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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롱 Sep 27. 2020

칭찬해줄 게 없는데 어떻게 칭찬하겠어요?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자리잡는 방법

운 좋겠도 분위기 좋은 팀을 만나 업무적으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고 내가 하는 일에서도 늘 인정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출근하기가 야근보다도 싫은 건 주로 꼴 보기 싫은 특정 인물 때문이다.

원래 선배보다 후배가 어려운 법이야. 선배들 앞에서 부당하다고 따지고 팩트 폭력 한 방 날리는 건 괜찮은데 - 선배들이야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고 웃고 넘기면서 널 달래줄 테니까, 그런데 후배한테는 말 한 마디도 신중하게 해야 해. 그래서 후배가 어려워.

선배들이 이렇게 말할 땐 하나도 공감 못 했다. 내 중심적으로 '에이~ 선배들이 뭘 날 어려워해? 그럼 좀 잘해주던가!' 생각하느라 정신 없었을 뿐이다.


입사 1주년에 선배들이 사비로 깜짝 선물해준 비싼 떡 케이크!

그런데 이 거 웬걸? 막상 올해 신입 사원을 내 밑으로 받아 보니 후배 어렵단 말이 절로 나온다. 심지어 누군지 모르는 한 선배의 평가처럼 "싸가지 없게 그렇게까지 솔직할 필요 있냐" 소리 듣던 후배로서 내가 스스로의 행동을 반성해보게 하게 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나는 회사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후배인 반면(실제로 많은 선배들이 내가 이사했다고 이사 선물도 사주고, 자기 집이나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나를 초대하는 등 공적인 영역을 넘어 나와의 친밀감을 유지하고자 하니까 이렇게 생각해도 맞겠지?) 내 밑으로 들어온 신입은 한 선배의 말을 그대로 옮겨와서 "자기가 틀릴 가능성을 염두하지 않기에 아직 부족한 거고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라는 점이다. 그 친구가 우리 팀에 배치된 이래로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이 그 친구와 일하기 힘들다고 선언한 건 분명 그 친구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문제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정의하여 어떤 태도가 함께 일하기 싫은 사람을 만드는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를 참고하여 신입 사원들은, 더 나아가 모든 직장인이, 회사에서 예쁨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친구는 겸손하지 않아요.
피드백을 주면 자기가 왜 이렇게 했는지 정당화하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아주 그 고집이 사람을 지치게 해요.
칭찬해줄 게 있어야 칭찬을 하죠.


나는 일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내가 어느 하나에 취약하다면 그 사실을 먼저 고백하고 도움을 청하는 태도를 취한다. 워낙 거침 없는 솔직한 성격 때문도 있지만 '적확함(정확하게 맞아 조금도 틀리지 아니함)'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변태적인 성향 때문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객관화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저 원래 싫은데 좋은 척 못 하는 모난 성격에, 아시다시피 화끈하다 못해 지랄 맞은 성격의 소유자에요.

교육학을 전공했다는 선배는 이렇게 말하는 나를 자기 객관화가 된다는 점에서 아주 칭찬했다. 교육학에서 발전 가능성이 큰 성향과 그렇지 않은 성향을 구분할 때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자기 객관화라면서.


고로 사람의 겸손은 비단 일상에서 뿐만이 아니라 직장에서도 엄청난 미덕이다. 누군가 "15분 발표를 들었는데 뭘 말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네."라는 피드백을 받았다면 우리 팀 신입처럼 "제가 부족한 시간 동안 여러 주제를 조사해서 그래요. 또 제 사수님이 발표 주제를 명확히 안 알려주셨어요."라고 변명하면 안 된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부족했다는 변명으로 들릴 뿐이고, 발표 주제에 대해 사수에게 묻고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의사 소통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며 자신을 깎아내릴 뿐이다.


겸손은 커녕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 친구 때문에 이런 일도 있었는데, 이 일로 나는 이 친구와 손절했다. (내가 팀장님에게 도저히 같이 일 못 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퇴근 한 시간 전인 5시에 다음 날 아침에 있을 보고를 함께 검토했다. 팀장님이 주신 과제였고 나는 그 친구의 과제를 도와주는 입장이었다. 그 친구가 주제에 맞게 올바른 방향으로 조사를 했는지, 중요한 무언가를 빠트리지는 않았는지 등을 봐주었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Business Developer라면 갖추어야 할 사업을 꿰뚫어 보는 관점, 센스를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검토를 마치면서 내가 준 피드백만 잘 반영하면 내일 발표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이 친구는 내 뒷통수를 크게 때렸다. 아마 퇴근 후에도 밤새 작업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나와 검토하지 않은 수십 장의 페이지가 보고 PPT에 붙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자기 주관이 들어간 주제들로 추가된 자료였기에(그 친구가 자신 있다고 주장하던 분야의 자료들인데, 고작 인턴 한 달 동안 본 것일 뿐인 건 안 비밀!) 당연히 전체 틀에서 완벽히 어긋났고 보고를 들은 모든 이들의 표정은 '이 무슨 뚱 맞은 소리야?'라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썰렁한 기억이다.


자, 이 일화에서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들의 특징이 보이는가? 첫째, 소통하지 않는다! 일에서 자존심 세울 필요 있는가? 결국 크게 보면 다 같이 잘되자고 하는 일이고, 그렇다면 마음 터놓고 속 시원히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협력이 가능하다. 일정 맞추는 게 빠듯해서 힘들면 힘들다, 이 일을 도맡는 것 자체가 부담이면 부담이다, 나 혼자 힘으로 도저히 부족하니 사람이 필요하면 필요하다 말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 혹은 단순히 내 역량 밖의 일이어서 못 한다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부끄러운 일인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의 부족함 또는 잘못을 먼저 인정할 때 더욱 너그러워지는 법이다. 이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도 여러 번 뒷받침된 사실이다.


둘째, 자기 혼자 잘나면 다야? 결코 돋보이지도 않았지만 설사 돋보였다 해도 과연 그 게 조직 생활에서 항상 득이던가. 위에서도 말했지만 회사는 다양한 조직이 같은 목표를 향해 협업하는 이익 집단으로, 회사라는 자동차가 굴러갈 때는 각 조직이라는 톱니바퀴가 조화롭게 맞물려야 한다. 특정 톱니바퀴가 유달리 빨리 돈다고 해서 자동차 속력이 빨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 경우 자동차는 고장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여러 조직은 균형 있게 서로 조율해가며 역할해야 하고, 조직 내 개개인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골을 넣을 수 있겠다 싶게 골대와 가까워졌다고 골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은 위치에 있는 타 선수에게 공을 패스하지 않으면 득점에 실패할 수 있듯이 회사에서 또한 전체 프로젝트, 우리 팀, 우리 회사에 더 득이 되는 방향은 내가 영웅이 될 수 있으나 되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하는 쪽일 때가 있다. 그렇기에 일을 할 때는 항상 '나'라는 자아, 주관은 잠시 뒤로 두고 전체가 빛날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나와 신입 사이에 도는 냉기를 감지한 팀장님이 내게 해준 이야기를 공유하며 일을 배우는 사람의 위치에서, 또한 누군가의 협업자로서 절대 피해야 하는 태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 친구는 우리 팀에서 가장 사랑 받고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어. 근데 우리 팀에 이미 모두가 좋아하고 신임하는 위치에 너가 자리하고 있는 거지. 나이도 겨우 너가 한 살 많은데, 자기는 신입이고 너는 4년차인 거지. 그 친구는 너보다 우리 팀에 늦게 온 것도 억울한데 너가 네 연차치고 너무 잘나가니까 딱히 이유 없이 너가 싫은 거고, 결국 질투인 거야. 그래서 너 때문에 회사가 싫었다, 팀에 적응 못 했다 말하는 거고. 근데 이런 일을 본 게 나는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야. 회사에선 이런 일이 생각보다 많아.

팀장님의 눈에 이렇게 비춰진다는 것을 들으니 위로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그 친구가 괘씸했다. 고작 질투였단 말인가! 회사 생활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질투와는 멀어져야 한다. 누가 나보다 더 깔끔하게 일하고 더 큰 성과를 내는지 하나하나 견주고 비교할 시간에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비교하여 내 발전에 더 집중해야 한다. 내가 남보다 뛰어나다고 꼭 내 일에서 남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보다 실력이 좋아도 남이 나보다 자기 일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 이런 경우를 종종 보았다. 어떤 이는 그저 다른 이보다 운이 좋아 성과 나는 시기에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소위 말하는 '차려진 밥상에 숫가락 올리기'를 하기도 하고, 수완 좋은 파트너를 만나 어려움 없이 일 처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회사에서 굳이 시간 남는 게 아니라면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내 성장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 내 능력 자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은 역량 개발로 채우며 나와의 싸움을 하는 것이 보다 미래 지향적인 행동이다.


이렇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회사에서 사랑 받는 사람이 되는 법에 대해 조언하는 나도 사실 완벽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모두가 모난 내 모습도 예쁘게 여겨주는 것 같아 늘 감사하다가도 평가 시즌에 너무 당돌하고 개성 강해 다루기 힘들다는 피드백을 받거나 우렁차고 또박또박한 말투로 내 생각을 투명하게 내비치는 성향이 공격적이고 자기 주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을 때는 온 몸에서 힘이 쭉 빠지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직장에서 사랑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도 착각일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겸손한 태도, 내가 빛나고 싶은 순간에도 전체에 이득이 되는 방향을 선택하는 여유, 그리고 비교로 인한 질투보다는 내 성장 자체에 집중하는 지혜를 모두 갖출 때 우리 모두가 보다 풍족하고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무쪼록 전쟁터 같은 회사 생활이지만
우리 모두 이왕 하는 거 즐겁게 으쌰으쌰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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