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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다람쥐 Feb 16. 2019

#6 기자에서 회사원으로

언론계는 여전하고 나는 좋은 선택을 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거의 2년 만이다. 새로운 직업을 갖게 돼 적응하느라 정신없다는 핑계로 글쓰기에 게을렀다. 반성하며 회사원이자 홍보인으로 살아온 지난 2년여간의 소회를 적어보기로 한다.

올해로 7년 차 직장인이 됐다. 그중 5년은 기자로, 2년은 홍보인으로 살고 있다.(중간에 쉬었던 기간이 꽤 길다)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두 직업을 모두 겪어본 결론은 '현재 시점에선 언론계는 개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이다. 그리고 개인적 삶의 질 차원을 보자면 기자보단 홍보인의 삶이 더 낫다.

나는 회사에서 언론 홍보 업무를 혼자 맡고 있다. 실무자는 나 하나다. 바로 위가 관리자급 직책이기에 보도자료 작성 및 기자 응대, 네트워크 형성, 직접적 언론 대응은 전부 내가 도맡고 있다. 회사 규모가 중견기업 수준이어서 매일 바쁘지는 않으니 가능하지만, 내가 휴가 등으로 부재 시에는 업무가 사실상 중단된다.

지난 2년 여간 상대해 본 언론계는 여전했다. 그나마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기자들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나를 상대로 취재활동을 했다. 상식이 통하는 기자들이 다수이지만 언론사 문화와 일부 몰지각한 기자들은 변함이 없었다. 몇몇 때문에 전체 물을 흐린다.

때만 되면 걸려오는 전화와 받게 되는 메일이 있다. "**대상", "**브랜드 대상" 등 각종 시상식 참여 공문이다. 시상식에 참여하면 상도 주고 수상 기념 홍보 기사도 나가니 당신네 회사에 좋지 않냐는 의도에서 보내는 거다. 이 상들은 언론사마다 규모는 다르지만 일정 수준의 돈을 지급해야 받을 수 있는 상이다. 비용은 500만~1500만 원 등 천차만별이다.

즉 이 회사가 정말 잘한 게 있어서 상을 주는 게 아니라 돈 주면 상을 받을 수 있으니 시상식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내가 이 회사 언론홍보를 맡은 이후 이런 요청을 들어준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회사가 딱히 잘한 것도 없는데(오히려 지적당할 게 많은데) 그냥 돈 벌려고 회사가 굴러가는 건데 상을 받을 이유가 없으니 거절했다. 물론 저런 데 참여할 예산도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자료 요청이다.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들은 회사 홍보실(나)에 전화해 각종 자료를 요청한다. 통상적인 기자들의 취재활동이다.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런데 일부 기자들은 사실상 거의 출고된 기사 수준으로 완성된 자료를 달라고 한다. 본인은 복붙 후 약간의 수정만 하고 싶으니 '을'인 너희들이 기사를 다 만들어오라는 뉘앙스로 말이다.

"너네 회사 이름으로 된 자료가 기사로 나가는데 얼마나 좋은 홍보 기회냐" 이런 뜻이다.

대다수의 기자들은 본인이 취재하며 업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혹은 이런 자료는 있는지 물어보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청을 하지만 저런 말도 안 되는 기자들이 한 30% 정도는 있다.

제발 게으름 피우지 말고 본인들이 받는 돈만큼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기자 본인이 개인적으로 확보할 수 없는 전문적인 자료나 멘트야 홍보실에서 도와주는 게 당연하지만, 누가 봐도 조금만 수고를 하면 구할 수 있는 자료를 취합하기 귀찮다고 통째로 기업 홍보실에 요청하는 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나.(누구는 '단순 노가다'를 하고 싶은 줄 아나)


일단 기본적인 느낌은 이렇다. 앞으로 주기적으로 홍보인으로 살아가며 겪고 있는 에피소드를 올리려 한다. 비판성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도, 그냥 일기 같은 내용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얘기들을 풀어가 보도록 하겠다.

** 사족 : 기자가 아닌 회사원으로 사는 삶의 개인적인 소회를 말하자면 가장 좋은 점은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 인상도 훨씬 편해졌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큰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칼퇴근이 가능해 워라밸은 극에 달했다. 내 적성에도 이 직업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 삶의 만족도는 이전 직업보다 상당히 높다. 전직을 했던 과정은 다소 고통스러웠지만 그 선택은 아직까진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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