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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Nov 16. 2020

`혼자`를 버티는 법 배우기


 왜 기자가 됐느냐는 질문에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아서`라고 대답했었다.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글로 옮기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되는 것 역시 좋았다. 아,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그러한 행위를 매우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매일같이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일에 생각보다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꽤나 좋아하는 선배는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자신의 수명을 깎아먹고 있는 것 같다고도 얘기했다.



자신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 편인지에 따라 본인이 외향적인지 혹은 내성적인지를 간단히 구분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들며 기운을 얻는다면 외향적인 편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추스른다면 내성적인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내 경우는 글쎄, `그때 그때 달라요`.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지만, 대부분은 친구들을 만나서 맛집을 다니고 술을 마셨던 것 같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오래할수록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아무래도 사람과 부딪혀가며 떨어져나간 에너지는 사람으로 채울 수 없나 보다 했다.


육아휴직을 하고 말 못하는 아이와 온종일 씨름하니 다시 사람이 고파졌다. 아부부부 어버버버 하는 옹알이 말고, 정확히 문장을 말할 줄 아는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공동육아가 절실해 매일같이 동네에 또래를 키우고 있는 다른 육아맘들을 찾아 헤맸다. 시간 여유가 있는 친구들을 호출했다. 이렇게 남편이 출근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빼곡히 스케줄을 채웠다. 상대방의 사정으로 하루의 일정이 비어버리면 얼마나 마음이 불안한지, 이 하루를 어떻게 버텨야 할까 땅이 꺼져라 한숨이 쉬어졌다. 그런 날은 `번개`를 위해 여기저기 연락을 돌렸다.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엄마들에게 공동육아는 사랑이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오래된 친구가 아닌데도, 엄마들과의 수다에는 힘이 났다. 수다를 떨지 않더라도 옆에서 고생하는 다른 엄마를 보며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혼자만의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내 자신이 조금 답답해졌다. 공동육아가 좋지만 내 아이와 둘이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나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육아휴직으로 또다시 전업 육아 전선에 뛰어든 나는 아이와의 시간에 조금 더 집중해보기로 했다. 아이를 위해서뿐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아기가 낮잠을 잘 때 같이 쉬고, 아이가 깨어나면 힘을 얻어 놀아주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둘째 아이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 요령을 조금 더 터득했고, 이미 첫아이 때 다른 엄마들과의 공동육아로 나 혼자 고생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경험을 했기에 굳이 위안을 받을 필요를 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울음과 떼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깜냥도 생겼다. 혼자 아이를 보는 시간에 대해 더 이상 겁내지 않는다. 아, 물론 혼자서 둘을 보는 시간은 겁이 난다. 그 시간은 시터의 도움을 받는다. 이 부분은 또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듯하다.


두 아이가 모두 어린이집에 다니는 시기가 되면 하루에 얼마큼은 `엄마의 시간`이 생길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못 만났던 친구들을 하나둘 만나야지, 커피숍에서 실컷 수다를 떨어야겠다. 아기 어린이집 학부모들과 인맥도 쌓고, 라며 꿈같은 상상을 하지만, 그때가 되어도 그간 못 만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너무 목매지 않으려한다. 대신 엄마가 아닌 나를 위해 써야겠다. 예전처럼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면서 말이다.


소설가 김영하 씨는 산문집 `말하다`에서 마흔이 넘어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다고. 쓸데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고,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다고.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 걸,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들을 걸, 그냥 거리를 걷든가`라는 후회를 한다고 한다.


사람의 가치나 사람과의 관계를 가벼이 여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사람을 만나는 일과 관계를 맺는 일에 치중하다가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을 외면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다. 혼자의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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