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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희 Aug 20. 2019

양파가 자꾸 썩어서 고민이시라고요?

양파를 썩히지 않고 장기 보관할 수 있는 팁을 공개합니다

양파는 요리계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내가 하는 웬만한 요리에는 양파가 빠지지 않는다. 자주 해 먹는 된장찌개, 각종 야채볶음, 최근에 새롭게 도전한 닭볶음탕까지. 모두 양파가 없으면 서운한 음식들이다. 샐러드용 양상추와 더불어서 집에 항상 구비해두는 야채다.


다만 양파는 보관이 어렵다. ‘자 이제 요리를 시작해볼까?’하고 양파망을 열었다가 썩은 양파를 발견한 적이 여러 번이다. 썩어서 물을 질질 흘리고 있는 양파들을 보면 나도 울고 싶어 진다. '넌 된장찌개에 들어갔어야만 해. 내가 마트에서 너를 얼마나 신중하게 골랐는데.' 제대로 양파껍질 한번 벗지 못하고 음식물쓰레기가 된 양파가 지금까지 한 상자는 된다.


양파를 한 두 개만 사서 그때그때 요리에 넣으면 해결될 문제이긴 하다. 그런데 양파를 한두 개만 사면 양파가 꼭 필요할 때 집에서 똑 떨어진다. 그때마다 밖에 나가서 사 오기는 영 귀찮다. 결국에는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이번만은 썩기 전에 다 먹어야지’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7~8개가 한꺼번에 담긴 양파를 산다. 적게 사면 필요할 때 부족하고 많이 사면 썩는, 전문용어로 ‘무한 양파 악순환의 고리(Infinite rotten onion loop)’에 빠져 있었다.


음식물쓰레기가 된 양파들의 원망과 저주에 괴로워하고 있을 무렵 아내가 인터넷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양파껍질을 벗긴 다음 랩으로 돌돌 싸면 양파를 썩히지 않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고 했다. 마침 장모님이 주신 양파 30개가 창고에 대기 중이었다. 아내와 나는 인터넷의 위대함을 믿고 눈물 콧물 흘려가며 양파 30개의 껍질을 깠다. 그다음에는 랩으로 꽁꽁 싸서 냉장고 야채칸에 보관했다.


인터넷은 역시 위대했다. 한 달이 넘도록 양파가 전혀 썩지 않았다. 단 하나의 양파도 낙오하지 않고 모두 된장찌개, 야채볶음으로 재탄생했다. 양파를 썩게 만드는 주요 원인은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인데, 랩으로 꽁꽁 싸면 수분이 침투하지 못해서 양파가 썩지 않는 것 같다고 나름의 과학적 설명을 해보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더 이상 양파망을 열었을 때 무참히 썩어있는 양파들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그리하여 모처럼 쉬는 날을 맞이한 나는 혼자서 양파를 깠다. 저번과 비슷하게 장모님 댁에서 양파 한 무더기를 받아왔다. 양파보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 저번보다 넉넉히 양파를 받아왔다. 텅텅 비었던 냉장고 야채칸이 어느새 랩으로 돌돌 싼 양파들로 다시 가득 채워졌다. 기다려라 양파들아 내가 맛있는 요리로 재탄생시켜주마.


추신) 평화롭게 양파를 깔 때만 해도 요리인생 최고의 위기가 닥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랩으로 꽁꽁싼 양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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