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경영1_진정한 전략가는 발명자가 된다
회사에서 특허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대개 기술자가 아니라 경영진이다. 기술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연구실에서는 코드와 알고리즘에 집중하지만, 사업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그 기술이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지, 경쟁사들과 어떻게 차별화될지, 무엇보다 어떤 지속가능한 경쟁력으로 전환될지를 고민하고 있다. 특허는 단순히 기술을 보호하는 방패가 아니라, 사업 전체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팀장급에서 특허 출원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진정한 특허 전략은 훨씬 높은 차원에서 수립되어야 한다. 기술팀이 개발하고 있는 알고리즘이 단순히 성능 개선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인지를 판단하려면, 업계 전체의 흐름과 경쟁사들의 움직임, 고객들의 미래 니즈까지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디지털휴먼과 감성 AI, NFT 기반 기술을 개발하면서 7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던 경험을 돌이켜보면, 특허 기획은 기술 개발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사업 설계의 첫 번째 단계였다. 개발팀이 기술적 구현에 몰두하고 있을 때, 경영진은 이미 해당 기술이 어떤 시장 포지션을 점유할 수 있을지, 어떤 라이센싱 전략을 펼칠 수 있을지, 나아가 어떤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를 구상하고 있어야 한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재산권을 축적하는 행위가 아니라, 회사의 미래 수익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하나의 특허가 단독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여러 특허들이 서로 연관되면서 전체적인 기술 생태계를 형성할 때 진정한 경쟁력이 생긴다. 디지털휴먼 기술에서 감성 인식, 자연어 처리, 3D 렌더링 기술들이 각각 개별 특허로 보호받으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통합된 서비스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로 이런 관점이다.
특허를 먼저 기획하는 사람이 고위 경영진인 이유는, 특허가 현재의 기술적 성과를 보호하는 수단이 아니라 미래의 사업 기회를 선점하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에는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걸리지만, 특허 전략은 그보다 훨씬 앞선 시점에서 수립되어야 한다. 경쟁사가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핵심 원천기술에 대한 권리를 확보해두어야 하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해당 영역의 표준이 될 수 있는 기술적 접근법을 특허로 보호해두어야 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기업들은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윗선의 생산성도 질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AI와 자동화로 일반 업무의 효율성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원진이 여전히 과거 방식의 관리와 의사결정에만 머물러 있다면 조직 전체의 혁신 속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허 발명자가 되는 것은 임원진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단순한 관리자에서 혁신 리더로 진화하는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다.
더 중요한 것은 특허 기획부터 직접 발명자가 되는 것까지 분야별 최고 책임자 수준에서 주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CFO는 특허 포트폴리오가 회사의 재무 구조와 투자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재무 관리 시스템이나 투자 알고리즘에 대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직접 발명하고 발명자로 특허를 출원해야 한다. CSO는 전체 사업 전략과 경쟁 우위 확보 관점에서 사업 모델이나 전략 실행 방법론에 대한 독창적 발명을 하고 발명자가 되어야 한다. CMO 역시 고객 가치 제안과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마케팅 기술이나 고객 경험 시스템을 직접 고안하여 발명자로서 특허를 출원해야 한다. 각 영역의 최고 책임자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직접 발명자가 되어 특허를 창출할 때, 비로소 특허가 단순한 기술 보호를 넘어서 각 기능 영역의 핵심 경쟁력을 구현하는 실질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단순히 연차와 시간의 축적으로 윗자리에 앉게 된 사람에게 특허 기획 같은 전략적 업무의 윗선 직급과 직책을 부여하는 것은 조직 전체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조직 내에서의 위치가 높아질수록 현장에서 멀어지면서 기술에 대한 직관을 잃을 수 있고, 정치적 고려나 단기적 성과 압박에 매몰되어 장기적 관점을 놓칠 수도 있다. 진정한 윗선이란 차부장급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특허 기획에서도 마찬가지로 단순한 기술 보호 차원을 넘어서 전사적 비전과 연결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실무에서 특허 출원을 경험해 보면, 단순히 기술 명세서를 작성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기술이 어떤 비즈니스 모델과 연결될 수 있는지, 어떤 파트너십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어떤 투자 스토리로 발전할 수 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특히 특허 명세서 작성 과정에서 기술자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멤버의 예측 배치나 3D 에셋 설정 등의 기획적 요소들을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기술 구현에 집중하는 개발자는 보지 못하는 사용자 시나리오나 비즈니스 로직의 혁신적 측면을 기획자 관점에서 포착해서 특허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NFT 기반 디지털 콘텐츠 거래 시스템을 특허로 출원할 때도, 기술적 구현 방법뿐만 아니라 해당 기술이 창작자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기존 플랫폼들과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는지, 글로벌 확장 시 어떤 법적 이슈들이 있을 수 있는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했다.
지식재산권은 현대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무형자산 중 하나가 되었고, 특히 기술 기업에서는 특허 포트폴리오가 기업 가치 평가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회사에서 특허를 기술적 성과의 부산물 정도로 인식하거나, 법무팀의 업무 영역으로만 한정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특허 전략은 기술 개발 로드맵과 사업 전략, 투자 계획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가능하고, 이런 통합적 관점은 각 부서의 이익을 넘어서 전체 조직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 위치에서만 발휘될 수 있다.
진정한 특허 전략가는 기술적 깊이와 사업적 통찰력,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어야 하고, 이런 역량은 단순히 조직 계층상의 위치가 아니라 실제 성과와 경험을 통해 증명되어야 한다. 시간으로만 올라간 사람보다는 실질적인 전략적 사고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해당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이는 단순한 인사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전체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전략적 의사결정이다.
특히 NET 기업이나 기술특례 인정을 위한 요건에서 특허는 지속적으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단순한 기술력 증명을 넘어서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혁신성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표로 특허가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 특허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특허를 단순히 기술팀의 부산물로 여기거나 법무팀의 업무로만 한정해서는 안 되고, 전사적 전략 자산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허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곧 미래를 먼저 보는 사람이고, 기술의 가능성을 시장의 기회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능력은 직급이나 경력으로 자동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학습과 경험의 축적,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깊은 관찰과 통찰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