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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Jun 03. 2022

상상에 가까운 풍경소리


가만히 숨 고르며 옆에 잠든 당신을 보면서,

책 읽는 내 곁에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리는 옆모습을 보면서,

배고프다는 나를 위해 주방에서 온갖 재료를 꺼내

맛있게 만들어보겠다며 요리하는 내내

등 뒤로 쉼 없이 말을 건네는 뒷모습을 보면서,

기꺼이 커피를 몇 잔이고 내려주고

잔마다 따스한 마음을 담는 손길을 보면서,

나를 내려다보며 예쁘다고 몇 번이고 말해주는

미소 짓는 당신을 보면서,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한참 지나서야,

기억이라기엔 너무 멀어져서

상상에 불과했다 느껴질 법한 순간이 다다라

부질없는 아름다움과 보잘것없는 내 마음이

색이 바래 형체조차 불분명해지고 나서야,

아득하게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와

털썩

주저앉는다.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는 마음 앞에

 구멍이 놓여있다.

메울 방법을 찾지 못한 나는

주변이 조금씩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이대로도 괜찮다,

아직 무너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꽃길만 걸으라던 당신의 말이

아직도 허공에 매달려 있다, 부적처럼.

아름다운 소리만 반짝이는 풍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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