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내 마음을 보여주는 작은 단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 단추만 있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조그만 불빛 하나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그런 단추가 있다면,
겉으론 괜찮다고 말하지만 마음은 전혀 괜찮지 않을 때,
말을 꺼낼 용기가 없을 때,
나도 내 마음을 정확하게 몰라 표현하지 못할 때,
누군가 그 단추를 보고 내 마음을 알아차려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단추가 있다면 어른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최소한 어른들이 하는 거짓말을 알아차리면 덜 상처받지 않을까 싶었다.
이 생각은 어린 나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런 단추가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어쩔 땐 내 모난 마음을 숨겨야 할 때가 있고,
어떤 날은 차라리 상대의 진짜 마음을 모르는 것이
나를 덜 상처 입게 하기도 했다.
가까운 사이라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
그 사람의 마음이 내 마음과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걸 정확하게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더는 그 마음의 속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웃으며 건넸던 마음을
조금씩 접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거리 앞에서
억지로 잡으려고 하지 않고, 조용히 마음을 정리했다.
사람 사이엔
정해진 유통기한 같은 게 있는 걸까?
처음부터 잘못된 인연이었는지,
어느 지점에서 어긋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관계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관계 앞에서,
나는 지금의 뾰족한 마음보다는
그 사람이 내게 건넸던 따뜻한 마음들을
조금 더 오래 붙잡고 있기로 했다.
힘들었던 날
건넸던 짧은 말 한마디,
말없이 내어주던 따뜻한 차 한잔,
말없이 위로해 주던 조용한 눈빛.
그 모든 순간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내 안의 못난 마음도 조금씩 누그러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늘 같을 수 없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다가가고,
또 각자의 이유로 멀어진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상처만 남기는 건 아니다.
때로는 짧지만 따뜻했던 순간 하나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더 소중하게 만든다.
모든 관계를 오래 간직하진 못하더라도
힘들었던 순간 조용히 머물러주었던 사람.
그 기억을 품고, 나는 오늘도 조금 더 단단해진 나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