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의 제국'

1장-자극적인 기사는 곧 광고다

by Beckie

글쓴이 말

이 소설은 ‘뉴스의 가치’가 아니라 ‘조회수의 가치’로 평가받는 시대를 고발한다.

진실은 클릭 수에 밀려 사라지고, 기자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무너진다.
우리가 매일 스크롤하며 소비하는 뉴스 한 편에는 어쩌면 양심의 파편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편집국의 공기는 늘 마른 먼지 냄새가 섞여 있었다. 낡은 커피 머신의 진동음과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뒤섞여, 마치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사라진 공장같았다.


“조회수, 어제 몇이야?”

편집장이 묻자, 데이터팀 막내가 대답했다. “전체 320만. 메인은 ‘연예인 스캔들’이 180만, 사회면 톱은 12만이었습니다.” 편집장은 비웃었다. “12만? 기자라는 놈들이 이 정도도 못 찍냐. 요즘은 연예부 인턴이 더 낫네.”


그때, 한쪽 구석에서 묵묵히 모니터를 바라보던 남자가 있었다. 이진수, 17년 차 사회부동산부 차장급 기자. 그는 화면 속 실시간 그래프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이건 뉴스가 아니라 도박이야. 사람의 분노와 호기심을 판 도박.’


진수의 시선이 벽면의 대형 스크린에 멈췄다. 빨간 선이 오르면 칭찬, 떨어지면 질책. 그 선이 기자의 가치였다.이진수는 예전엔 믿음이 있었다.

건설부동산 담당 시절, 건설사와 조합의 커넥션 기사를 단독으로 터뜨렸을 때 편집장이 말했다.


“좋아. 이런 게 언론이지.”


그 말이 그를 지탱했다. 하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편집장은 바뀌었고, 말도 바뀌었다.


“좋은 기사는 ‘사람들이 클릭하는 기사’야. 진실은 느리고, 클릭은 빠르거든.”


그는 기사보다 광고주가 싫어할 문장을 먼저 검열해야 했다. “그 단어 빼. 이번 달 그 기업에서 협찬 들어왔어.”

광고국 직원의 목소리는 명령이었다. 그 순간, 진수는 깨달았다. 이곳은 언론이 아니라 ‘광고 플랫폼’이었다.


사옥 3층, 광고국. 그곳은 편집국보다 화려했다. 벽에는 최신 트렌드 차트와 소비자 분석 리포트가 걸려 있었다.
그들은 기자를 ‘콘텐츠 생산자’라 불렀고, 기사를 ‘상품 단가’로 계산했다.


“어제 기사 CTR(클릭률)4.3% 나왔어요. 나쁘지 않네요.”
광고국장이 미소 지었다.

“좋아. 다음엔 ‘○○건설 이미지 개선 캠페인’이랑 묶자고. 기자들한테 연락해봐.” 그렇게 만들어진 기사 제목:

“혁신의 아이콘, ○○건설의 도전정신 그 내용은 기업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 쓴 수준이었다. 하지만 조회수는 200만을 찍었다.

편집장은 말없이 박수를 쳤다. 진수는 어느 날, 한 제보 메일을 받는다. “○○산업 회장 아들의 불법 주식거래 자료입니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며칠간 잠도 자지 않고 사실을 확인했다. 증거는 명백했다. 모든 조건이 완벽했다 — 단 하나, 광고주라는 이유만 빼면. 그는 초고를 올렸다.

그날 밤, 편집장은 회의실로 그를 불렀다. “진수, 이건 안 돼.” “왜죠? 팩트 다 검증됐습니다.” “그 기업, 다음 달 광고비 3억이야. 기사 내면 우리 다 잘려.”


침묵이 흘렀다. 진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가 써온 모든 단어들이 돈 앞에서 무력해졌다.


그날 이후, 그는 더 이상 기사에 ‘신념’을 담지 않았다.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고, 이슈를 짜깁기하며 트래픽을 올렸다. 그는 생존을 위해 타락했다. 하지만 밤마다 화면을 꺼도 머릿속에 남았다. 삭제된 기사 제목, 그 안의 진실들.


“그 기사, 내 양심의 사체였구나.”


그는 점점 술에 의지했고, 팀원들과의 대화도 줄었다. 누군가 농담처럼 말했다. “진수 선배, 요즘 조회수 장인 됐다며?”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웃음 뒤에서, 한 기자가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새벽, 그는 사직서를 썼다. 단 한 줄이었다.


“우린 진실을 팔았다. 그리고 그 대가는 클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