축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런 이유로 빌라 건축공사를 향한 첫 단추가 채워졌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빌라 이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 사장님, 빌라 이름이 영성 뭐던데 너무 옛날식 같습니다. 우리 건물이 ㅇㅇ하우스인데 제가 짓는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분양할 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슨 빌라 이런 것은 고리타분하잖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진입로에 전등을 깔아, 밤에 일고 돌아온 아빠들을 반기는 시스템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차장에 들어설 때 조명이 비행기 활주로처럼 쭉 비춘다면 행복할 것 같거든요.”     


  그의 말에 임 사장이 “그거 좋은데요. 바로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덧붙여 ‘집은 여자들이 사는 것’이라며 어디에 세일즈 포인트를 둬야 하는지 말했고, 임 사장도 “그래서 싱크대는 3백만 원짜리로 하고 엘리베이터도 3백 더 비싼 것 합니다. 맞습니다”라고 맞장구쳤다.      


  그래서였을까? 식사 후 염 사장은 기분이 한결 좋아졌고 골프 이야기까지 나눌 정도가 되었으며 베드로와 스크린 골프를 치기로 약속했는데, 여러 나라 언어를 구사하고 외국어 대학에 강의하는 실력이었으며 프라이드도 강했다. 그의 애마는 '50만 Km를 주행했다'라는 동그란 헤드라이트를 가진 벤츠 E시리즈였다.      

  그는 이들과 헤어진 후 베드로와 이문동으로 향했다. 외국어대학 앞 150평 토지에 지하 3층, 지상 17층 건물을 지을 건축업자가 ‘대출해 달라’라고 했기에 감정을 가는 길이다. 63억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니 평당 4,500만 원을 준 셈이어서 너무 비싸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도착해 보니 평당 3,000만 원 정도가 적당했다. 그러나 시행사는 수익성에서 40억은 남는다는 판단으로 다소 비싸게 땅을 산 것 같았다. 거리 풍경 또한 역시 강북스러웠고 건물 건물마다 고시원이 들어서 있었다.      


  아지트로 돌아오는 길에 광주 동창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는 벌써 수술을 마치고 병실에 누워 계신다고 말했다.      


  “너희 아버지에게 완전히 반했다. 정말 유쾌하시네. 그리고 아이들과 뭐 먹으라고 용돈도 5만 원이나 주더라. 그래서 아들보다 낫다고 말했지.”     


  ‘수술은 40분 만에 되었다’라고 했는데, 어머니와 통화하니 “잘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월요일쯤 내려가려고 했더니 한사코 “나도 바쁘다. 내려오지 마라!”라고 말하기에, 월요일엔 인천 시공사, 무빙 디자인 등 계약이 있으니 화요일쯤 내려갔다 올 생각을 했다. 


  베드로에게 Y대 동문 B선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짐을 정리하다 보니,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발송하지 않은 편지들이 많았어요?”라고 말하자 “저도 그런 적이 있습니다. 외국에 오래 있으면 그렇게 됩니다. 제가 가나에 가서 그랬잖아요.”라고 말했다.     


  [가나]. 수년 전 그랬다. 뭔 금광인가 뭔가 관계되어 ‘외국에 있다’라고 말했었다. 그때 그는 베드로가 잠수한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장모님의 돈을 빌려 대출해 줬는데 채무자가 변제능력이 없이 연락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일본인이 들어와 원금과 약간의 이자를 돌려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 베드로가 ‘가나에서 자금 출처에 대해 소명하는 재판을 하느라 돈을 다 쓰고 국내에 송금요청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었다.   

   

  그런 베드로가 스스로 B 선생이라는 수사를 붙이는 여자를 ‘굼실이’로 지칭하며 “굼실이 그녀도 그게 버릇이 되어 한국에서도 그렇게 편지를 보내며 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해가 되네요.”라고 말했다. 이에, 그도 “그 말을 들으니 이제 이해가 됩니다. 저는 붙이지 않은 편지가 많이 있어서 망상으로 편지를 썼다고 생각했지요. 정말 그녀는 국내의 동문이나 지인들에게 편지를 써 송금을 받아 살았던 거 같네요. 그래서 늘 돈이 온다고 생각했고요. 나에게도 늘 독일에서 돈이 온다고 했거든요.”라고 말했다.     


  “맞습니다. 돈을 안 보낸 것이 문제이니 본인은 온다고 믿는 거거든요. 저도 허해서 호텔에서 스테이크 등을 막 시켜 먹고 다음 주에 한국에서 돈이 온다고 한 적이 많았거든요. 사람이 그렇게 됩니다.”   

  

  두 남자는 그렇게 B 선생이라는 여자의 처지를 이해하고 측은지심을 느꼈다. 잠시 후, 베드로가 돌아가고 옥상에 널어놓은 빨래를 걷었다. 침대 시트도 가져다 덮었다.     


  피곤한 마음에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잠들려고 했으나 ‘방송대 스터디 운영진 회의가 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일기를 쓰는 도중이었다. 그러니 벤츠 SLK 로드스터를 타고 강남역으로 간 다음, 집에 가서 랭글러 루비콘을 타고 오는 동선을 잡았다.      


  그래서, 운영진 회의를 마치고 아파트로 왔고 주차장에서 랭글러 루비콘으로 꿔 타고 나오다가 은색 볼보 S-60을 발견했다. 그이 첫 외제 자동차로, 여자는 남자 파트너를 태워 골프를 치러 다녔다. 가슴이 아려왔으나 어쩔 것인가? 그것이 인생이었다.     


  “내 인생에 박수, 내 인생에 박수, 내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달빛처럼 불빛처럼 잠시 머물다 가는 게 인생이더라, 내 인생에 박수, 내 인생에 박수 내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가수 현숙의 [내 인생의 박수]를 블로그 배경 음악으로 바꾸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의 인생에 그가 박수를 보내야 하기에 13,000원짜리 광어회에 소주 한 잔 찌크리는 것이 서러웁다. 1층 상가 조 부장과 긴 이야기를 나누고 [오징어 나라]에서 광어회 한 접시를 사 와 적당하게 취한다.     

  내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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