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장례식을 마치고 난 뒤, 예정된 공저 모임에 참석했다.
어깨는 처지고 마음은 조금 무거웠지만, 이 만남을 꼭 지키고 싶었다.
한 달 전부터 준비한 약속이었고, 볕뉘작가님이 처음 주관하는 공식적인 공저모임이었으니까.
모임 장소는 익숙하고 정다운 '바베트의 만찬'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나를 회복시키던 익숙하고도 고마운 공간이다.
그날도 책 몇 권을 고르고, 북토크를 신청하고, 창가에 앉아 숨을 고르며 작가님들을 기다렸다.
한분, 두 분 작가님들이 도착하셨다.
서울에서 오신 센스만점 마림 작가님,
청주에서 오신 따뜻한 설애 작가님,
조용하지만 열정적인 수목작가님,
그리고 오늘 모임을 든든하게 이끌어주신 수정 이사님까지.
처음 뵙는 분들이었지만 글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자연스럽게 마음이 풀렸다.
우리는 서로 소개를 나누고, 공저에 담을 이야기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각자의 스타일도, 목소리도 달랐지만 그 다름이 오히려 다정하게 느껴졌다.
서로의 문장이 기대고, 묻히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 사이를 천천히 따뜻하게 덮었다.
이번 공저는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의 브런치 작가가 함께한다.
그중 내가 가장 나이가 많고,
어쩌면 가장 서툴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성실하게, 진심을 담아 써보고 싶다.
내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조금이나마 온기를 더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 만든 책갈피를 선물했다.
작가님들께 조심스럽게 건네며 말로 다하지 못한 응원과 반가움을 전했다.
별건 아니지만 마음을 담고 싶었다.
내 부족함을 감싸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이끌어주는 볕뉘작가님께 감사함이 크다.
부족한 내가 이렇게 공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큰 영광이다.
이 공저에 누가 되지 않도록 꼭,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다.
지친 마음에 따뜻한 시간이 고마웠다.
공저라는 이름 아래 이토록 따뜻한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음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이런 마음이 피어올랐다.
내 마음을 위로해 준 이 온기를 다른 이에게 건네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