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재건이 가능한가?
정치는 균형을 잡으려는 끝없는 시도이자, 긴장과 조율의 예술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의힘은 균형의 축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위기의 본질은 단순히 지지율 하락이나 선거 패배가 아니다. 그것은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와 원칙을 잃고, 과거의 그림자와 명확히 결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특히 민주주의를 위협했던 내란세력과의 모호한 관계는 보수가 다시 태어나기 위해 반드시 끊어내야 할 사슬이다.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고 청산하는 용기 없이는, 보수는 더 이상 ‘보수’라 불릴 자격조차 잃게 된다.
그러나 나의 바람은 단순히 보수의 재건에 그치지 않는다. 나는 무엇보다도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참된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권력 구조는 사실상 견제 장치를 잃었고, 그 결과 여당은 스스로를 제어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은 2024년 총선 이후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였고, 2025년 6월 4일 정권을 되찾았다. 이로써 입법·행정 권력 모두에서 ‘우세한 지위’를 넘어 ‘상당한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도가 형성되었다. 견제 없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오만과 독선으로 기울며, 국민의 목소리는 점점 주변부로 밀려난다. 참된 견제 세력은 단순한 반대자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고 권력의 방향을 국민의 삶 쪽으로 되돌릴 수 있는 책임 있는 세력이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생명력은 항상 대등한 힘의 긴장에서 나온다. 기울어진 권력 구조는 부패와 무능을 재생산하며, 사회 전체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갉아먹는다. 따라서 정치의 재건은 어느 한 진영의 완전한 승리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견제할 만큼의 힘이 양쪽에 존재해야 비로소 건전한 정치가 가능하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정치의 본령은 승리를 위한 집착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균형의 추를 지키는 데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은 단지 형평성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지키는 일이다.
진정한 발전은 상대의 몰락이 아니라, 대등하게 맞서며 서로를 절제시키는 구조에서 시작된다. 그 구조가 복원될 때, 우리는 ‘승리하는 정치’가 아니라 ‘살아 있는 정치’를 회복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정치 속에서야 비로소 보수는 원칙을 되찾고, 진보는 혁신을 갱신하며, 국민은 진영이 아닌 국가 전체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