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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Dec 13. 2019

유능한 사람은 혼자 하지 않는다

19세기 말. 탐관오리들의 횡포가 계속되면서 농민들의 생활은 점점 궁핍해졌다. 동학은 시대의 흐름을 타고 백성의 마음을 움직여 농촌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전라도 지방에서 특히 수탈이 심하여 동학교도들과 농민들은 전봉준을 지도자로 모시고 봉기한다. 청나라와 일본은 조선 조정을 돕는다는 핑계로 군대를 보내 동학농민 운동을 진압하려 했다. 하지만 동학 농민군은 청과 일의 군대를 철수하라고 주장하며 스스로 해산했다. 물론 조선 땅에서 청과 일의 전쟁이 벌어지고 일본의 승리로 동학 농민군은 다시 봉기하기에 이른다.


지금 시대처럼 SNS로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농민들이었지만, 지역을 중심으로 지도자를 세우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려고 뭉쳤다. 그 당시에 지역 간 연결점이 부족하여 한계가 극명히 드러났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 "이게 나라냐"를 외치며 광화문으로 모인 국민. 여기저기 SNS에서 봉기한 #미투 운동. 이처럼 신권력 모델은 대중의 활동으로 가능해진다. 결국 미래 싸움의 승자는 누가 더 사람을 많이 모으는지가 결정한다.


사람들은 늘 세상일에 관여하기를 원한다. 역사를 통틀어 늘 운동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조직을 만들었으며, 지역 사회는 서로 협력하는 구조를 구축해 문화를 일으키고 경제 활동을 했다.
<뉴파워> 26p


1.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킬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그 아이디어를 강화하고 확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 동료들과 한 조직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3. 구권력과 신권력을 넘나들며 이 둘을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권력과 구권력의 작동 방식]

구권력은 기밀유지, 전문성, 상명하달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고, 신권력은 자발적 조직화, 모두가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투명성의 가치를 지향한다. 노벨상, 국가 안보부의 정부 기관은 구권력 가치를 지향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확산되었을까? 바로 세 가지 설계 원칙이 맥락에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1. 행동에 옮길 수 있다.

2. 연결되어 있다.

3. 확장 가능하다.


얼마 전에 블로그에서 유행했던 <독서 주간 릴레이>는 왜 폭발적인 확산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독서하는 사람이 적은 게 이유일까. 설득력 있는 맥락이 부족한 건 아닐까. 단지 책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릴레이가 이어져 일반인 혹은 유명 인사의 참여도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파이를 키우고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가 부족했다.


미래의 승자는 자기 아이디어를 더 설득력 있게, 더 빨리, 더 지속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자다.
<뉴파워> 97p


어떻게 효과적인 집단을 구축할 수 있을까. 바로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동시에 집단 내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일이다. 체인지 그라운드의 네트워크는 이러한 신권력의 가치를 적절히 사용한다. 독서를 하고, 아웃풋으로 서평을 공들여 쓰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에 공유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글을 소비하도록 한다. 공유라는 행위에서 원작자는 소속감을 느끼며 자신을 알리는 효과를 얻는다. 플랫폼에 속해 있는 대중은 다른 누군가에게 공유하며 글을 소비한다. 글을 읽은 또 다른 누군가는 네트워크에 연결될 가능성이 높고, 함께 활동할 수 있다. 이렇게 점점 대중은 연결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이러한 공동체의 구조를 파악해 볼 수 있다. 플랫폼의 소유자, 열성 참여자, 그리고 열성 참여자가 되고자 하는 일반 참여자와 신규 참여자가 존재한다. 신규 참여자도 어찌 보면 잠재적 열성 참여자가 된다. 아무리 열성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활동한다 해도 총체적인 구조와 규율을 근본적으로 바꿀 힘은 플랫폼 소유자에게 있다. 신권력 공동체의 에너지는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열성 참여자들이 창출한다.


체인지 그라운드 플랫폼에서 씽큐베이션, 빡독과 같은 행사에 열렬히 참여하고, 네트워크 안에서 새로운 기획안으로 참여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함께 하는 즐거움, 그리고 그들 앞에서 나의 생각을 말하며 내가 성장하는 기쁨을 만끽한다. 성장한 열혈 참가자는 자신의 스토리를 공유하고, 다시 참여자들에게 동기부여한다. 이처럼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신권력 플랫폼은 성공 궤도를 달린다. 열성 참여자는 내적 동기로 가득 찬 상태에서 주변을 다시 개척한다. 씽큐베이션, 빡독을 경험한 열성 참여자는 자신이 직접 독서모임을 만들고, 널리 퍼트린다. 열성 참여자의 인정은 일반 참여자로 하여금 열성 참여자가 되고 싶은 동기를 부여한다.


그렇지만 언제나 현상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내적 동기부여가 충만한 열성 참여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시기와 질투로 모임을 와해하려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이용하는 대중이 심리적으로 괴로움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로 플랫폼의 소유자인 마크 저커버그를 비난해야 마땅할까. 아니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며 심리적 문제를 드러내는 사용자를 비판하거나 비난해야 하는가. 과연 우리는 어떤 관점으로 이를 판단해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참여'라는 이름의 프리미엄]

체인지 그라운드는 대한민국 문해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미래에는 읽고 쓰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연구 결과는 말해준다. 그들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며 독서 행위를 하면 참여자들은 어떤 보상을 받을까. 경제적 가치인가. 아니면 내적 성장이라는 보상일까.


참여 프리미엄이 지닌 막강한 위력은 물질적 가치와 가격을 분리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뉴파워> 207p


열성 참여자로 참여하며 많은 보상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 보상은 물질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결과다. 바로 삶의 긍정적인 변화다. 자아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관계를 회복하고, 삶의 안정감을 얻었다. 당연하게도 내가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니 가족과 직장에서도 선순환이 발생했다. 내적 보상은 다른 참여자들을 독려하며, 그들도 선순환이 발생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소속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행사를 적극적으로 열고 참여를 독려한다. 이러한 열성 참여자의 문화를 받아들여 무너져가는 회사를 최고의 회사로 일으킨 사례가 있다. 바로 덴마크의 장난감 회사 '레고'다.


레고는 어린이들의 장난감으로 익히 알고 있다. 소비자의 대부분이 어린이들이다. 성인은 전체 구매자의 5% 정도다. 하지만, 이들의 구매력은 어린이들의 20배가 넘기에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레고의 소유자는 성인에게 집중했고, 정기적으로 레고 팬들이 주관하는 행사에서 그들의 열정을 감지했다. 열성 참가자들은 레고 블록으로 창작물을 전시하고, 레고 플랫폼 소유자는 그중에서 우수한 작품을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했다. 이러한 사례로 알 수 있는 건 공동체 내에서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직 문화에 부는 변화의 바람]

피드백과 인정이 신권력 구조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있다. 밀레니얼의 삶은 다른 사람들의 관여와 인정으로 점철되어 있다.
<뉴파워> 351p


레고는 어떻게 구권력에서 신권력을 이용하는 회사로 탈바꿈했을까. 바로 조직 문화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상명하달의 구권력 문화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조직 문화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술 문화로 변질되고 직장의 문제보다는 직원의 적응력을 문제 삼기도 한다. 신뢰와 정직이 기본 인식으로 자리 잡지 못한 조직에서는 타성에 젖어 일하며 자율성을 박탈당한다. 이러한 직원이 많아지면 그들은 직장을 비판하며 이직을 생각한다. 결국 실력 있는 직원은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고 조직은 위험을 겪는다.


게임업계에서도 야근과 구권력의 횡포로 직원의 불만을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나무 위키, 컴퍼니 앱, 블라인드 앱은 익명을 보장하며 직장인의 고충을 공유한다. 회사의 수많은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다양한 문제를 두고 논쟁한다. 당연하게도 어느 누구도 악명 높은 조직 문화에서 일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회사의 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실력이 있는 직원은 없어지며 점차 회사의 영업 이익은 줄어든다. 결국 회사도 직원을 열성 참여자로 만드는 신권력 모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래의 권력은 어떤 모습인가]

신권력 모델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점점 더 유용해지고 있지만, 점점 참여자들이 사육당하는 농장처럼 변해가고 있다.
<뉴파워> 381p


그렇다면 신권력 모델을 내세우며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 소유자인 권력자에게 어떤 도덕, 윤리 사상이 필요할까. 사람을 연결하고 수익 창출하는 모델이 성공하기 힘든 비즈니스 세계이지만 그들은 플랫폼 사업으로 막강한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플랫폼 소유자가 테이커로 전락하면 참여자들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타주의자인 기버가 소유자의 자질로 자리 잡는다면 참여자들에게 혜택과 보상이 전달되고 플랫폼은 선순환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지속된다면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궁금하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덜 독점적이고, 더 투명하며, 광범위한 영향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할 원칙들을 구축하는데 집요하게 매달려야 한다.
<뉴파워> 390p






참고 도서 : <뉴파워> by 제러미 하이먼즈, 헨리 팀스

#뉴파워 #씽큐베이션 #디지털시대와아날로그감성 #체인지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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