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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취생 Sep 20. 2023

성공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여유를 찾아야 하는 이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에디슨이 말하였다고 한다. 10대에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그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원하는 게 그저 노는 것 밖에 없었고, 노는 일은 대부분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꿈조차도 너무 현실성 없는 것들이어서 실패에 대한 부담도 적었다. 성인이 되고, 백수 시절 너무 많은 실패를 경험하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맞을까? 이쯤이면 한 번쯤 성공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직업을 구하기 위해 시도한 일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게 실패가 쌓여갈 때쯤 왠지 무엇인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아버지 없이 탄생한 자식이 있나?


 성공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실패라는 어머니와 함께 어떤 이름을 가진 아버지가 필요했다. 내가 성공을 낳지 못하는 이유는 실패라는 여성과 결혼할 남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나는 실패와 결혼한 남편의 이름을 반성이라 부르기로 했다.



- A와의 만남-


 회사를 입사하고 최근 우연한 계기로 주말에는 9시간씩 이틀 동안 편의점에서 일을 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나에게 남겨진 빚을 생각하면, 그 힘듦도 감내할만했다.


 편의점에서 일하며 한 명의 20대 동료 A를 알게 되었다. A는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에 대학교를 졸업했고, 취업이 잘 되지 않는 관계로 아르바이트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술집과 편의점에서 꽤 오래 일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편의점 사장은 나에게 A가 일을 아주 잘한다고 자주 칭찬을 하였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사장이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 하소연은 A에 관한 이야기였다.


 A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동안 자격증 공부를 하는데, 손님이 와도 인사를 하지 않고 계산할 때 빼고는 계속 공부만 한다고 했다. 또한 가게 청소를 잘하지 않아서, 다음 근무자가 청소를 많이 한다고 했으며, 새벽 6시 출근인데 몇 분씩 지각하는 일이 자주 있었고, 7시 넘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근무일지에는 항상 정상 출근으로 기록되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에는 누구보다 일을 잘했다고 말했다.


 사실 A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회사 출근하는 길에 잠시 들려서 간단한 교육을 해달라는 사장의 요청을 받아 1시간 남짓 본 것이 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를 자르겠다고 이야기하는 사장의 말을 듣고 그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한 오지랖인걸 알지만 그의 이야기도 듣고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전해주어야 될 것 같았다. 어쩌면 그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하면서 나의 자존감을 높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솔직히 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20살부터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고, 회사 생활도 했으며, 자영업을 하며 3년간 직원들에게 월급을 준 경험이 있었다. 그러면서 배운 것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 안에서 느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의 입장, 회사원의 입장, 사장의 입장 저 마다 다 사정이 있다. 내가 겪어보지 않으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인생을 조금 더 산 사람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후배에게 모범을 보이며 때로는 자신이 겪은 다양한 관점을 설명해 주는 것이 우리를 위한 일이라고 믿는다. 조언인지 잔소리인지는 듣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닌 타인의 행복을 위해 진심을 담아 생각을 전하는 것 밖에 없다.


<분류의 오류에 관하여>


 제조업에서 무엇인가 분류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때 중요하다. 특히 품질 사고가 발생하면 그  분류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진다. (사실 정의의 또 다른 의미는 분류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분류(정의)를 할 때 주로 4M을 많이 사용했다. 4M은 Man(사람), Machine(장비), Material(재료), Method(방법)을 의미한다. 어떤 사고가 발생했고, 그 사고를 개선하거나 예방하기 위해서는 4M 중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만약 잘못된 분류를 선택하여 개선을 하게 될 경우 앞서 발생한 사고는 재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분류의 오류를 막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 A의 사정-


 무더운 여름, 휴가 기간 중 하루 시간을 내 그를 만나기 위해 편의점을 방문했다. 1+1 음료수를 계산하고 A와 나눠 마셨다. 일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냐고 물었다. A는 특별하게 없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그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백취생 : 사장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것에 관해서 좀 듣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개인적으로 사장님의 이야기를 100%로 신뢰하지는 않거든요.

 

 (사실 편의점 사장은 나의 전 직장 선배이며 한 때 관리자였다. 8년간 그와 함께 생활해 본 나는 그 선배를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며 만나야 하는 인연으로 분류했다. 순간순간 감정이 넘치고 그 감정을 여과 없이 말할 때마다 나는 자주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를 불편하게 만든 감정을 본인은 금세 잊어버렸다.)  

 

 나의 말을 듣고, A는 내가 사장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는지 속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A : 백취생님은 편의점을 직장이라고 생각하세요?

백취생 : 음...... 직장은 아니죠.

A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저의 에너지를 더 많이 쏟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백취생 : 그렇죠. 에너지는 한정적이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죠.

A : 그런데 사장님과 점장님은 저에게 사장님과 점장님만큼 편의점에 관심을 가지고 일하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백취생 :......


 확실히 아르바이트생에게 사장처럼 일하기를 기대해선 안된다. 하지만 A는 분류의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을 하고 싶거나 하고 싶지 않은 기호의 문제로 접근했다.


백취생 : 하나만 물어볼게요. 혹시 근로계약서 작성했어요?

A : 네 작성했어요.

백취생 : 근로계약서에 근로시간과 시급이 적혀있었어요?

A : 네 적혀있었죠.

백취생 : 혹시 사장님이 월급을 제대로 안주던가요?

A : 아니요.

백취생 :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은 차이가 있어요. 대체로 하고 싶은 일은 나와 맺는 계약이고, 해야 하는 일은 타인과 맺는 계약이에요. 우리는 살면서 두 가지 계약을 다 해보죠. 가끔 두 개의 계약이 운이 좋아 겹치기도 하지만 대체로 겹치지 않아요. 그리고 나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은 계약이 파기되지 않지만, 타인과 약속을 어기는 것은 대부분 계약이 파기돼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타인과 계약에 의해서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하고 싶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입니다. 편의점 일은 본인이 사장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팔고, 사장은 대가로 돈을 주기로 계약한 거예요. 혹시 사장이 이 계약을 먼저 어겼는가요?

A : 아니요.


 A는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사실 그가 몰랐다고 나에게 한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으나, 이후에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 말을 믿어 주고 싶었다. A는 편의점 일을 마치고 2시간 뒤 저녁에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술집 일을 마치고 4시간여 자고 다시 편의점에 출근해서 일을 한다. 그리고 남들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떳떳한 직업을 가지기 위해 자격증 공부 중인데,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서 편의점에서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좀 더 구체적인 Tip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은 본인에게 공부하라고 시급을 주는 사람이 아니기에 A에게 편의점에서 공부하지 말라고 했다. 근무 시간동안 할 일을 다했더라도 잠시 쉬면서 천천히 일하는 척이리도 하라고 했다. 그리고 사장은 지인이 많기에 손님이 오면 친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A와 대화를 마치고 전 직장 선배인 사장과 통화를 했다. 그에게 A를 좀 더 지켜보자고 부탁했다. 사장은 내가 말해도 안 되는 걸 네가 말했다고 고쳐질 거라고 생각하는 게 오만하다며 화를 냈다. 사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정말 오만한 일이기도 했고, 화를 낼 만한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일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좀 더 지켜보고 말자고 할 위치는 아니니 말이다. 그래도 A가 사장의 눈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더 강했다. 사장은 기분파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아주 잘해주기 때문이다.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들-


 주말이 되었고, 편의점에서 일을 마치고 점장과 교대를 하였다. (점장과 사장은 다른 인물이다.) 점장에게 A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내가 다녀간 후 3일 동안은 편의점이 깨끗했는데, 3일 이후부터는 예전과 똑같다고 했다. 그래서 점장과 함께 A 씨가 근무한 시간의 CCTV 영상을 한번 돌려 봤다.


 편의점에는 Staff Room이 있는데, 유일하게 CCTV가 없는 곳이다. A는 근무시간 동안 물건이 들어오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Staff Room에 들어가 있었다. 청소도 물론 하지 않았다. Staff Room에는 벨이 있는데, 손님이 들어오면 울린다. 그 소리를 듣고 손님이 오면 계산대로 와서 계산을 하고 계산이 끝나면 다시 Staff Room으로 들어갔다. 굳이 사장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CCTV를 자주 보기에 조만간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품질 자격증 준비를 위해 편의점을 그만둔 9월의 어느 날 사장이 나에게 사진 몇 장을 보냈다. Staff Room에 판매용 두루마리 휴지가 깔려있는 사진이었다. 그랬다. 사장은 CCTV를 보고 A가 Staff Room에 들어간 틈을 타 편의점에 깜짝 방문한 것이다. A는 미쳐 Staff 룸에 깔려있는 휴지를 치우지 못했고 그 상황을 사장에게 들켰다. A는 판매용 휴지들을 깔고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상품이 들어오면 선입 선출을 해야 하는데, 진열된 상품을 빼고 새로운 상품을 안쪽으로 밀어 넣지 않고 바로 진열하여 유통기한 지난 제품이 많이 발생하였고, 심지어 계산하지 않고 편의점 상품을 먹은 후 전산을 고쳐서 재고 조정을 한 것까지 점장과 점주에게 발견되었다.


 A가 편의점을 그만두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다. 이미 난 편의점 일을 그만둔 상태였지만, 진심으로 A가 편의점일을 잘 해내길 바랐다. A는 며칠 전 사장이 A가 편의점 CCTV를 보자 CCTV 보지 말라고 바로 전화가 와서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그래서 A는 사장이 CCTV를 보는 것이 부담되어서 Staff Room에 들어가 있었다고 했다. 다시 말해 Staff Room으로 숨기 시작한 지는 며칠 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아마 A는 한 달 전에 내가 CCTV를 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보다 A의 숨는 행동은 사장이 CCTV로 감시를 했기에 발생한 것처럼 이야기했다. A는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의 행동으로 부터 비롯된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A는 이런 끔찍한 사장은 평생 처음 만나봤다고 말했다.


A로부터 금전적으로 힘든 개인사를 들었고, 그가 이 난관을 잘 헤쳐나가기를 바랐었다. 아직도 처음 대화했을 때 나에게 해준 그의 말을 기억한다.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까요? 하는 일마다 다 잘 안 되요. 빚 때문에 밤에 잠도 잘 못 자요."


 A의 그 말은 20대 취준생일 때 가지고 있었던 나의 속마음과 같았다. 취업도 안되고, 학자금 대출에 시도하는 일은 다 잘 되지 않았다. 참으로 답답했었다. 그래서 A에게 자꾸 감정 이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여유를 찾아야 하는 이유-


 실패는 도처에 있다. 심지어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의 실패를 한다. 이 실패들이 모이면 성공을 낳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패만으로는 절대로 성공을 낳을 수 없다. 왜 실패를 했는지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하며, 그 반성을 토대로 다시 도전을 해야 한다. 회사에서 품질 부서는 매년 Issue Reflection 활동을 한다. 한해를 돌이켜보며 발생한 Issue들을 분석하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파악하여, 다음 해에는 동일한 Issue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를 작성해서 보고한다. 사실 가장 하기 싫고 힘든 일이다. 그러면 이 하기 싫고 힘든 일을 하면 다음 해에 동일한 Issue가 발생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절대 아니다.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한 Issue가 또 발생한다. 혹은 몇 년 뒤에는 정말 똑같은 Issue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라도 반성하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기에 이 정도밖에 발생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인생이 하나의 제품이라면 우리는 인생의 품질관리를 해야 하며, 인생의 품질 관리를 하는 이유는 나라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의 만족을 위해 제품에 발생한 Issue 반성은 이렇게 심도 있게 하면서 과연 내가 고객인 내 인생에서 일어난 Issue에 대해서는 제대로 반성하고 있을까?


 A에게 어디서 무엇을 하던 빨리 여유를 찾기 바라며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인사를 건네며 마지막 통화를 마쳤다. 진심으로 그가 여유를 찾길 바란다. 과거 내가 잘 안 풀리던 일들에 대해 주변 탓을 한 적이 많았다. 그 당시 나는 여유가 없었다. 상황이 좋았으면 잘했을 텐데, 상황이 좋지 않아 내가 이런 행동을 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백수가 되고 여유를 찾으니 명확하게 보였다. 누구나 상황이 좋으면 잘할 것이다. 결국 안 좋은 상황에서도 잘 해내는 것이 성공을 결정했다. 실패와 반성이 만나야 성공을 낳을 수 있다. 그리고 실패와 반성이 만날 확률을 높이려면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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