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식을 사야 하냐고요? 식탁에 답이 있습니다.
한국경제 김용준 기자
2007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참치집에서 저녁을 먹게 됐습니다. 단골인 일행을 위해 주방장이 직접 좋은 부위를 들고 들어왔습니다. 그가 한마디 했습니다. “요즘 참치가 엄청나게 비싸졌어요.” 앓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예의상 왜 그런지 물어봤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참치를 먹기 시작해서요”라더군요. 일행과 웃으며 일리 있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문득 주방장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증권담당 기자로서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본능이 발동했습니다. 일단 참치로 유명한 D사의 재무제표를 뒤져봤습니다. 누구나 금융감독원 공시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숫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매출, 이익이 3년째인가 함께 늘고 있었습니다.
IR팀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담당자는 친절히 설명해줬습니다. 중국인들이 참치를 먹기 시작한 것은 맞지만 참치회가 아니라 참치캔을 먹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맞다는 얘기였습니다. 담당자는 또 무슨 협약에 따라 수산회사들이 잡을 수 있는 참치의 양이 줄고 있어 가격이 더 뛰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공급 측면에서도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한다는 얘기였습니다. 다른 참치회사 S사도 비슷하게 실적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참치값이 올라 참치 회사들이 잘 나간다는 기사를 한 줄 썼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쯤 지인이 밥을 한 끼 사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 기사를 보고 투자해 돈을 벌었다고 했습니다. 기사를 쓴 이후 D사 주가는 약 1년간 두 배쯤 뛰었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그 이후에 부침이 있기도 했지만 더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참치 얘기를 꺼낸 것은 2022년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생활입니다.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은 복잡한 사업이나 수익모델을 갖고 있는 IT 기업에 투자하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한 기자가 그에게 투자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대형 마트에서 카트를 끌고 쇼핑을 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얻는다”고 했습니다.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최근에는 IT 기업 중 한 곳 주식을 사서 큰돈을 벌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주식은 애플이었습니다.
다음은 숫자입니다. 개인적으로 테슬라처럼 꿈을 먹고 자라는 회사도 좋아하지만 전통 기업 중 꾸준히 매출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회사를 좋아합니다. 관심종목을 확대할 때는 매출이 증가하는지를 유심히 봅니다. 영업이익은 투자가 많아지면 줄어들지만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무언가 사업에 기초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모멘텀’이라고 불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참치에서는 중국과 어획량 규제라는 모멘텀이 있었습니다. 이 대표적인 예는 정부 정책입니다. 정부가 돈을 쏟아붓기 시작하면 꼭 수혜를 보는 기업들이 생겨납니다. 예를 들면 작년 HMM 같은 기업입니다. 2020년 봄으로 기억합니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인터뷰를 했습니다. 기사의 제목은 “HMM은 꼭 살리겠다”였습니다.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유일한 한국 국적의 선박회사를 지원하겠다는 얘기였습니다. 당시 주가는 5000~6000원 선이었습니다. 이후 세계적으로 경기부양책이 실시되며 물동량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HMM 주가는 1년여 만에 10배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정부 정책은 항상 살펴봐야 할 모멘텀입니다.
시장 지배력도 빼놓을 수 없는 선택의 기준입니다. 규모가 크건 작건 시장을 지배하는 회사는 어려운 시기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기가 끝나고 나면 그 기업들은 더 높은 순위에 자리 잡게 됩니다. 그 회사들이 집중돼 있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구글 모두 시장의 지배자들입니다. 동학개미들이 서학개미로 변신한 것은 이런 면에서 당연한 듯 보입니다. 삼성전자, 대만 TSMC도 모두 반도체 시장의 지배자들입니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면 트렌드입니다. 2020년 4월 키다리스튜디오라는 이상한 이름의 상장사를 발견했습니다. 키다리아저씨도 아니고. 웹툰 서비스로 매출이 1000억 원에 가깝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이후 언론에 다뤄지기 시작했고, 당시 5000~6000원 하던 주가는 한때 2만 원을 넘겼습니다. 웹툰을 기반으로 다양한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한국 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끈 트렌드에 올라탄 결과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밖에도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2022년 얘기를 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2022년 주식시장은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너무 돈이 많이 풀려 물가가 오르자 각국 정부가 돈을 회수하거나 공급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유동성 축소는 주식시장에 악재입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살아 움직일 게 분명합니다.
한국의 가장 큰 이벤트는 대통령 선거입니다. 가장 큰 쟁점은 부동산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습니다. 대책은 여야 후보 모두 “공급 확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건설업종을 유심히 살펴야 할 이유입니다. 야당 후보는 원자력발전소 축소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원전 관련주가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번 트렌드가 형성되면 일정 기간 지속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마이크로트렌드가 메가트렌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2021년 시장을 달궜던 메타버스, NFT(대체불가능토큰), ESG, 한류 등의 트렌드는 새해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아,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코로나19가 언제쯤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현재로서는 인류와 함께 가는 풍토병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지점에서는 바이오 업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듯 보입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보복 소비는 필연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엔터테인먼트, 명품, 화장품 그리고 술 관련 주식들도 잠재적 후보군으로 분류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런 투자의 기본은 앞서 말했던 관심과 학습이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강조하며 글을 맺습니다.
한국경제 김용준 기자
스토리텔러를 꿈꾸는 경제기자. 숫자에도 사람 냄새가 배어있다고 생각하며 취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