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으로만 버티던 내가 호주 워홀을 선택하기까지 (1)

by 이상엽

나는 어렸을 적 과보호와 행운의 연속에서 살아왔던 것 같다.

가지고 있는 공부머리에 비해서 대학에 갈 수 있었고, 대학에서는 중간 이상의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당시 수능 4등급에 맞춰서 들어간 학교였다. 하지만 나의 실력을 알기에 나는 그것도 엄청난 운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환경의 대학교 생활도 무난했다.

선배들과도 동기들과도 그리고 후배들과도 그럭저럭 지냈던 것 같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거리를 돌아다녀보기도 했고, 대학교 동아리 친구들과 밤새 피시방에서 게임도 하고, 수업 중간에 도망간 적도 있었지만 운이 좋게도 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난 군인이 되었다.

대학교 2학년 때 알게 된 ROTC에 반강제로 지원하였는데, 내가 붙어버린 것이다. 평소에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못 믿을 이야기였다. 어떻게든 군대를 늦게 가고 싶은 마음, 또 간부로 가면 돈을 조금 더 준다는 말에 혹한게 나의 솔직한 지원동기였다. 그렇게 2년 6개월의 시간이 흘러 곧 전역을 앞두게 된 말년 중위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 속에 빠지게 되었다.


지방대 졸업, 취업하기 어려운 문과 쪽의 전공, 있을 리 만무했던 토익 성적은 어떤 회사에 지원해도 나에게 오라는 응답이 없었다. 8명의 동기들은 저마다 자기소개서, 면접 경험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곳에 내가 쓸 수 있는 말풍선은 없었다. 그렇게 취업에 대한 희망은 잃어갔다.


그러다 이런 내 상황을 알게 된 대대장님께서 호주 육가공 회사에 취직해 보는 게 어떠냐며 나에게 취업 소개 서류를 보여주셨다. 육가공이라는 말을 난생처음 들어본 나는 한참 동안 서류를 만지작 거리다 결국 서류에 적힌 연락처에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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