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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Mar 18. 2024

우리 부부에게 저런 그림이 있었나?

[연재] 47. 이혼 23일 차

47. 이혼 23일 차, 우리 부부에게 저런 그림이 있었나?          



2014년 3월 23일 일요일 맑음     

 

  목이 말라 일어났다. 

  언제 어떻게 잠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물을 마시고 화장실에 들린 후 방에 들어가려니 방문이 잠겨있다. 소파에는 한 남자가 자고 있었는데, 그 또한 꼼짝없이 거실 바닥에서 이불도 없이 남은 잠을 청해야 할 형편이었다. 이에, 그가 다시 방문을 보니 방문이 두 개였다. 다른 쪽 방문 고리를 돌리니 돌아간다. 하마터면 여학우들 방으로 들어가 혼숙할 뻔했다. 문 잠그고 자서 정말 고마웠다.    

  

  꿀벌 10마리 중 2마리만 일하고 나머지 8마리는 그냥 날아다닌다고 한다. 여기 모임도 그랬는데 공ㅇㅇ 학우와 이ㅇㅇ 학우가 아침을 준비했다. 그렇다고 아침이 매우 진수성찬이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라면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어디 한 곳은 찍어야 하지 않을까요?”     


  공ㅇㅇ 학우의 제안에 “도담 삼봉 안 가봤어요?”라고 그가 물었다. 이에, 허ㅇ 학우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며 “도담 삼봉 까지는 56키로여~”라고 말했다.      


  “좀 머네. 차라리 무의도나 갈까?”     


  그러나 충주까지 와서 그냥 갈 수 없다는 중론에 충주댐을 찍고 가기로 했다. 정리하고 내려가면서 호텔 로비에서 허세가 작렬하는 인증 샷을 아낌없이, 필름카메라 시절이라면 매우 아꼈을 샷을 거침없이 날려주었다.      


  20여 분을 달려, “따라갈 테니 내 생각 마시고 달려주세요.”라는 항의 전화를 받으며 충주댐에 도착했다. 가뭄으로 수량은 적었으나 깨끗한 물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자기 카메라로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충주호 전망대 옆 휴게소의 이름은 ‘물레방아’였다. 물레방아가 있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는지, 아니면 이름을 짓고 나서 물레방아를 만들었는지는 알아보지 않았으나 아마 이름을 먼저 지었을 것 같았다. 완연한 봄날에 얇아진 옷차림의 부부가 휴게소에서 아래로 걸어 내려왔다.     


  ‘우리 부부에게 저런 그림이 있었나?’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작 아내의 잘못으로 이혼을 하는 것인지, 스스로 자유롭게 살기 위해 이혼을 하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생각이 스치며 마음이 아려왔으나 이내 현실로 돌아왔다.    

  

  “자연스럽게 한 장 찍습니다.”


   그가 삼각대를 꺼내 단체 샷 설정을 했다. 그들은 편안한 자세로 전설이 될 기념사진을 찍었다.   

   

  “밥을 먹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상근부장의 제안에 그가 “송어회 어때요?”라고 물었고, “난 민물고기 못 먹어”라는 대답에 “그럼 할 수 없지요. 다른 것 먹어요”라고 말했다.      


  차를 돌려 내려오는 길에 ‘매운탕은 먹어요’라는 말에 우측으로 보이는 ‘조리터 명가’라는 매운탕 식당으로 들어갔다. 주메뉴는 국내산 장어구이와 매운탕이었다. 유원지 음식점에 가면 꼭 음식을 많이 시키도록 하는데, ‘소’ 두 개를 주문에 종업원은 “인원이 있어서 중짜 두 개는 시켜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매운탕은 맛있었지만 결국 남겼는데, 그는 음식을 남길 정도로 주문하는 것은 아내가 골프를 치는 것만큼 싫어한다.   

   

  “내일 2층 콘크리트 합니다. 돈을 준비해 주세요.”    

 

  전 소장이 전화했다. 골조 공자 전체를 해도 2억도 안 되는데 매우 보챈다. 이번에는 3층쯤 올라갈 때 돈을 줄 생각이다.     


  여자가 운전하는 흰색 SM5 승용차가 들어오면서 검은색 소나타를 스쳤다. 밥 먹으러 오느라 흥분한 것 같았다. 두 차주와 일행은 보험처리에 대해 말했고 한 무리의 남성들은 그의 차를 보면서 “국산이 아닌가 봐.”라며 둘러 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오리지날 지프네. 그게 약간 요즘 유행으로 바뀌었나 봐. 지프 맞어!”였다.     


  일행은 강남팀과 강북팀으로 나뉘었고 2시간 30분을 달려 삼성역에 도착했다.    

      

  “역시 서울이 좋아요.”


  조수석에 타고 있던 이ㅇㅇ학우가 복작복작한 서울에 들어오자 한 말이다. 그도 서울의 공기가 좋다. 샤프하고 스마트한 서울이 말이다. 

     

  빌딩 현관엔 끈적끈적한 액체가 흘러 굳어 있었다. 그리고 어젯밤 전화를 기억했다.  

   

  “저, 401호 청년인데요. 누가 현관에 술병을 깨 놨어요.”     


  그가 물 호스를 연결해 씻어내고 물걸레질을 했고 오염된 계단도 닦아냈다. 그리고 랭글러 루비콘을 주차장에 주차하고 저녁을 준비했다. 메뉴는 M.T에서 남은 고기 3덩이를 후라이팬에 구워 쌈을 싸 먹는 것이다. 그렇게 고기를 구우니 하얀 바닥 타일이 오염되어 남은 소주를 부어 닦아내고 1박 2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내일엔 인천에 가서 빌라 건축을 하는 건설사와 계약하고 안양 근린빌딩 현장에 들려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리고 공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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