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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3개월짜리 취미생활

매일글쓰기 15.

by 다정한 여유


오늘의 글감 : 흥미와 끈기의 유효기간

저는 끈기가 없는 편인데요, 제일 가까운 사람인 남편이 저를 지켜본 결과, 그 유효기간이 딱 3개월이라고 해요. 그래서 그것에 관하여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여러분은 끈기가 있는 편이신가요? 꾸준한 비결은 뭔가요? 궁금합니다!






"혹시 이제 3개월 된 거 아니야?"

남편을 흘겨본다. 남편은 아니라고 하지만 왠지 좀 비웃는 것 같다. 요즘 달리기도, 민화 수업도 좀 시들해진 것 같다고 말하니 남편이 내게 '흥미 유통기한 3개월 설'을 또다시 제기했다.

생각해 보면 딱 3개월이다. 공교롭게도 3개월이다. 남편은 나를 지켜본 결과 나의 흥미 지속 기간은 딱 3개월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과거의 이력들이 너무도 정확하게 3개월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릇 만드는 것을 배운 적이 있었다, 3개월. 필라테스를 배운 적이 있었다, 3개월. 소도구 운동을 배운 적이 있었다, 3개월. 테니스를 배운 적이 있었다, 3개월. 요리 수업에 다닌 적이 있다, 거의 3개월. 세상에나. 사실 나는 이런 패턴을 모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취미 생활을 정확하게 3개월 만에 그만두었다니. 남편의 3개월 설에 힘이 실린다. 아니 힘이 실리는 정도가 아니다, 거의 사실확정이다. 휴우.


내가 정말로 무언가를 3개월 이상 한 적이 없던가? 회사처럼 해야만 하는 일을 제외하면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학창 시절에 아이돌은 참 오래도록 좋아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것은 내가 살펴보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마냥 좋아하기만 하는 것은 3개월을 넘긴 것들이 많다. 최근에 끈기를 지속하지 못한 것들은 대부분 배우거나 새로 시작하는 것들이다. 처음에는 새로 시작한다는 생각에 설레고 재밌다. 3개월쯤 지나면 흥미가 떨어지고 배우는 것도 조금 어려워진다. 길게 보면 초보지만 설렘은 사라진 상태다. 반복하는 과정에서 지루함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실력의 향상은 느낄 수가 없다. 나에게는 3개월이 지나고부터는 재미가 사라진 '견디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실력 향상이라는 결실을 얻으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간이었는데 인내심이 부족한 탓에 견디지 못하고 포기한 것이다. 그 벽을 하나 넘었다면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지속할 힘을 얻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최근에 시작해서 3개월이 이미 지난 달리기와 민화는 마의 기간을 지나 계속하고 있다. 그럴 수 있는 이유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예전과 다른 점이 몇 개 있다.

첫째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달리기는 독서 모임과 성장 모임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 모여서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런데이'라는 앱을 통해 서로의 달리기를 응원할 수 있고 서로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민화도 같이 배우는 언니가 있다. 같이 수업을 가고 수업이 끝나면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진즉에 '잠시 쉼'을 선언하고 그대로 그만뒀을지 모른다. 함께하는 사람과의 시너지는 나뿐만 아니라 다들 똑같이 알고 있는 것 같다. 러닝 모임에 들어가고 러닝 크루를 만드는 것이 그 이유 아닐까.

둘째는 비용이 적다는 것이다. 그동안 3개월만 하고 그만뒀던 것은 수강료가 적지 않았다. 그러니 흥미가 떨어지는 시점이 되어서 재미도 없는데 여기에 이렇게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 결과 그만뒀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에게 돈이 많이 드는 취미생활은 부담이다. 그래서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에 반해 달리기는 비용이 거의 없다. 러닝용품의 유혹이 강렬하긴 하지만, 이건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민화 수업 역시, 크게 부담 없는 수준의 수강료다. 경제적인 요소는 역시 지속하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셋째는 공개적으로 기록한다는 것이다. 달리기는 '런데이' 앱을 통해 기록된다. 그리고 달리기와 민화에 대한 소식을 SNS에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비록 많은 사람이 보는 공간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나의 활동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꽤 큰 동기부여가 된다. 올리는 소식에 달리는 응원의 메시지는 물론이고, 금방 그만두면 부끄럽지 않을까 하는 적당한 긴장감과 책임감도 끈기를 이어가도록 긍정정 압박을 한다. 아직은 기록 그 자체의 힘보다는 기록을 위한 노력으로 버티는 중이지만, 이 하찮은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언젠가 나에게 더 큰 힘이 되어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돌아보니 이전의 3개월짜리 취미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었다. 3개월의 징크스를 깨준 세 가지. 이 세 가지 비결이 끈기 있게 달리고, 꾸준히 민화를 그리게 해 줄 수 있을까? 과연 이번에는 얼마나 지속하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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