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예술을 보여준 다음에 물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 하이다이버 최병화
여기서 '예술'은 우리의 삶 그 자체로, '물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이빙대에서 떨어지는 굉장히 짧고 한정된 시간, 즉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며 다양한 선택들이 모여 역동적인 삶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죽음이 없다면 삶에 의미가 있을까?
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죽음에 있으며, 죽음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삶의 의미를 찾는 힘이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의 의미를 외부(신)로부터 찾지 않고 오직 나라는 존재 안에서 찾기 시작할 때 진정한 의미의 자유 - 죽음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을 수 있으며, 동시에 자유인으로써 주체적으로 삶을 음미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생각이다. 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의 도망이 아닌, 실존자로써 나의 본질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다이빙대에서 떨어지는 그 시간이 무한히 길다면, 그때도 인간은 여전히 자신의 삶과 죽음을 신에게 의지하고 있을까? 죽음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끝은 정해져 있고, 다음 기회도 없다. 우리 모두는 머지않아 '물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죽음이 있기에 사람들은 한 번뿐인 삶을 더욱 값지고 의미 있게 채워나가려 한다. 죽음보다 앞서 달려갈 때,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찾게 된다고 생각한다.
죽음이 있기에 삶도 의미가 있는 것이며, 삶은 곧 죽음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