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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소연 Jul 09. 2020

죽은자의 집청소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 북리뷰

죽은 자의 집 청소

     

     

     

수도꼭지 같은 사람들이 있다.

세상 모든 것을 씻어내기 위해 존재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절대로 씻을 수가 없는.

     

여기 한 청소부가 있다.

그는 주로 죽은 자들의 집을 청소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그들은 자신의 집을 청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 후 한참의 시간 동안 방치되는 고독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남겨진 가족이나 친지가 있더라도

자살이나, 끔찍한 살인 사건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경우엔

남겨진 이들의 고통이 너무 커 다른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의 업무는 끊일 새가 없다.

     

때로는 저장 강박증이나 도무지 이름조차 붙이기 어려운 정신 질환으로

집안을 이상하게 만들어 놓고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눈 오줌을 페트병 수 천 개에 담아 남겨 두었다든지

십여 마리의 고양이가 굶어 죽은 것도 모자라 그 사체의 속살마저 구더기에게 다 파 먹히도록 방치하고 내빼버린 사람...

청소부는 방진마스크와 방독마스크를 번갈아 껴가며 묵묵히 누군가의 흔적을 지운다.

     

그러던 어느 이른 새벽, 그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죽은 자의 집 청소, 그 비용이 얼마냐는 문의 전화다.

상대방은 몹시 예의 없고 성급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예의 있게 매뉴얼 대로 응대를 했다.  

상대의 대답이 너무 모호하다는 점만 좀 난감했을 뿐.

     

시신이 죽은 후 얼마나 방치되었던 건지

죽은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

상대는 어느 것 하나 알지 못했다.

     

다시 연락하겠다는 그와 전화를 끊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청소부는 강력사건 뒤처리 일감이 들어왔나 싶어 반갑게 전화를 받았는데

     

‘아무개씨를 아십니까?’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경찰의 이어진 설명에 그는 그날 새벽의 통화가 떠오른다.

     

‘그분 시신이 발견됐는데, 마지막 통화 기록이 선생님으로 되어 있어서요.’

     

그 날 저녁 청소부는 샤워기 물줄기 아래에서 오열한다.

그리고 헛된 생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나처럼 매사에 어떤 동요도 없고 무감한 사람이 아니라

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람이 그의 마지막 통화 상대였던 게 낫지 않았을까?

     

‘자살을 결심하고 그 뒤에 수습할 일까지 염려한 남자.

자기 죽음에 드는 가격을 스스로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건 남자.

도대체 이 세상에는 어떤 피도 눈물도 없는 사연이 있기에

한 인간을 마지막 순간으로 밀어붙인 것만으로 모자라,

결국 살아 있는 자들이 짊어져야 할,

죽고 남겨진 것까지 미리 감당하라고 몰아세울까?’

(김완의 <죽은 자의 집 청소> 중에서)

     

아마도 자신의 삶을 수도꼭지처럼 여겨 온 청소부였기에

그 남자의 삶이 더 가슴 아팠던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수도꼭지 같은 존재다.

모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책을 내려놓으며 생각한다.

내 몸뚱이를 닦아 줄 그 누군가가 나에게 있는지

나는 누군가의 더러워진 수도꼭지를 닦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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