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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민 Sep 06. 2019

스포츠 프라퍼티 전쟁과 의미 그리고 한계와 가능성 下

스포츠 마케팅 시장은 수십 년째 블루오션이다.

가능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분야다. 대한민국 스포츠 산업은 유신체제 하에 대기업 주도로 시작된 프로화로 인해외형적으로는 선진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비춰지나 많은 스포츠 관련 협회나 단체들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 주도의 탑다운(Top-down) 방식에서 오는 후유증을 지금 겪고 있는 중이다. 최근 스포츠 인기가 높아지면서 스포츠 구단들이 자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수익구조 개선이라는 명분하에 그나마 모기업으로부터 받던 지원이 줄면서 도약은커녕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GDP대비 스포츠 산업 매출액의 연평균 성장률이 GDP성장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시점이라 미래 성장 원동력으로 스포츠 산업을 육성하려는 시대적 흐름 속에 스포츠 산업이 놓여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이 글은 필자가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대행사라는 직업은 누군가의 일을 대신하여 행해주는 일이다. 기업 입장에서 본인들이 소화할 수 없는 전문적 영역이거나 혹은 아웃소싱을 통해 더 큰 경제적 이익이 예상될 경우 대행사를 찾게 된다. 전문 영역은 결국 사람이나 사람이 만든 시스템 싸움이다. 기업들은 아웃소싱(outsourcing)과 인소싱(insourcing)중 어느 쪽이 도움이 될지 고민과 실험을 반복하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대행사 의존 비중을 어디까지 유지하는 가를 결정하는 일이 주요 업무로 부각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들은 늘 불안하다. 어쩌다 반짝 기록한 흑자가 다음해 적자로 이어지는 일은 부지기수다. 

▲한국 프로야구는 혼란과 격동 속에서 출범한 전두환 정권의 제5공화국 당시 국민의 관심과 시선을 정치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지게 하기 위하여 1982년 3월 27일 역사적인 개막경기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들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의식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수입원 다변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한 것이다. 광고주 다변화나 합병 등의 과정이 그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행사들은 대행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점차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한다. 이제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들은 저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프라퍼티 전쟁의 시대가 온 것이다. 


지난 글에서는 거시적 관점에서 스포츠 프라퍼티 전쟁을 다뤘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산업화에 성공한 거대 자본이 성장가능성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처로 스포츠 산업을 지목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연예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자신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스포츠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은 스포츠 마케팅 최전방에 서있는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들이 자기 스포츠 프라퍼티를 개발하고 확보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스포츠 프라퍼티를 주도적으로 확보하고자 했던 최초의 시도는 IBSPORTS다. 


IBSPORTS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 최초 MLB중계권 판권 사업을 시작했다. 이전까지 중계권 판권은 지상파 3사를 중심으로 코리아 풀이라는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 입찰 형태로 진행되었다. IBSPORTS는 이러한 관행을 깨고 박찬호가 맹활약하던 시기인 2005년부터 2008년까지 MLB 국내 중계권 독점권을 확보했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 반발로 중계권 재판매가 여의치 않자 당시 IBSPORTS는 케이블 채널인 엑스포츠(Xports)를 설립하고 MLB경기를 직접 중계하기에 이른다. Xports는 MLB컨텐츠를 바탕으로 스포츠팬들로부터 짧은 기간 높은 인지도를 올리며 높은 광고매출을 기록한다. 이후 IBSPORTS는 김연아, 손연재, 차준환 선수 등 스포츠 스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며 선수에 대한 에이전트 권리를 확보한다. 


스포츠 에이전트 시장은 김연아 선수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는데 김연아 선수의 전성기 시절을 함께 한 IBSPORTS는 경기장 외 많은 광고수익을 확보하며 러닝캐런티라는 생소한 계약까지 이끌어 내며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냈다. 2008년 IBSPORTS는 김연아 선수를 내걸어 페스타 온 아이스(Festa on ice)라는 아이스 쇼를 개최했는데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가 만든 대형 스포츠 이벤트로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중계권료 수익, 스폰서십 수익, 입장권 수익, 머천다이징 수익을 이끌어 냈다. 


2015년 IBSPORTS는 갤럭시아SM으로 사명을 바꾸었다. IBSPORTS시절 김연아 아이스 쇼의 노하우를 살려 손연재 체조 갈라쇼를 개최했다. 체조 종목은 피겨와 달리 갈라쇼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아이스 쇼의 노하우를 체조 무대로 옮긴 것이다. 갤럭시아SM은 박인비, 유소연, 김자영, 안신애 선수와 같은 여자프로골퍼선수들을 새로운 프라퍼티 자원으로 확보하기도 했는데 골프가 가진 프리미엄 이미지를 바탕으로 여러 스폰서들이 후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골프 시장이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기량을 가진 여자프로골프선수들을 활용해 여자골프올스타전 격인 챔피언스 트로피(Champions Trophy)라는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 이벤트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외형적으로는 이벤트 골프대회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가 주최/주관한 대회로 중계권료 수익, 스폰서십 수익, 입장권 수익, 머천다이징 수익 등 다양한 수입원이 생겼다. 기존 골프대회 대행에서는 공식적으로 대행료 수입이 전부지만 자신이 주최주관하는 프라퍼티 이벤트는 이렇게나 다양한 수익원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골프선수 에이전트와 골프대회 대행으로 성공을 이룬 스포티즌


골프선수 에이전트와 골프대회 대행을 바탕으로 크게 성장한 스포티즌은 최근 골프 에이전트 경험을 토대로 테니스 시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골프와 테니스는 개인종목으로 상금 규모가 크고 상위 층이 즐기는 고급 스포츠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두 번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중국 여자 테니스 간판 리나(Li Na)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한 일본 오사카 나오미, 대만 셰쑤웨이 선수 등 아시아 권 여자테니스 선수들이 최근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테니스 종목에서 세계랭킹 100위권을 기록한 선수는 국내 탑 메이저 골프선수 못지 않는 스폰서십 계약이 뒤따른다. 최근 국내 테니스선수로는 정현과 권순우가 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스포츠 마케팅 회사들은 테니스 선수를 미래 프라퍼티로 염두 해 두고 있다.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중앙)와 A.F.C Tubize(A.F.C 튀비즈) 선수들. 사진출처 : A.F.C Tubize(A.F.C 튀비즈) 페이스북

2014년 스포티즌은 벨기에 2부리그 팀 A.F.C Tubize를 인수하며 새로운 프라퍼티를 발표했다. 비록 벨기에 2부리그 팀이지만 일개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가 해외 구단을 인수했다는 사실은 업계에 크게 회자되었다. 벨기에 리그도 EPL과 마찬가지로 1부리그에 진입하는 순간 돈방석에 앉게 된다. EPL은 1부리그 기준으로 중계권료의 50%를 20개 팀에 균등 분배하고 나머지 50%는 리그 순위와 방송 횟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분배한다. 중계권료 수익이 증가함에 따라 구단들은 더 비싼 선수를 사들일 수 있고 이는 경기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더 많은 관중과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밖에 스포티즌은 청춘FC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들을 A.F.C Tubize와 연계 기획하며 다양한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화제작사 NEW 당구컨텐츠에 투자


태양의 후예, 변호인, 부산행 등을 흥행 시킨 영화제작사 NEW는 브라보앤뉴라는 스포츠 마케팅 자회사를 만들었는데 최근 당구 컨텐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브라보앤뉴가 설립한 프로당구협회는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가 프로 협회를 만든 최초의 사례다. 당구 인구,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지만 과거 유해 시설로 지목되어 음지에 있었던 당구를 프로당구라는 새로운 형태로 재포지셔닝하며 양지로 끌어올렸다. 1회성 스포츠 이벤트 개최에서 벗어나 당구 산업 전체를 염두하고 있어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프로당구 결승전 전경. 사진제공 : PBA TOUR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들의 프라퍼티 전쟁 뒤에는 엄청난 리스크가 존재한다. 


현재 A.F.C Tubize는 17-18시즌 최하위를 기록하며 3부리그로 강등되었다. 팀이 1부 리그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중계권료, 입장권, 스폰서십 수익 확보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구단이 자신이 아닌 부채로 분류된다는 의미다. 청춘FC와 같은 프로그램은 해당 방송사에게는 광고, 협찬 등 큰 수익을 안겨주었지만 이를 함께 고민하고 성공시킨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에게는 별다른 수익을 안겨주지 못한다. 방송 프로그램 흥행이 기획사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야심 차게 출범한 프로 당구도 기존 당구 대회와 차별화를 알리기 위해 전 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단순히 프로대회 하나를 유치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넘어 세계당구연맹과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된 당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2개의 아이스 쇼가 동시에 열리고 있는데 새로운 스타 발굴 역시 중요한 과제다. 김연아, 차준환 선수의 뒤를 이을 만한 새로운 스타가 발굴되지 않는다면 아이스 쇼 같은 특별한 스포츠 컨텐츠가 지속성을 가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스타 발굴은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뿐만 아니라 해당 스포츠 협회 단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상으로 스포츠 프라퍼티를 두고 펼쳐지는 치열한 스포츠 마케팅 현장을 살펴보았다. 사례 자체가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로 한정되어 있어 스포츠 프라퍼티 전쟁이라는 거창한 주제에 부합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무엇이 이득이 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과정은 많은 이들에게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도 시장에는 가능성 있는 많은 콘텐츠가 존재한다. 


대행사는 콘텐츠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끌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변화를 주도하고자 하는 노력은 기업에 정체성과 생명력을 가져온다. 자신이 주도하는 일은 남의 일보다 재미있고 특별하며 가치 있다. 지금까지 스포츠 마케팅 사 스포츠 프라퍼티 확보 전쟁을 살펴보았다.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현장을 엿보면서 각자의 작은 인사이트를 발견했으면 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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