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아이"

매일 내려놓는 연습하기

by 여우비

2025. 01. 13.(월) 4차 영유아검진

2025. 04. 04.(금) 베일리검사

2025. 04. 11.(금) 언어검사

2025. 04. 16.(수) 감각통합, 언어수업 시작

2025. 10. 29.(수) 발달검사(DenverⅡ, 언어검사)

2025. 11. 03.(월) 발달상담


16개월 경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배밀이와 네발기기를 오래했다.

20개월 동사, 형용사를 일부 말했다. 작다, 크다를 말했다.

21개월 동생이 태어났다.

23개월 어린이집을 처음 갔다.


조금 느리고 예민하다고 생각했었다. 첫돌 즈음 둘째를 임신하게 되었고 잘 안아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었고 다행히 아빠가 같이 휴직을 하면서 육아의 부담이 조금 줄었다. 친정엄마도 도와주신 덕분에 배려를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육아가 버거웠던 적이 많았다. 원래 이렇게 힘든가 싶으면서도, 아이 하나를 부모 둘이 케어하는데 왜 이렇게 많은 감정소모가 많은지 우리로서도 알 길이 없어서 우리도 부모가 처음이라 그러려니.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느린아이"의 모습이 썩 없지는 않았지만 우려하던 모습들은 오래가지 않았고 동생등장, 어린이집, 돌발진 입원 등 낯선 환경에 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가을 막바지, 발달검사 결과를 쉬이 받아들이지 못해 지금에야 조심스럽게 기록해보기로 한다. 한달이 되지 않는 기간, 일년보다 더 길게만 느껴졌던 혼란스럽고 속상하고 미안하고 그제야 이해가 되기 시작한 시간들.




자폐스펙트럼

ADHD


소아정신과 의사의 정확한 진단은 아직이지만 왠지 일거라고 믿는 우리. 그래야 지난 시간들, 왜 그렇게 네가 힘들었고 이해할 수 없었는지를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매일매일 찾아본다.


- 자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정말로 그런 경우가 있을수도 있으니까. 그게 우리 아이일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검색결과는 우리 아이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들이라 혹시라는 기대를 접으려고 한다. 아니라고 믿는 희망조차 우리 아이를 부정하는 거니까. 매일 울었고 속상했고 그럼에도 화가 나고 그 모습에 자책하고. 혼란스러운 엄마의 모습은 아이를 힘들게 할 뿐일거다. 우리 아이, 우리 첫째. 우리 윤우.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은 이제는 무의미하다. 귀하게 품었고 귀하게 키웠다. 둘째 출산 때문에 영유아검진을 조금 일찍 했었고 24개월이라는 나이에 우리만의 양육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치료를 시작했다. 더 앞서서는 윤우가 15개월경일때부터 산책과 여행을 자주 갔고 우리만의 시간을 오래 가졌다. 윤우를 이해하지 못해서 아이가 공포스러워했을 경험도, 훈육도 많이 하는 등 실수도 했고 서로에게 상처도 많이 줬다. 항상 또래의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바라보고 좀처럼 따라오지 못하는 윤우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하는 것"


내 아이가 그럴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을 비로소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윤우가 배우는 것보다 부모인 우리가 더 많이 배우고 자랐다. 나를 포기하는 게 억울한 것이 아니라,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체득했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서의 책임을 알게 하고 작은 변화 하나에도 이렇게나 마음이 크게 움직여 감격할 수 있다는 것을 더 나아가서야 알게 되었다.




매일, 매순간 마음을 다 잡는다고 해도 윤우와 비슷한 아이들이 지나갈 때면 눈귀가 기울여진다. 아,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미술활동을 했구나. 말은 못해도 필요한 걸 손가락으로 가리키구나. 눈을 맞추고 웃으면서 엄마아빠와 대화를 하는구나. 윤우는 여전히 멍한 얼굴에 대답이 없거나 혼잣말을 많이 하지만 작고 따뜻한 손으로 내 손을 꼭 잡는다. 필요하면 안아달라며 "안아"라고 말하고 팔을 벌린다. 내 아이가 나를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 엄마로서 너에게 해줄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다행이다.


-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 그 사실을 매일 받아들이기


수면 위로 돌멩이 하나 던지면 겉잡을 수 없듯이 아직은 살얼음 같은 마음이다. 힘내야지! 라는 화이팅도 지금은 힘이 든다. 그러니까 매일 한방울 씩 받아들이면 언젠가는 이 마음도 정말로 괜찮아지지 않을까.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게 분명히 있으니까. 그게 보이잖아. 혼자 두지 않을거잖아. 남들보다 배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시간속에서 우리가족이 단단해지고 분명 성장할거야.


그 사실을 믿을 것.

매일 잊지 않고 내가 떠올려야 할 첫번째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