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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May 29. 2022

겨울 목소리


 기운이 감도는 카페였는데도, 이상하게 그의 눈가는 따스했다. 나란히 앉아 맞은편 일행을 향해 대화하고 있는 옆모습을  눈에 담으니 생경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오래도록 그리던 동경이 있다. 가끔 나를 향해 기웃대는 시선과 마주치면  안온한 눈동자에 걸린 미소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런 그가 말을 꺼내는 나를 보면서 내민 첫인상은 “목소리가 겨울을 닮았어요.”였다.


눈이 내리던 그날, 한여름의 시작기나긴 장마의 중간 어딘가쯤에  세상에 도착한 생에게 겨울을 닮았다고 그가 말했다. 시원한 물놀이를 즐겨 하고, 햇살을 좋아해 항상 까무잡잡한 피부였던 내게, 여전히 여름의 그을림이 손끝을 떠나지 못해 제법 까만 피부를 가진 나의 목소리에 겨울이 묻어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적이 없었다.


겨울이요? 그럼 목소리가 차가운 느낌인 건가?”

아니요, 그런 느낌이라기보다는,”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건넨 말에 어떻게 설명을 덧붙일지 단어를 하나둘 헤아려 보고 있었다. 문장에 일일이 맞대어 보고 정확히 전달될  있을지 고민하는 표정이  초간 머물렀다. 기대하고 있던 진중한 모습에 대답을 듣기도 전부터 벅찬 기분을 주체할  없었다. 당신이 고른 단어가 무엇일지, 어떻게 겨울을 표현할지 궁금한 마음에 몸이 반쯤은  앞으로 기울었다. 고개를 옆으로 리다 몸을 틀어 그쪽으로 무릎을 향했다. 바라보다 잠시 커피잔에 시선을 내려놓은 사이, 그가 입술을 뗐다.


차갑다기보단 시원한 느낌이랄까요?

상쾌함에 가까울  같기도 하고.

서늘한데 그게 추위를 주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여유롭고 선선하게 공간을 만드는  같은,

겨울 아침 공기 같은 느낌이요. 그런 겨울이요.”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라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온화한 미소로 고른 단어가 겨울 아침 공기라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겨울의 순간을 짚으면서  목소리가  순간을 닮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옆에 앉아있다. 시원한 목소리, 속으로 삭혀 들어간다고 생각한 웅얼거림에 계절이 생겼다.


이렇게 만났으니 이제 당신 글을 보면

목소리를 상상하면서 읽을  있겠어요.”


겨울에 가벼운 진동이 일어났다.

 내리듯,  털어내듯, 작은 떨림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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