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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쌈장 Jan 04. 2023

왜 나만 여행계획 세우냐?

피곤한 J형

"왜 나만 안절부절인지."

"누가 계획 세우라 했냐?"


하루의 일과가 완벽히 짜이지는 않아도 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져야 안심이 된다. 이 계획병이 생긴 것은 아이 키우고 나서 더 심해졌다. 아이 돌보며 자유여행 하기란 쉽지 않고, 누구를 위한 여행인지 모르겠는. 그래서 더욱 그 여행이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고생한 만큼 기억에 남는다고.


사진출처 : 픽사 베이


J형의 남자를 만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계획형 둘이 만나면 분담해서 정보를 찾으면 좋을 텐데.

"너는 먹을거리를 찾아봐. 나는 가볼 장소, 가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볼게."  사실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말해도 미리 알아보지 않는 성격이라 내 마음만 아프다.

청소도 답답한 사람이 먼저 한다고. 내가 매번 찾고 계획을 해야 한다.






"우리 어디가?"

"우리 밥 뭐 먹어?"

그가 제일 잘하는 소리이다. 답답해 죽는다. 심지어 어제 카톡으로 정보를 보냈는데도 또 묻는 남자다. 회사에서 너만 일하냐.


연애시절에는 내가 제안하면 다 좋다고 해서 내 말을 철석같이 알고 다 들어준다고 얼마나 좋아했던가. 자기애가 넘쳐나는 자기 세계 분명한 AB형 남자인지도 모르고.(AB형이 다 그렇진 않겠지만 우리 집 남자들 다 AB형. 갑자기 우울)




직접 고른 다이어리. 요즘 초록색이 좋아진다.




가족들에게 새해 선물로 다이어리를 선물했다. 쓰기를 하게 되면서 내면을 파악하게 되고 나 자신을 성찰하며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었다. 우리 가족이 쓰기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서 공유하고 싶었다.


"우리 다 같이 버킷리스트를 써보자. 내년에는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어디를 가고 싶은지 생각해서 써보자."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는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 아들은 뭘 하고 싶은지 공유하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


"나는 가족이랑 여행 가는 것이 중요하지, 뭘 해야 하고 뭘 먹어야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바로 답해버리는데. 말문이 막혀버렸다.

제대로. 와우. 너님 좀 최고인 듯.


'잉? 뭘 하고 뭘 먹는지 중요하지 않으면 뭐가 중요하지?'


갑자기 시간이 될 때 이왕이면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가 있으면 여행을 더 쉽게, 더 재밌게 준비할 수 있지 않나. 나에겐 하고 싶은 것이 많아 당장이라도 몇십 개 쓰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래. 넌 그런 게 중요하지 않으니 나와 아들이 하고 싶은데로 하면 되는 건가. 항상 내 의견에 좋다고 얘기해줘서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지.

사실 하고 싶다는 것이 없다는 것은 죽은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전혀 이해가 되진 않지만. 한편으론 상대방을 존중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고,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 끝없는 감정싸움으로 나에게 돌아온다.


그가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이해해 왔는지. 과연 그와 올바르게 소통하고 존중해주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내가 맞다 생각하고 밀어붙였을지도 모른다. 상대방은 아내의 강요에 고통받고 있는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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