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K리그 클래식 스플릿 라운드 서울 v 수원 매치 프리뷰
이제 남은 경기는 네 경기, 다음 시즌 ACL 출전을 위한 서울의 마지노선은 리그 4위다. 그리고 4위 수원을 상대로 이번 시즌 네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5위 서울의 승점은 54점, 4위 수원은 56점. 리그 대결이지만 사실상 토너먼트 맞대결 성격을 지닌 이번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다.
이기는 팀이 사실상 다음 시즌 아시아 무대로 간다.
지난 19일 축구회관에서 슈퍼매치 기자회견이 열렸다. 평범한 질문과 답변으로 시작되었지만 최근 군에서 전역한 수원 김은선이 선공을 날렸다.
“군입대 전 마지막 슈퍼매치에서 5-1로 이겼다. 기회가 된다면 황선홍 감독님께 그 선물을 드리고 싶다. 황선홍 감독님은 5골 먹어본 적이 없다.”
김은선이 언급한 그 경기가 기억난다. 2015년 4월 18일, 당시 최용수 감독의 침통한 표정과 경기 후 SNS에 돌아다니던 ‘5eou1’ 해시태그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 날, 너무 많은 골을 몰아넣은 것일까? 이후 치른 9번의 슈퍼매치에서 수원은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황선홍 감독이 답했다.
“그런데 3년 동안 우리를 한 번도 못 이긴 게 팩트고, 내가 서울 부임 후 한 번도 못 이긴 게 팩트다. 나는 자신이 있다.”
2015년 4월, 그 경기 이후 서울은 수원에게 패하지 않았다. 5승 4 무, 이번 시즌 앞서 열린 세 차례 대결에서도 서울이 2승 1 무로 앞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황선홍 감독이 서울 사령탑을 맡은 이후에도 3승 1 무를 기록 중이다. 황선홍 감독의 자신감에는 기록이 보여주는 근거가 있었다. 황선홍 감독은 김은선의 ‘도발’을 ‘팩트 폭력’으로 잠재웠다.
“수비수 자신이 컨트롤할 볼이 없다고 안심할 때, 상대 공격수가 쇄도하여 놓치는 장면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훈련 때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수비를 보강했다.”
서정원 감독의 최근 인터뷰에서 많은 것을 엿볼 수 있다. 서울과 수원, 양 팀은 서로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번 시즌 네 번째 만남, 상대의 패를 다 알고 있고 숨길 것도 없다. 수원은 2-0으로 승리한 지난 울산 전에서 5경기 만에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근 5경기에서 2골만 내준 서울과 달리 수원의 수비는 최근 5경기에서 6골을 실점하며 복합적인 불안 요소를 드러냈다. 집중력이 비교적 잘 유지되다가 사소한 개인 실수로 예상치 못한 골을 내주는 장면이 있었고, 상대 스트라이커가 높은 위치에서 공을 움켜쥘때, 모든 시선이 유도되어 리턴 타이밍에 맞춰 침투하는 다른 공격수를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울산 전에서 이런 문제점은 잘 드러나지 않았고 복귀한 조나탄은 쉬고 있던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이번 슈퍼매치에 매튜가 전북 전에서 발생한 징계로 결장하지만 조성진이 다시 수비의 중심을 잡고 있고 김은선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울산도 최근 득점력이 그리 훌륭하진 않지만 공격진의 침투력과 속도는 서울보다 낫다. 그런데 수원은 그런 울산에게 실점 없이 승리하며 최근 울산 전 7경기 무승의 흐름을 끊어냈다. 최근 공격 루트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에게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한 가지 추가하면, 이번 주 수원은 서정원 감독과 재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시점에서 꽤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수원과의 최근 맞대결 무패 기록에 지나치게 집중할 필요는 없다. 서울은 최근 리그 5경기에서 3승 2 무로 패가 없다. 그리고 무패 기간 동안 두 골 밖에 실점하지 않았다. 최후방을 지키는 양한빈에 신광훈과 황현수의 꾸준함, 여기에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웅희까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득점 없이 무승부를 기록한 지난 전북 전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전북은 공격 유닛들의 개인 능력을 앞세워 서울의 수비 블록을 흔들었다. 최소 인원으로 만들어내는 단순하지만 정확한 콤비네이션에 슈팅을 허용한 장면이 여러 차례 있었다. 전북 김신욱, 로페즈가 서울 수비진을 괴롭힌 것처럼 수원의 박기동, 조나탄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공격 상황에서 수원은 전북보다 팀으로 만드는 패턴 플레이를 더 자주 활용한다. 이는 수비가 정리된 서울에게 더 나은 상황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W-IHzbzr0&feature=youtu.be
“공격 축구의 정의를 내리기는 힘들다. 홈경기이기에 수비 라인을 어디에 두느냐가 경기 양상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황선홍 감독은 적극적인 경기를 약속했다. 모든 경기의 최우선 목표는 승리하는 것이다. 서울에게 무승부는 의미가 없다. 승점 3점이 더 절박한 쪽은 서울이다. 수비도 중요하지만 결국 공격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커맨더 오스마르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고 이상호도 부상이다. 여기에 윤일록의 컨디션도 썩 좋지 않다. 데얀이 출전한다면 서울에서 300번째 경기가 되겠지만 지난 9경기에서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평균 이상이고, 코바, 이상호가 부상당하지 않았다면 황선홍 감독의 무기는 더 다양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경기를 얘기하면서 동시에 수비 시작점을 고려하는 상황이다. 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이다. 전방 유닛들의 컨디션과 밸런스를 잡아주는 오스마르의 부재를 생각하면 높은 지점에서 수비를 시작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윙어 더하기 스트라이커가 주고받는 역습, 아니면 이명주나 주세종 같은 중앙 미드필더가 기점이 되어 두 번째, 세 번째 공격수의 침투가 동반된 세밀한 콤비네이션이 나와야 한다.
공격 유닛들의 컨디션이 좋았을 때는 종종 나오던 그림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즌 종반, 서울의 공격 유닛들은 결코 싱싱하지 않다. 서울 역시 현재 상황이 명확하다. ‘깜짝 카드’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기존의 카드가 힘을 내야 한다.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의 썰전 때문에 시끄러운 재미가 있었고 덕분에 이번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가 더 기다려졌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요즘 가장 조용한 데얀에게 뭔가 느껴진다.
원래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