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열차사고 희생자들의 안식을 위해 기도합니다

삶의 유한함의 목격자가 되었을 때...

by 이루나

"스페인은 원래 달이 안 보여요?"


달이 안 보이는 나라가 있나? 이상한 질문에 하늘을 보니 정말 달이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니 오늘은 달이 없는 날, 그믐이었다. 달이 없으니 별들이 유난히도 빛나 우리는 저마다 고개를 들고 한참 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로 그 시간, 우리가 있던 그라나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선 하늘의 별이 되어 떠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 1월 18일, 스페인 고속열차가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탈선 후 멈춰 섰고 반대편 선로에서 오던 다른 고속열차가 탈선한 열차칸을 전속력으로 들이받았다. 사망자만 46명이다. 그라나다 야경 투어를 마친 후 호텔에 돌아와 긴급 속보로 나오던 사고 소식을 보았다. 우리가 알바이신 언덕에서 하늘의 별을 세고 있었던 무렵 일어난 사고였다. 기차도 비행기도 버스도 많이 타는 여행 가이드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또 사고가 난 지역은 나도 가끔 기차를 타고 지나가던 지역이기에 더 충격이었다.


지난해에는 리스본 전차 사고를 근거리에서 목격하기도 하였다. 일정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식당에 틀어진 TV에서 긴급 속보로 전차사고 소식이 흘러나왔다. 장소가 우리가 식사하고 있던 바로 옆이라 식당 직원에게 지금 일어난 일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다며 본인들도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황급히 식당 밖으로 달려 나가 도로 상황을 보니 이미 경찰차와 구급차가 여러 대 와있었고 속속 더 도착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얼마나 큰 사고였는지는 인지할 수 없는 시점이었고 다만 도로가 통제되고 있었기에 빨리 우리 투어버스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마침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있던 무렵이라 양해를 구하고 얼른 식당 밖으로 나왔는데 이미 도로가 다 통제되어 결국 버스는 한참 걸어가서야 겨우 탈 수 있었다. 힘들게 호텔에 와서 뉴스를 보니 이미 사망자가 보도되었고 다음날에는 사망자 수가 두 자릿대로 높아져 있었다. 한국인 부상자와 사망자들도 있어 더욱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최근 이베리아 반도에서 일어난 큰 사고들을 비교적 가까이서 보았고, 또 두 사고 지역 모두 내가 자주 오가는 곳이다 보니 더욱 크게 와닿기도 했다. 요즘 같이 바람이 심하게 부는 시기에는 출장을 가거나 돌아올 때, 흔들리는 비행기에도 가슴이 서늘하고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희생되신 분들도 사고 직전까지 고민과 여러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하면 현재의 감정들마저 무의미하고 허무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번 열차 사고에서 돌아가신 희생자 가족이 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인터뷰를 들으면서, 우리의 삶의 유한함과 언제든 끝을 맞이할 수 있을 거란 지극한 진실 앞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다들 아셨으면 해요. 우리는 자주 너무 많이 틀립니다. 사실 의미가 없는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족에게는 사소한 걸로도 화를 내요. 그런데 삶은 갑자기 사라져 버리기도 해요. 저도 엄마를 뵈러 갈 때면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한번 제대로 안아 드리지도 않았어요. 아직 안아 드릴 수 있는 가족이 있다면, 제발 그 소중한 기회를 떠나보내지 않았으면 해요."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존재들은, 사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상기해 본다. 또 이 유한한 삶을 목격하며 그 허무함에 숨이 막히기보다는, 그러니 허락된 동안 더 힘껏 살아보겠노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지난해 리스본 전차사고와 얼마 전 스페인 열차사고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