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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는 마음
by sseong Jul 08. 2018

주례없는 결혼식을 생각하다

주례를 부탁하고 싶은 어른이 없다  

결혼식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중이다. 결혼식은 양가 어머니의 화촉점화, 성혼선언문 낭독, 신랑신부입장처럼 어느정도 순서가 정해져있다. 결혼의 정석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마음같아서는 10명 내외의 손님만 모신 작은 결혼식이나 야외에서 파티분위기를 내는 결혼식을 하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결혼식은 순수한 신랑신부의 행사가 아니다. 부모님 행사의 성격도 있어서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판에 박힌 결혼식을 하고 싶지도 않다. 인생에 한번 하는 결혼식인데 남들과 완벽하게 똑같은 건 재미없지 않나.


조금이라도 둘의 색깔을 결혼식에 넣으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례없는 결혼식을 생각하게 됐다. 전국의 수많은 주례선생님들께는 죄송하지만 대부분의 주례는 재미가 없다. 결혼식을 많이 가본건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주례가 단 하나도 없다. 아, 여자친구는 기억에 남는 주례가 있었단다. 그날따라 주례가 신랑의 이름을 자꾸 틀리는 실수를 했다. 신랑의 이름이 재민인데 "신랑 민재군은...."을 한 5번 넘게 반복했단다. 나중에는 하객들이 답답해서 "신랑 민재군은..."이라고 할때마다 "재민!!"라고 크게 소리쳤단다. 아니 주례 선생님 해도해도 너무한거 아닙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신랑이름을 틀리다니요.


이런 실수는 보통 주례가 신랑신부와 안면이 없는 사람이어서 발생한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 신랑신부의 결혼을 축하하는데 전혀 안면도 없는 사람이 와서 주례를 한다는게. 그게 주례와 신랑신부와의 인연보다는 주례의 사회적 지위가 중요해서 그렇다. 꼭 주례를 소개할때 그 사람의 약력을 소개한다. 주례를 하려면 최소 목사님이거나 어느 대학 교수이거나 고위관료거나 어느 회사 높은 지위 하나 정도는 차지해야 한다. 주례가 결혼하는 집들의 위세를 드러내는 수단이어서 그렇다. '급있는' 주례는 '우리는 이런 사람을 주례로 세울 수 있다'를 하객들에게 보여준다.


미안하게도 여자친구와 나는 그런 높은 사람을 알지 못한다. 사돈의 팔촌 인맥까지 동원하면 아예 불가능한건 아니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다. 태어나서 한번도 본적없는 사람이 떡하니 나타나서 둘의 결혼을 축하한다니, 결혼을 선언한다니 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높은 단상에서 우리를 내려보며 대단한 사람인냥 결혼 후에 이렇게 살라 저렇게 살라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아니 당신이 뭔데 내 결혼생활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겁니까. 우리가 언제 봤다고. 무엇보다 당신이 우리 결혼생활에 대해 조언할 만한 '어른'인지도 모르는데.


만약 진짜 어른이라면 기꺼이 주례를 부탁할 의사가 있다. 그냥 어른말고 진짜 어른.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가 많다고, 나보다 삶의 경험이 많다고 어른은 아니다.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존경할만한 점이 차고 넘쳐서 '아 나도 저 사람처럼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어른을 아직 나는 만나지 못했다.(부모님 제외) 적어도 내 결혼을 축복하고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덕담을 해줄 사람이라면 뭔가 하나라도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누군가의 삶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어른'의 역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굳이 부르고 싶은 주례를 꼽으라면 일본의 우치다 타츠루 선생 정도다. 다양한 분야에서 통찰력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본의 대중 사상가이자 <개풍관>이라는 합기도 도장의 사범이다. 최근에 우치다 타츠루 선생이 쓴 <곤란한 결혼>을 읽으면서 '이 정도 어른이라면 직접 모셔서 주례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곤란한 결혼>에 실려있는 우치다 타츠루 선생의 축사 일부를 옮겨보면 이렇다.


"딱 한 가지 구체적인 조언을 추가하고자 합니다. 상대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더라도 너무 신경 쓰지 마시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조차도 잘모릅니다. 당신이 배우자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건 십중팔구 그 배우자 본인도 잘 모르고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당신, 내게 진짜 원하는 게 뭐야?" 같은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질문을 듣고 곧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그 '잘 모르겠는 사람'이 항상 자기 옆에 있고 같이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함께 놀며, 기대고 싶을 땐 의지할 기둥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인식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훨씬 더 감동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오랜 시간 결혼생활을 하시는 과정에서 두 분 모두 문득 옆에 있는 배우자의 옆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하는 의문이 드실 겁니다. '내가 이 사람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구나'하고 불안할 때도 있을 겁니다. 이런 의문과 불안감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때는 그 '잘 모르겠는 사람'과 나름의 세월을 서로 의지하며 지내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시면서, 그것이 오히려 '기적'이었음을 마음속으로 축복하시라고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금 두 분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우치다 타츠루, <곤란한 결혼>

결혼은 잘 모르겠는 사람과 항상 같이 밥을 먹고 수다를 떠는 것이구나, 잘모르겠는 사람과 나름의 세월을 의지하며 지낸다는 건 그 자체로 기적같은 일이구나. 책을 읽으며 새롭게 깨달았다. 책에서 느껴지는 기운도 좋았다. 너무 힘주어 말하지 않으면서 솔직하게 말하는 태도. '별 것 아닌 듯 쉽게 말하는데 깨달음을 주는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멋진 어른의 모습 중에 하나다. 그래 어른대접 받으려면 최소한 이정도는 해야지.


문제는 우치다 타츠루 선생을 주례로 모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거다. 그렇다고 성에 차지 않는 어른을 주례로 모실 수도 없고. 이래저래 생각하다 주례없는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 막상 주례없는 결혼식을 결정하고보니 요즘 주례없는 결혼식이 대세인 이유를 알겠다. 주례를 부탁할 좋은 어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괜히 잘못 부탁했다가는 결혼식 분위기만 망친다. 그럴바에야 주례없는 결혼식을 선택하는게 속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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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결혼을 결심하기까지 
 1.현명한 포기
 2.100일만에 결혼할 여자를 알아보는 법
 3.내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생각한 것
 4.어쩌면 생길지 몰라, 기적
 5.결혼을 결심하게 된 순간들

2)결혼식을 준비하면서
 1.주례없는 결혼식을 생각하다

3)결혼 이후의 삶에 대한 바람 
 1.홈플레이트의 포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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