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단다 03
교복 신청은 첫날, 첫 번째 시간대에 가는 것이 좋다
이미 중학교 때 두 아이의 신입생 교복을 맞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교복 신청은 첫날, 첫 번째 시간대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말이다. 각자 원하는 일자와 시간대를 예약하고 교복집에 방문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분산이 되기는 한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교복점에 입장하는 학생 수에는 제한을 두기 때문에 각자 예약한 일자와 시간대에 방문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앞 시간대에서 조금씩 밀리다 보면 결국 뒤 시간대에서는 대기 시간이 한정 없이 길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교복은 한번 맞추면 특별한 이견이 없는 한 3년을 입어야 하고 나중에 따로 교복을 맞추기는 번거롭다 보니, 처음 맞출 때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날, 첫 번째 시간대인데 아무도 없다
서둘러 교복집 예약 창에 들어갔음에도 이미 첫날, 첫 번째 시간대는 마감되어 놓치고, 첫날 두 번째 시간대를 겨우 예약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시간대는 오전 11시 30분이었지만, 예약시간보다 일찍 교복집에 도착했다. 교복 맞추러 온 학생과 학부모로 북적일 줄 알았던 교복집은 한산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교복 맞추는 날에는 교복집이 열리기 전부터 교복집 앞에 학생과 학부모가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는 했는데 말이다. 예약할 때 첫 번째 시간대는 마감된 것을 분명히 봤는데, 이상했다. 각 시간대별로 적어도 예약자가 대여섯 명을 될 텐데, 교복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정말 이상했다. 덕분에 우리는 대기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지만.
고등학교 교복은 중학교 교복과 다르다
아이가 중학교에 다닐 때는 교복이라고는 하지만 생활복을 입고 다녔기 때문에, 옛날 사람인 내 눈에는 교복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셔츠와 재킷에 조끼까지 갖추어져있는 고등학교 교복이야말로 제대로 된 교복으로 보였다. 아이가 덩치도 있고 체격도 있어 입혀놓고 보니 제법 태도 나도 멋스러워 보였다. 하얀색 셔츠지만 몸에 닿는 목부분은 체크무늬 천으로 덧대여져있어서 땀을 많이 흘리는 아이에게도 괜찮을듯했다. 재킷은 목을 살짝 감싸주는 차이나 카라라 입혀놓고 보니 그냥 교복만 볼 때보다 훨씬 단정하고 멀끔해 보였다. 둘째까지 고등학교에 가면 아이들은 교복을, 우리는 정장을 입고 가족사진을 찍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기숙사 가려면 넉넉해야 하는 교복
교복 치수는 사이즈를 바꿔가며 입혀보니, 적당한 사이즈를 고를 수 있었다. 아이가 입어야 할 3년이라는 기간과 아이의 성장 속도를 고려해 지금 딱 맞는 사이즈보다 적당히 큰 사이즈로. 문제는 수량이었다. 진성고를 1지망으로 쓸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고려했기 때문에 교복을 몇 벌이나 맞춰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 학교 교복이나 체육복만 입고 생활해야 할 텐데, 몇 벌이 적당할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서는 중학교와 달리 복장 규정이 엄격하다는 교복집 사장님의 말씀에 더 고민이 되었다. 다행히 진성고 교복을 꾸준히 맞춰오신 사장님의 귀띔 덕분에 그나마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교내에서는 물론 기숙사에서도 잠잘 때만 빼고는 교복이나 체육복만 입어야 한다고.
3장으로 끝난 진성고 신입생 교복 명단
필요한 교복을 얼추 다 정하고 교복집 사장님이 건네주신 진성고 신입생 교복 확인 명단을 받아들었다. 명단에서 아이의 이름을 찾기 위해 한 장, 한 장 명단을 넘기는데, 명단이 너무 짧았다. A4 용지 두 장하고 반 장으로 끝나버린 명단. 따로 다른 명단이 더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짧은 명단이었다. 우리 아이 이름 옆에 사인을 하고 더 넘겨보는데, 우리 아이 말고 교복을 맞춘 학생은 딱 한 명 밖에 없었다. 사장님 말씀으로는 교복 맞추러 오셨다가 그냥 가신 분도 계셨다고 하셨다. 이번에 진성고 신입생이 90명 밖에 안 된다는 말씀도 함께. 작년에도 150명이라 적었는데, 이번에는 90명으로 줄어서 깜짝 놀랐다고 하셨다. 그제야 이 명단이 다 임을 알았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명단에 적힌 학생 이름을 세어보았다. 한 장에 적힌 학생 수는 35명이니 사장님 말씀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