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비움' 기록이 2026년의 나에게 말을 건다

by 새봄

5년 전 이맘때 쓴 글을 다시 꺼내 본다. 2020년 11월,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며 집콕과 재택근무가 생경한 일상이 되었던 시절의 기록이다. 모두가 집밖에 나가지 못하던 그때는 한동안 주춤했던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2026년 지금, 마스크는 서랍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지만 누군가는 '한물 간'유행 이라고 표현하던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던 나에게 ‘내 공간’에 대한 깨달음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었다. 아래는 그때의 기록이다.


코로나19는 환영할 수 없지만 미니멀라이프의 귀환은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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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행과는 동떨어진 미니멀라이프 도전자로 살고 있어 도리어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코로나 미니멀라이프'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다시 전국, 아니 전 세계에 미니멀라이프 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 이미 도전자의 삶(이자 도전을 끝내지 못한 삶)을 진행 중이라 이러한 삶이 새로운 트렌드인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다니, 어떤 면에서는 나 자신을 칭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삶의 변화가 엄청난 것은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집콕'을 해야 하는 시대라니, 지난해 처음 이런 삶이 시작되었을 때는 '언제 또 이런 일이 생기겠어' 싶었는데, 이제는 이 상황이 일상이 되었고, 심지어는 2019년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마저 생긴다. 직장인들은 비자발적으로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아이들은 학교와 유치원·학원·어린이집에 가지 못한다. 하루 종일 집 안에서 복닥대야 하는 날들이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잔짐이 쌓이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짐이 거추장스러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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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삶을 위해서는 공간 확보가 중요하고, 공간의 확보는 당연히 '비움'이 우선되어야 한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이 시점을 '도전적이고 불확실한 상황'이라면서도 "공간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원할 경우에는 공간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그 역시 신간 홍보를 비롯한 대부분 일정이 취소되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고 있었다.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곤도 마리에에게 기자들은 "재택근무를 할 때 어떻게 공간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고 한다.

미국 비즈니스 전문 매체 패스트컴퍼니는 '코로나19가 맥시멀리즘의 종말을 가져왔다'는 주제의 기사를 보도하며 "미니멀리즘이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으로 귀환했다"고 언급했다. 과거 미니멀리즘이 다소 극단적이고 차가운 느낌을 줬다면, 코로나19로 인해 귀환한 새로운 미니멀 바람은 '따뜻함과 편안함'을 조금 더 강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구와 인테리어 산업 측면에서의 분석이겠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나 역시 인상 깊게, 그리고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의 제목인 '아무것도 없는 집에 살고 싶다'처럼, 과거 미니멀라이프는 최선을 다해 비우는 것에 상당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집 안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서는 '텅 빈 공간'보다는 '아늑한 공간'에 대한 욕구가 많아지고 있다. 불필요한 가구와 물건은 과감히 비우지만, 집 안에서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기존 가구들을 보다 좋은 가구로 교체한다.

코로나 대유행은 공간을 가장 귀중한 '자산'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폐쇄된 공간에 머물고 있지만 최대한 개방적인 느낌을 갖기 위해서 고민이 이어지고, 이런 고민은 자연스럽게 미니멀라이프의 바람직한 귀환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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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감은 있지만 미니멀라이프의 재유행을 두 손 벌려 환영한다. 사실은 취할 것만 취하는 식으로 미니멀리스트에 도전해온 나로서는 조금은 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돌아온 '새로운 미니멀라이프'가 더 취향에 맞기도 하다. 유행이 돌아왔다고 하니, 다시금 주변 지인들에게 미니멀라이프를 권유해봐도 좋을 일이다.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가벼운 비움은 의외로 기분전환이 된다. 갑자기 추워진 이 시점, 얇은 옷들을 상자 속에 넣으면서 이번 가을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들을 버리거나 기증해보자. 얼마 전, 찬장 깊숙한 곳에서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영양제를 처분했더니 마음이 뿌듯해졌다. 물론 유통기한이 지나도록 다 먹지 못한 건 반성할 점이다. 이렇게 하루에 하나씩, 불필요한 물건들과 작별하다 보면 작지만 큰일을 한 기분이다.

가혹한 2020년을 가혹하기만 한 해로 기억하는 대신, 보다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시간으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외출할 자유를 빼앗긴 한 해지만, 내 공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미니멀라이프 도전은 새로운 취미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비자발적 재택근무를 간헐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금 나의 동선을 불편하게 만드는 물건들을 즐겁게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겠다.


지독했던 2020년을 지나 2026년의 오늘을 살고 있는 지금, 미니멀라이프는 더 이상 거창한 '도전'이 아닌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었다. 사실 이렇게 말을 하기도 조금 부끄러운 수준이다. 나는 여전히 어지르고, 여전히 물건을 사고는 후회한다. 하지만 예전보다 금세 그 물건들의 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우리 집에서 쓸모를 다한 것들은 기꺼이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데 익숙해졌다.

5년 전 찬장 구석의 영양제를 비우며 뿌듯해하던 그때의 마음을 다시 떠올려 본다. 오늘 퇴근길에는 오래된 서랍 한 칸을 다시 정리해 볼 생각이다. 이 도전은 끝나지 않을 것임을 너무도 잘 알지만, 그러니 멈출 필요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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