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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Dec 22. 2023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FELIZ NAVIDAD

스페인에선 사실 크리스마스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헛, 이 무슨..!)

예수가 태어난 크리스마스보다는 그 아기 예수를 보러 온 동방박사 축일(주현절)을 더 중요하게 여겨요.

왜 그런고 하니... 


다름 아닌 겨울 세일을 동방박사 축일이 1월 6일부터 시작하기 때문이지요. (기승전 돈이라니 좀 아쉬움)...이라고 했다간 돌 맞겠지요? 하하. 


실은 가톨릭의 입장에선 아기 예수가 왕으로 나셨고, 그 왕으로 오신 이를 인정한 분들이 동방박사 (마법사)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산타는 훗날 튀르키예의 니콜라오스 (니콜라스) 주교에 의해 생겨난 것이고요. 그래서 아이들 학교에서도 성탄 공연 연극이나 춤을 선보일 때는 언제나 예수, 마리아, 요셉 세 분이 제일 자주 언급되어요. 산타클로스, 루돌프 등은 거의 나오지를 않지요.


어찌 되었건 간에 스페인 도시들마다 11월 초부터, 때로는 10월 말부터 거리 곳곳에 성탄 축하의 의미로 전등 장식을 달아 놓습니다. 제가 사는 알칼라에서는 해마다 테마를 달리해서 달았고, 수도인 마드리드 시내에선 여전히 이 거리에서 쓰던 걸 저 거리로 옮기며 재활용을 하고 있네요. 바르셀로나, 세비야 등 돈이 제법 모이는 곳에선 전보다 더 화려하게, 작년과는 또 다르게 장식을 하는데 말이죠. 참... (한 나라의 수도인데 체면이 말이 아님, 하...)


동방박사들이 만나러 간 이는 다름 아닌 예수, 그것도 다 큰 어른 예수가 아닌 막 태어난 아기 예수였잖아요. 그래서 여기 스페인에선 그날이 어린이날이기도 하답니다. 우리나라처럼 따로 어린이날을 지정한 게 아니라, 아기 예수를 만나러 간 동방박사들의 날 1월 6일을 종교적 축일이자 나라의 공휴일, 더불어 어린이날로 다 같이 즐기는 것이지요. 


스페인의 아이들은 그래서 선물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의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1월 6일 동방박사들이 주는 걸로 알고 있어요. 어찌 보면 산타는 혼자인데 동방박사는 그래도 가스파르, 발타사르, 멜초르 세 분이나 되니 아무래도 선물을 제대로 받을 확률이 더 높은 거겠죠? 하하하


마드리드 시내 광고 문구 중 이번 달 12월을 두고 Giving Season이라고 했더군요. 흥청망청 놀고먹으며 보내는 것이 아닌 고마운 분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달. 그분들께 얼른 전화 한 통이라도 더하고, 문자라도 한번 더 보내렵니다. 성탄 당일 일하러 나가지만, 일한다고 뾰로통할게 아니라 만나는 분들에게 초콜릿 하나라도 전해드려야겠어요. 


동방박사에게 보내라는 스페인 우체국 광고 / 출처 las provincias 


제목 사진. 성탄 트리 장식. 알칼라 데 에나레스 대성당 광장. 마드리드




덧글. 성탄의 기쁨과 기분을 함께 나누었으면 해요.


¡A Belén Marcha Ya! (아 벨렌 마르차 야) 지금 바로 베들레헴으로 가요! 

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합창단의 캐럴 영상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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