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아름다울 우리

2025. 1. 14. Damien rice Concert

by 산들

첫 번째 곡은 아마도 rootless tree였던 것 같다.

어두운 무대 위, 조명 한줄기가 떨어지는 그 끝에 Damien rice가 홀로 서있었다.

그리고는 늘 그러했듯 초연한 목소리로 독백하듯 가사를 내뱉었다.


Explain to her your weakness

So she undertands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눈물이 흘렀다. 세상에서 가장 큰 외로움을 삼킨듯한 그의 목소리가 나를 울린 것인지, 이 곡을 자주 듣던,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어느 한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지금껏 애써 비밀로 잘 숨겨왔던 누구보다 공허하고 외로운 내 마음을 너무나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나를 부끄럽고, 슬프고, 가슴 벅차오르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저 맥락 없이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에 머릿속은 뜨거운 한여름에 폭우가 쏟아지는 듯했다.


잠시 눈을 감았다. 하나씩, 하나씩,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던 많은 생각들을 밀어내고 온몸의 감각을 그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데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슬프고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온통 머리에 그의 목소리가 가득 차고 마치 꿈 속 같았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자기의 노래를 듣기 위해 이곳에 모인 너희들은, 분명 마음이 아픈 사람들일 것이라고. 그의 말에 모두가 따라 웃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우리도 금세 알아차렸다. 지독히도 현실적인 ‘진단’같았다. 졸지에 환자가 되어버렸지만, 사과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은 내게 그 어떤 말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위로가 되었으니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쓸쓸함과 외로움을 노래하는 그와, 그 노래에 눈물 흘릴 수 있는 우리는 결국 같은 감상과 감정과 감격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그의 말대로 우리 모두가 어떤 고칠 수 없는 병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곡, 9Crimes가 흘러나온다.


Is that alright, is that alright?

is that alright with you? no.


빛 한줄기에 의지해 위태롭게 서서, 슬픔을 토해내듯 노래하는 그를 보며 생각한다. 이토록 슬픈 세상이지만, 꽤 살아볼 만하지 않나. 이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 이미 우리는 더 이상 외롭기만 한 존재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