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이 답인가?
최근 정부가 내놓은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다시금 "엄벌주의" 색채가 짙다. 형사처벌 강화, 영업이익의 5% 과징금, 영업정지, 공공입찰 제한, 외국인 고용 제한, 건설사 등록말소 등 기업 존폐를 위협하는 수준의 규제가 포함됐다. 정부의 의도는 분명하다. 반복되는 산재 사망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달래고,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접근은 본질적으로 사형제도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범죄를 줄이겠다며 극형을 도입하지만, 실제 억제 효과는 미미한 것처럼, 산재도 강력한 처벌만으로 예방되지는 않는다.
경영계는 이 점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첫째, 한국의 사업주 처벌 수준은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높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 중인데도 산재 감소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2021년 683명, 2022년 644명, 2023년 598명, 2024년 589명으로 600명 내외 수준에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둘째, 이번 대책은 영세·소규모 사업장에 더 큰 타격을 주는데, 실제 사망사고의 다수가 이런 곳에서 발생한다.
셋째, 건설업계는 원자재·인건비 상승으로 이미 한계 상황에서 과징금까지 덮치면 생존 위기에 몰린다고 주장한다.
겉으로는 "국가경제와 기업 생존"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안전에 드는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는 이해관계가 분명히 드러난다. 정부 정책 또한 허점이 있다. 처벌 강화는 여론 관리에는 유리하지만, 예방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두 세력 모두 실질적인 산재 예방이라는 본질에서 멀어져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한계를 보인다.
사형제도와의 비교는 이 대립 구도를 선명히 보여준다. 사형제도 찬성론자들은 극형이 범죄 억제에 도움이 된다고 믿지만, 통계는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노동안전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처벌 수위를 높였지만 사고율은 뚜렷하게 낮아지지 않는다. 결국 사형이 정치적 상징으로 기능하듯, 정부의 엄벌주의 정책도 사회적 분노를 달래는 상징 정치의 성격이 강하다.
진짜 문제는 구조다. 산재는 개인의 부주의나 우연이 아니라 산업 구조에서 비롯된다.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고용 구조, 안전을 비용으로만 취급하는 경영 시스템, 단기 성과와 비용 절감만을 중시하는 산업 문화가 사고를 양산한다. 현장에서는 공기 단축과 인력 축소, 장비 최소화가 강요되고, 사고는 필연이 된다. 엄벌은 이런 구조적 모순을 바꾸지 못한다.
실제로, 국내의 대형건설현장에서 사망하는 재해자는 종합건설사가 아닌 하청업체가 대부분이며, 이들은 대부분 영세하며, 제대로된 안전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하청업체가 선택되는 조건은 안전수준이 높다보다는 저비용 때문일 것이다. 저비용의 구조에서 마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와 인건비 절감이 필요한 구조다. 그들이 행여나 사고가 나더라도 엄벌을 당하는 쪽은 종합건설사일 것이며, 건설사 측에서는 당장 손익구조에서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적극적인 사업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이 복잡한 구조에서 문제는 기인한다.
따라서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핵심은 처벌 강화가 아니라 구조 개선이어야 한다. 영세 사업장에 대한 맞춤형 지원, 산업별 특성과 규모를 반영한 예방 중심 정책, 위험도 기반 관리 체계, 현장 인프라 투자, 교육과 훈련의 내실화, 안전을 경영 시스템 효율성의 일부로 통합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안전을 비용 항목에서 떼어내어 기업 생존과 국가 경쟁력의 전제 조건으로 재편입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해외 사례는 유용한 참고점이 된다. 독일은 기업 산재보험료를 사고율과 연계해 안전 투자가 곧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게 제도 설계를 바꿨다. 싱가포르는 'WSH(Workplace Safety and Health)'를 국가 차원에서 선언하고, 중소기업에도 안전관리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는 처벌보다 제도 설계와 지원을 통해 안전을 경영 합리성에 통합한 사례다.
여기에 노동자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우리는 매일 죽음과 함께 출근한다"라는 어느 노동자의 말처럼, 종합대책은 노동자 당사자의 안전 경험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작업중지권, 위험 알림권, 실질적 안전교육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어떤 제도도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 종합대책의 출발점은 처벌이 아니라 실제 위험에 놓인 노동자의 권리를 현실화하는 데 있다.
문제는 실행 의지다. 정부는 산재 예방의 도덕적 정당성과 정치적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방법을 설계할 역량과 구조 개혁을 밀어붙일 정치적 용기가 부족하다. 반대로 산업계는 국제 표준과 방법을 충분히 알지만, 단기적 이익 손실을 감수할 의지가 없다.
결론은 분명하다. 정부는 의지가 있지만 방법을 모르고, 산업계는 방법을 알지만 의지가 없는 상태다. 이 모순을 방치한 채 처벌만 강화한다면, 사형제도의 무용성처럼 노동안전 정책도 결국 상징만 남기고 현실적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진정한 종합대책은 처벌을 넘어 구조를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