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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무지개 Nov 24. 2016

부엌의 다이아몬드, 트러플(truffle)

역사 속 에피소드 6. 프랑스 대법관이 말한 부엌의 다이아몬드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 미각의 생리학


모던(modern)한 근대 시대에 들어오면서 서양 송로버섯의 수식어가 화려하게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 (Jean Anthelme Brillat - Savarin (1755 ~ 1826))은 결정적으로 트뤼프(트러플, 트루파, 타르투포 등등)가 요리계에서 가장 큰 가치로 부상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이 글은 프랑스 대법관을 다루므로 프랑스어로 특별히 명명해본다, 트뤼프~! 


그동안의 식도락 세계(Gastronomic world)가 프랑스의 왕, 귀족, 부유한 부르주아의 세계에 한정되었다면, 모던한 시대는 모던한 계층의 사람들도 즐기는 계기를 맞는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들은 예술가, 철학가, 작가 등의 인물들을 말한다. 


브리야 사바랭은 법관이자 정치인이었는데 근대 요리의 창시자로 더 이름이 날렸다. 그는 '미각의 생리학 (Physiologie du goût)'이라는 책을 저술했으며, 지금은 고전으로 두고두고 읽히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트뤼프의 수식어, '부엌의 다이아몬드'라고 명명한 이가 바로 이 브리야 사바랭이다. 그는 질 좋은 트뤼프를 가능한 모두 알고 있었으며,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트뤼프(Tuber magnatum), 부르고뉴 지방의 트뤼프 (Tuber aestivum uncinatum)등 다양한 종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가장 사랑한 트뤼프는 검은 서양 송로버섯, Tuber melanosporum이었다고 한다.


트뤼프를 얻고 싶으면 도토리를 심어라.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어디서 이 작은 서양 송로버섯이 나는지 알지 못했다. 무작정 산으로, 들로 나가 땅을 파고 이 귀하고 작은 보석을 캐냈다. 한마디로 복권 당첨과도 같이 모든 것이 운에 달려 있었다.


그런데 세심하고 주의력 있고, 또한 관찰력도 뛰어났던 19세기의 죠세프 탈롱(Joseph Talon)이라는 프랑스 농민은 굉장한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떡갈나무(Quercus robur)와 트뤼프의 연관성을 찾아낸 것이다. "Si vous voulez des truffes, semez des glands."라고 했는데 "만약 트뤼프를 얻고 싶다면, 도토리를 심어라"라는 뜻이다. 이 말은 도토리를 심게 되면 떡갈나무가 자라나고, 그 나무에 트뤼프가 생길 것이라는 예견과도 같은 말... 연관성이 전혀 없는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떡갈나무 뿌리에서 공생하며 자라나는 녀석이 이 트뤼프이다. 물론, 떡갈나무과의 모든 나무에서 가능하다. 이 이야기는 나무 이야기 부분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그러나 근대 이후, 시간이 흐르고 시골에 있던 농민들은 농사가 더 이상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 당시 산업혁명 덕분에 도시의 많은 공장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니 말이다. 역시나 농민들도 도시로 떠나 돈을 벌고자 했다. 농촌은 점점 점점 비어갔다. 하지만, 세상사는 언제나 변하는 법. 다름 아니라 이 세상을 황폐하게 할 전쟁이 터지고 만다.


도시에 있던 사람들은 전쟁이 두려웠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사람들은 이 아수라장이 된 도시를 떠나고자 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전쟁을 피해' 시골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시골에서는 글쎄, 그동안 심어놓은 떡갈나무가 한참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전쟁이 터졌다면 숲이 망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싶지만, 유럽의 피레네 산맥이라든가, 알프스 지대, 이탈리아의 피렌체 산맥 등의 산악 지대는 정말 전쟁에도 끄떡없을 만큼 험악했으므로 숲은 가능했으리라 짐작된다. 


그 떡갈나무 숲에서 다시 우리의 농민들은 이 새까만 검은 서양 송로버섯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이 트뤼프는 대가 끊어지질 않고 여전히 되살아나 식도락의 세계에 또 파고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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