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종교칼럼

사랑하는 스크루테이프 삼촌에게-6

'CS루이스-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보내는 답장

by 우리살람

삼촌이 보내신 편지 잘 받았어요. 삼촌이 말씀하신 "환자의 앞날이 불확실할수록 좋지"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는 바에요. 요즘 인간들에게도 정확히 적용이되는 말씀이에요. 그러고보니, 악마 선전부 차관으로 삼촌이 일하신지 70년이 넘었네요. 그런데도 어떻게 이렇게 정확할 수 있을까요.


근래의 10여년 정도 '신자유주의'라는 이론으로 세상을 철저히 곤고하게 만들었죠. 평생 직장을 걱정하게 만들었고, 미래의 가정과 노후까지 걱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초등학생마저 앞길을 걱정할 정도니까요.


"서로 충돌하는 미래의 모습들이 마음을 온통 채운 채 희망이나 두려움을 번갈아 가며 불러일으킬 테니까"라고 삼촌이 말했죠. 그런데 이제는 진짜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도 힘들게 만들었어요. 미디어를 이용해 두려움을 전파했고, 미디어의 노예가 된 인간은 이제 삶에 대한 부정과 고통만 남게 만들었다구요. 반대로 미디어를 이용해 거짓된 희망을 만들었어요. 멀리 있는 남들의 행복을 보여주고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자기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헛된 기대감에 가득찬 인간들의 모습을 삼촌이 보셨어야 하는데 아쉽군요. 아무튼 이제

희망은 박멸되기 직전이에요. 승리가 코앞입니다.

물론 소수의 인간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요. 그리 멀지 않아 메말라 죽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제는 원수(예수)가 접근할 수 없을 정도예요. 교회에 가는 사람도, 교회 안에서 성경을 읽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니까요. 정말이에요. 심지어는 목사라는 직함도 '먹사'로 불리고 , 기독교도 '개독교'로 불린다니까요. 최근 악마 선전부의 전략이 제대로 먹히고 있는 중입니다.


'잘못된 양화가 악화를 부른다'라는 전략, 한때는 너무나 힘든 전략이었지만, 이제는 아주 듣기만해도 짜릿해요. 이 전략으로 아주 짧은 기간이나마 원수는 기뻐했을 거에요. 지금까지의 기독교의 부흥으로 많은 영혼이 원수에게 돌아갔으니까요. 그럴때마다 저는 속이 뒤틀렸죠. 솔직히 힘든 시간들이었어요. 하지만 더 많은 타락한 영혼들을 거두기 위해, 교회 안에 조금씩 세상의 것들을 뿌렸답니다. 우리 아버지가 만든 세상 권력과 결탁하게 만들고, 교회 안에서 원수의 모습을 보기보다 '인간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도록 그들의 눈을 멀게 했죠. 그 중 제일 중요시했던 것은

원수의 교회가 아닌, '사람의 교회'로 만들려고 했다는 거예요.


사람의 교회가 된 교회는 이제 목사의 교회, 사람을 보고 모이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교회에 있지만, 원수의 뜻대로 살기보다는 '자신의 뜻'대로 사는 우리의 종들이 더 많을 걸요? 물론 원수의 보호가 있지만, 요즘 인간들은 그 보호가 싫다고 뛰쳐나온다니까요. 우리로서는 고마운 일이지요. 깔깔깔.


"우리 임무는 장차 일어날 일을 끈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것"처럼 저희가 열심히 일한 결과, 인간들은 자신들의 일에 눈이 멀어 정작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을 보지 못합니다. 미래의 일들을 걱정하며 그것에만 매달려요.


물론 삼촌이 말한 것처럼, 육신의 모습으로 온 원수가 이럴 때를 대비해서 인간에게 기도문을 줬죠. "뜻이 이루어지이다(Thy will be done in earth, as it is in heaven)"라면서요. "뭐니뭐니해도 실제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현재의 걱정과 불안-을 인내로써 받아들이라는 것"이 진정한 원수의 뜻이라고 삼촌이 설명해줬잖아요. 그리고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Give us this day our daily bread)"에서 "바로 이것을 매일 감당하기 위한 기도지"라고 덧붙여 주셨구요.


혹여나 이 기도를 인간들이 하지 않도록 삼촌이 주신 임무를 부단히 수행해왔습니다.


1. 오로지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는 미래의 일들에만 줄창 매달려 있게 하기

2.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그 일들이야말로 제 십자가라고 믿게 하기

3. 다 일어나지도 않을 미래의 일들에만 미리 마음을 굳게 다지며 인내심을 발휘하게 하기


삼촌이 보시다시피 많은 젊은 영혼이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들로 우리에게 넘어왔죠. 그 신선한 영혼들의 맛이란....인생의 곡절을 다 겪은 늙은 영혼보다는 다채롭지 않지만, 순수한 절망이 녹아져 있어 더 많은 영혼을 데리고 올 힘을 나게 해요. 요즘 젊은 인간들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니, 저희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아시겠죠? 미디어로 욕심과 불안을 채우면 이내 불평과 좌절로 차오릅니다. 거기에 그 감정이 요동치게 조금만 더 구슬리면, 다리 위에 서서 몸을 던지는 아이들이라니까요. 그 중에서도 원수를 아는 인간들이라도 자신의 감정으로 가득차서 기도할 생각조차 못하게하면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요.


기대가 됩니다. 오늘도 40명의 영혼이 이 나라에서 떠나갔습니다. 오늘도 아버지의 집에서는 잔치가 있겠군요. 앞으로도 좋은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C.S. 루이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홍성사, 46~51(여섯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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