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X법무법인수오재]
최근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 가해자들에게 치밀한 복수를 하는 드라마 '더 글로리'가 흥행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해 다시 한번 전 사회가 경각심을 느끼고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라는 피할 수 없는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형태의 폭력이 졸업 후에는 직장이라는 또 다른 공간에서도 발생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수년 전 문제가 되었던 대기업 오너 일가의 폭언, 폭행과 특정 직업집단에서 자행하는 집단적 괴롭힘 문화, 그리고 사회적 이유가 되지 않지만 현실 직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따돌림, 폭언, 성추행 등 직장인의 70% 내외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사실이 있다는 조사가 나오는 등 학교뿐만 아니라 직장 내에도 많은 동은이가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멈춰!
이에, 2018년도에는 정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정책 과제로 선정하고 그 대책을 수립하였고, 2019. 1. 15.에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소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신설하고 2019. 7. 16.부터 시행 중에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종전의 형법으로 포섭하지 못하던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정의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에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라는 제목으로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넘어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포함하는 포괄적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피해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누구든지 그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제76조의3 제1항),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하며(제76조의3 제2항), 사용자는 조사 기간 동안 피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피해 근로자 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분리조치를 취하여야 하고(제76조의3 제3항),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는 지체 없이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제76조의3 제5항). 또한,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 근로자가 그 사실 신고를 이유로 해고나 불리한 처분을 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여 직장 내 괴롭힘의 신고로 인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벌칙 규정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괴롭힘 행위를 사용자가 할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가 될까요? 근로기준법은 만약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인척인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최근 법률이 개정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직접적인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신고 및 조사 규정 이외에도,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폭행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제8조, 제107조), 정당한 이유 없는 징계, 전보 등 인사 조치를 할 경우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가 가능하도록 하며(제23조, 제28조), 임신 중이거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에 대해 도덕상 또는 보건상 유해·위험한 사업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제65조), 임산부와 18세 미만자의 경우 야간근로와 휴일 근로를 원칙적으로 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여(제70조) 사용자 단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당한 이유 없는 직장 내 인사 조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이 그 정도를 넘어서 형법상 상해, 모욕, 명예훼손, 협박, 성추행, 성폭행에 해당할 정도에 이르게 된다면 형법에 의해 당연히 처벌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우리 법률 규정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포괄적으로 규정하면서 어느 정도는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의 구제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사례로 ① 가해자인 선배가 후배인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술자리를 마련하도록 하면서 “술자리를 만들어라”, “성과금을 받으면 접대를 해야한다”등의 발언을 하면서 강요하는 행위, ② 다른 직장동료가 한자리에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종이를 던지며 모욕을 주는 행위를 가하기도 하고, 차렷 자세로 인사를 반복적으로 시키는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가하는 행위, ③ 본래 업무에 대하여 사용자의 개인적인 일까지 보면서 운전기사, 수행비서 역할까지 하고, 눈이 많이 온 날 맨손으로 대표의 부인 자동차 눈 제거 작업을 시키는 등의 행위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참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 이후 여러 판례들이 나오고 있는데, ① 하급자여도 상급자와 합세하는 수법으로 우위를 점한 후 사내 메신저를 이용해 집단 따돌림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 ② 가해자가 피해자의 교제 거절 의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편지와 문자 등으로 성희롱 행위를 하고 직장 내 선·후임 관계를 이용해 괴롭힘을 한 경우, ③ 가해자가 피해자 단독으로 셀을 구성해 배치하여 업무 수행을 방해한 경우, ④ 상급자가 공개적이 장소에서 무시, 조롱, 질책 등 공격적인 발언을 하고, CCTV를 통해 부당히 감시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 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였습니다(직장 갑질 119, ‘직장 내 괴롭힘 판례 및 사례 분석 보고서’ 참조).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행위들이 일어난 경우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는데, 이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들을 충분히 수집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더 글로리에서 피해자 동은이는 가해자 연진이에게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라고 하며 복수를 시작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는 긍정적인 조사 결과도 있으나 반대로 괴롭힘의 강도는 심해졌다는 조사 결과와 함께 아직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거나 목격하였을 때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비율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아직도 제도와 문화적 안착이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가해자는 좀 더 강하고 빠르게 제재하고 피해자는 두텁고 안정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직장 내 괴롭힘이 사라지는 꿈을 가져봅니다.
만족스러운 조건과 좋은 사람들. 나의 직장이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이 순간에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피해자가 당당하게 피해 사실을 밝히는 것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 '뭐가 됐든 누가 됐든 날 좀 도와줬다면 어땠을까?'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법의 제도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우리가 주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스파크플러스와 법무법인 수오재가 전해드리는 기업과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법률 지식. 다음 이야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