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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비얀코 Dec 09. 2023

책을 내고서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

2023년 6월 28일, 첫책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를 출간했다. 


올 초 2년여간 부모님께 책을 읽어 드리고 글로 남겼던 글들이 30여 편 쌓아가는 시점이 되니 책의 모양이 만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에 대한 고민이 생겨났다. 신학자나 목회자도 아닌 내가 종교서적을 낸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그런데 정작 일반 출판사에선 글 속 신앙의 색을 부담스러워했다. 


책장을 올려다보니 꽂힌 책들의 5분의 1쯤은 기독교 출판사인 두란노의 책이었다. 그곳에서부터 시작하자 싶었다.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들이 거기서 나왔으니 나도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싶었다. 거기가 안되면 다음, 또 그다음, 뭐 언젠가는 되겠지....


그런데 웬걸, 첫 번째로 문을 두드린 두란노 출판사에서 출판을 결정해 주셨다. 무엇엔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두란노의 책으로 내기엔 앞부분의 원고내용에서 정체성이 모호했다. 예전부터 써 온 영성일기를 다시 읽어가며 원고를 수정했다. 아버지께 책을 읽어드린 부분은 수정이 필요 없었다. 시작부터 그건 하나님과 함께 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 내용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담았기 때문이었다. 


6월 중순 탈고하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원고 속 이야기가 내 이야기인것 같지가 않았다. '어느 누군가의 삶 속에 이런 순간들이 존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3년간 30여 권의 책을 낭독하고 써 내려갔던 원고에서 쑥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땐 그게 참 이상한 경험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출판 후 반년이 지난 시점이 되니 그게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원고가, 책이 내 분신이라 여기며 꽉 끌어안고 있었더라면, 그 이후 타인의 책에 대한 평가나 판매상황에 흔들리며 일희일비하고 있었을 게 뻔하니까. 


출판일이 다가오는 시점, 아주 우연히 일간지 기자와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혹시나 신문의 신간소개면에 조그만 소개라도 나올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에 준비하고 있는 책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분이 어떤 지면의 인터뷰 기사를 쓰시는 분인지 알 수없었다. 기자분께서 전에 쓰시 인터뷰 기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신문 전면 두면의 지면이 할애되는 기사였다. 세상에! 유명인도 아닌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에 이런 인터뷰 기사가 나온다고! 일반인은 몰라도 미디어에 일했던 사람은 안다. 이건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걸....


난생처음 일간지 인터뷰를 하던 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기자분의 진심 어린 눈망울에서부터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내 이야기가 처절하게 슬픈 것도, 기가 막히게 감동적인 것도 아닌데, 그분 안의 깊은 곳 어딘가가 건드려진 듯했다. 그 순간 세상에 기자님과 나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느낌이 들었다. 기사가 온라인에 올라간 주말에 조회수가 천건이 넘었고 무려 20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20여 년을 미디어와 관련된 일을 한 나였는데, 막상 내 이야기가 매체에 나오니 가장 먼저 느껴지는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겁이 나 멈추고 싶었다. 그러나 내 속에서부터 오랜 시간 책장을 넘기고, 낭독하고, 글을 써왔던 나 자신의 각성의 소리가 들렸다. 골리앗 앞에서 도망가는 다윗이 되겠냐고!


그 후, 일간지, 잡지, 그리고 기독교 방송의 인터뷰를 하느라 여름 내내 꿀 땀을 흘렸다. 매 순간, 최선은 다했지만 결과에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그저 사람들과의 만남이 좋았다. 베테랑 글쟁이들이, 오래된 이야기꾼들이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있다는 점이, 그리고 간혹 눈물로 반응해 주고, 홀로 되신 아버지와 여행을 다녀왔네, 어머니와 같이 책을 읽었네 하는 마음 따뜻해지는 뒷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물론 기사나 영상의 조회수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좋으면 좋은 데로 기대에 못 미치면 못 미치는 대로, 남는 것은 그저 좋은 사람들과 진한 교제를 나누는 순간들이었다.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다음책은 어떤 걸 생각하고 있냐는 사람들의 물음이었다. 솔직히 책을 내면서 부모님을 위한 한 번의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을 뿐, 작가로서 계속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추천사를 써주신 교회 목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서 돌아서려는데 목사님께서 큰 소리로 "계속 글을 쓰세요!"라고 큰 목소리로 외치셨다. "헛! 네?" 책을 내며 이제 겨우 숙제를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더 큰 과제물을 받아 든 느낌이었다. 만나는 기자들마다 다음책에 대해 물어오니 참으로 난감할 따름이었다. 그때마다 목사님의 외침의 목소리가 스테레오로 귓가를 맴돌았다. 자연스레 나의 마음의 무게 추는 이미 내놓은 책을 알리는 것에서 새로운 책의 주제를 고민하는 쪽으로 옯겨가게 되었다.    


가을바람이 청량함으로 마음까지 뽀송하게 해 줄 무렵, 오디오북을 녹음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그저 집 작은 방에서 마이크도 하나 없이 녹음을 했었는데, 스튜디오에서 제대로 마이크를 꽂고 스스로의 낭독 소리를 들으며 녹음을 하니 마치 세상과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특별한 공간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 이거하러 태어났나 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날 SNS에 올리기 위해 찍었던 셀카 속 내 얼굴에 전에 보지 못한 반짝임이 있음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대가가 없어도 매일 이걸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마치 인생의 큰 퍼즐조각을 찾아낸 느낌, 달려야 할 선로를 제대로 찾은 느낌이었다! 


여전히 매일 아침 골방에 혼자 앉아 성경을 녹음해 엄마한테 보내드리고 있다. 청자는 오로지 엄마 한 사람이어도 상관없다. 핀마이크를 티셔츠 위에 달고, 핸드폰 녹음 버튼을 누르고, 텍스트의 인물을 내 목소리로 소환해 내는 순간,  내게 주어진 존재의 몫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드니. 


어찌 된 일인지 출간즉시 종교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이 6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도 턱걸이로 그 자리에 버티고 있다. 신기하기도 기특하기도 하다. '과분'이라는 단어가 딱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싶다. 이젠 제대로 노력해 진짜 좋은 걸 내놓아야만 할 것 같다는 부담이 느껴진다. 


그런데도 생각해 보면 해야 할 일은 '나를 찾는다는 것' 그 주제를 들고 매일의 삶에서 보고, 느끼고, 사랑하며, 내 마음을 잡아채는 것들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것이니, 새소리에도, 꽃들에게도,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도 더 열심히,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잡야채이면 어느 날 이거다 싶은 순간이 오겠지 싶다. 대가가 없어도, 누가 뭐라 해도, 멈추지 않고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고 싶은 그 길이 다시 보이는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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