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존재 이유

by 공간여행자


과학기술 시대에 '높이 더 높이'를 외치며 첨탑만을 쌓아 올리고

인문학이라는 땅을 다지지 않는다면 정작 그 탑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끝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책> 자기혁명, 박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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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 전공자에게 '이런 물건이 필요해, 이게 이렇게 작동되었으면 좋겠고,

이렇게 보였으면 좋겠어.'라고 하면

음,,, 하면서 뚝딱 만들어내는 게 신기했다.

그러나, 공학 전문가들이 만들어 낸 제품이나 공간에는 아쉬울 때가 많았다.

이 제품에 얼마나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되었는지,

얼마나 획기적인 기능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주욱 이어지지만,

왜 그걸 만들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기는 어렵다.

제품이나 공간에 대해 기능뿐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떻게 느낄지, 어떤 방법으로 사용하게 될지,

그래서 왜 필요한지.


내가 좋아하는 모 브랜드는 100가지 질문에

모두 답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왜 이런 소재로 만들었는지, 왜 손잡이는 여기에 달렸는지,

왜 내부 색상은 이 색으로 했는지,,,

백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왜에 대한 집요한 고민은 필수여야 하지 않을까.


몇년 전, 참여했던 공간설계 프로젝트에서 설계 이전에

사용자의 의견을 듣고,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

계획을 함께 하는 일련의 과정을 생략 가능하다고 여기고,

사용자의 동선이나 행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본인이 그동안 해왔던 방식만을 고수하려 했던

건축사무소장에 크게 실망한 적이 있었다.

모든 건축사가 그런 태도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설계 관련 프로젝트는 건축사무소가 주가 된다.

디자이너는 필수로 지정되지 않는 이상 참여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공간을 화려하게, 아름답게 만드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공간을 사용할 사람,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충분히 고려한 멋진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사용하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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