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세상보다 가까운 사람이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그 아픔 속에서도 나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오늘도 마음의 온도를 지키며 다시 피어난다.
사람은 참 이상하다.
아무리 상처받기 싫다고 하면서도,
결국엔 상처에 익숙해져 버린다.
처음엔 너무 아파서 잠도 못 자던 말이
며칠이 지나면 '그럴 수도 있지'하며 스스로를 달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 상처가 마치 내 몫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의 무심한 말, 날카롭게 던져지는 농담,
사소한 비난이 쌓여갈수록 조금씩 내 안의 빛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그래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괜히 불편한 공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고,
상황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늘 내가 먼저 "괜찮아"라고 말했다.
그 말이 마치 내 입술에 달라붙은 주문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정말 괜찮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괜찮아"속에는 상처들이 겹겹이 쌓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참았다.
참는 게 어른스러운 일이라 배웠으니까.
가족에게 상처받아도 "이해해야지"하며 내 마음을 달래며 계속 견뎌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늘 내가 괜찮아야 하지?"
나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데,
상처받은 나만 조용히 아파해야 하는 게 너무 이상했다.
그제야 마음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참는 건 강함이 아니라 익숙함일 때가 많다는 걸.
상처에 길들여지면 마음의 감각이 무뎌지고,
그 무딤이 나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점점 나를 잃게 만든다는 걸.
이제는 마음으로 안다.
나를 함부로 대한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건 비겁함이 아니라 용기라는 걸.
나를 깎아내리는 말에 더 이상 미소로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의 말이 내 마음을 찌를 때면 이제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춘다.
그리고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이건 그 사람의 방식일 뿐이야."
그 짧은 한마디가 나를 구해준다.
세상이 나를 함부로 대하는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나에게 다정할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 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더 중요했다.
누군가의 말에 흔들려 마음이 부서질 때마다 나는 내 안의 작은 나를 꺼내 안는다.
이제는 참지 않아도 된다고.
이제는 내 안의 목소리를 내도 된다고.
사람사이에는 온도를 지켜주는 틈이 있다.
그건 차가움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거리다.
누군가 그 틈을 무시하고 다가올 때 마음은 금세 식어버린다.
온도가 맞으면 가까운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그제야 마음이 이해했다.
거리를 둔다는 건 냉정해서가 아니라, 따뜻함을 오래 지키기 위한 일이라는 걸.
이해보다 먼저 나를 보호하고,
용서보다 먼저 나를 위로하는 법을 이제야 배워가고 있다.
그건 타인에 대한 미움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한 뼘 물러서야 비로소 내 안의 평온이 제 자리를 찾는다.
잡초는 땅속에 뿌리를 깊게 박는다.
아무리 뽑아내려 해도 쉬이 뽑히지 않고,
남은 뿌리에서 다시 새순이 자란다.
나도 그런 잡초처럼 살고 싶다.
누가 나를 짓밟고 상처를 내더라도, 그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사람으로.
상처가 나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다시 자라게 만드는 힘이 되기를 바라며.
누군가가 나를 함부로 대하는 것에 절대 익숙해지지 않겠다.
그건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가장 다정하고 단단한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