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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May 26. 2022

마음에 묻힌 깊이


그동안 살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조심스레 들춰봤다.

옷깃에 묻은 흔적과 지난 세월에 바랜 색깔처럼

오랜 것들. 20년을 같은 마음을 품고서

사랑이라는 산을 오르다가도, 그렇지 않은 척

일상으로 내려와 돌아가야만 했던 마음의 무게는

이 나이가 들도록 실감 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회피하면서

동시에 견뎌야 한다는 것은 어떤 아픔일까.

시간의 흐름도 묵묵히,

나 자신을 속이는 거짓도,

주변 사랑하는 이들의 침묵도

오직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견뎌지려면

얼마나 큰마음을 지불해야 하는 걸까?


그럼에도 여전히 약속하지 않는 그 심정이

사무치게 이해돼서,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의 파랑이

산 너머 하늘에도 그려져서,

건너편에 듣는 이 없는 맹세가

밤보다 짙게 공허하다.


마음에 묻은 사랑은 그대로 묻혀 있다.

살아나지 못하고 내 마음에서만,

내 안에서만 숨 쉰다.


motif by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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