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사업, 그냥 시작해 버렸다
1-1. 사업, 그냥 시작해 버렸다
> 시작은 언제나 불안함에서 온다.
그리고, 어떤 시작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처음 내가 사업자를 낸 건, 나를 위한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내 미래의 남편이 될 사람을 위해서였다.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오래 함께한 남자친구가
지금의 본업이 너무 힘들다며,
부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던 그날,
우리는 아주 단순한 마음으로 첫 ‘사업’의 실험을 시작했다.
그가 제일 잘하던 가죽으로 액세서리를
만들어 팔아보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퇴근 후마다 동대문을 돌고,
손에 잡히는 샘플을 고르고,
브랜드 이름도 만들었다.
의미를 담은 로고도 돈을 써서 직접 제작했다.
그렇게 스마트스토어를 열었다.
그리고 아주 호기롭게…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주문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퇴근하고 와서 만들 수 있을까? 너무 힘들지는 않을까?”
지금 보면 좀 귀여운 걱정이지만,
그때는 진지하게 그런 고민을 했었다.
결국 그 부업은, 남자친구가 본업에서
더 깊은 일에 투입되며
자연스럽게 접게 되었다.
그리고 사업은 그렇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우리 기억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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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그 무언가, 다시 떠오르다
2021년, 당시 나는 학원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표님이 학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말했다.
“그럼 저도 그만둘 거예요.”
그게 내 마음이었다.
사실 난 오래도록 ‘의리’ 하나로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마음과 달랐다.
생계가 걸려 있으니 바로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원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마음속 어딘가에 깊게 박혔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터졌다.
전국 학원이 문을 닫아야 했고,
나는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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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뭘 더 해야 하지?”
그 질문이 나를 다시 흔들었다.
이렇게 벌다가는, 정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은 시간을 활용하자고 마음먹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뭘까?
내가 좋아하는 일은 뭘까?
나는 조용히, 인스타그램을 열고
내가 만들 수 있는 상품을 하나씩,
기록지처럼 남기기 시작했다.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가능성을 하나씩 꺼내보는 과정이었을 뿐이었다.
그게 나의 진짜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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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나는 항상 작은 목표를 세우며 살아간다.
남들은 “크게 꿈꿔야 해”라고 말하지만
나에게 큰 꿈은 쉽게 좌절로 이어졌다.
나는 작은 퀘스트를 깨나 가며,
게임 속 아바타처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더 잘 맞았다.
처음부터 사업가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사실, 나는 ‘사업’이라는 단어에 회의적이었다.
“사업은 돈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야.”
“사업하면 더 바쁘고, 더 힘든 거잖아.”
그 생각은 내 사고의 틀이었고,
나는 그 틀 안에서 안주하고 있었다.
띠링!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어느 날, DM 하나가 나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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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구매하고 싶은데요.”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그 사진 하나가,
누군가에겐 사고 싶은 ‘상품’이 되어 있었다.
그 말을 보고 나는 문득 생각했다.
“장비가 필요하긴 한데… 만약 10개만 팔 수 있다면
그 돈으로 장비를 하나 사도 되겠다.”
그 장비는, 사업이 안 돼도
내 실생활에서 쓸 수 있으니 부담 없었다.
딱 10개만 팔아보자.
작은 목표였다.
놀랍게도, 그 목표는 이루어졌다.
나는 새 장비가 아닌 당근마켓에서
그 장비를 저렴하게 구했고,
직접 가져오던 날 두근거림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감정.
내가 만든 걸 누군가 좋아해 준다는 설렘.
그 감정이 문제였다.
또 다른 목표를 만들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어느 날 우연히, 창업 경진대회 공고문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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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된 나의 1인 창업 여정.
사업은 거창한 계획보다,
아주 작고 사소한 감정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이 ‘시작’의 본질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