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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틈새 01화

프롤로그 - 균열의 틈사이에서

- 상처가 가르쳐준 것들

by 담은

나에게 관계는 늘 어려운 숙제 같은 것이었다.

종종 따뜻한 척 하지만 내가 지나온 길에서의 관계는

얼음처럼 냉기가 흘렀다.

말하지 않는 침묵이 때론 가장 큰 소리를 내고,

웃는 얼굴 뒤에 숨긴 칼날은 내 마음을 가장 깊이 베었다.

가까움이 언제나 위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친밀함이 가장 잔인한 상처가 되기도 했다.


나는 오랫동안 그 이유를 몰랐다.

왜 어떤 사람은 곁에 있어도 외롭고,

왜 다정한 말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그러다가 깨달았다.

관계란 결국 무언가의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너와 나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너무 멀면 퇴색 돼버린다.

그 틈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때로는 부서지며,

또다시 이어진다.


이 시리즈는 그 균열에 대한 기록이다.

차갑고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해보려고 한다.

외면하고 싶지만 결국은 누구나 거쳐야 하는 길이니까.


이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기로 했다.

상처의 파편들 속에도 언제나 작은 빛은 남아 있었다.

나를 지키는 법, 다시 누군가를 믿는 법,

그리고 나 자신을 안아주는 법을

나는 그 틈에서 배웠다.


혹시 지금 당신도 누군가의 침묵 앞에 서 있다면,

이 글이 아주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상처는 고통스럽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회복을 배우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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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