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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Nov 24. 2023

장롱면허 탈출

다리가 네 개 된 거 같다

“오 제발~ 오 제발 나조차도 주체할 수 없는 이 기분~”

요즘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랫말이다. 나는 요즘 하늘과 땅의 중간쯤에 붕 떠있는 기분이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      


지난주부터 운전을 시작했다. 오늘로 13일째 맞는 초보다.

3주 전쯤이었을까. 신랑은 차를 구입했다. 그리고 신랑이 타던 차는 자연스레 내 차가 되었다. 내 것, 사적인 이동수단이 생겼다는 건 내게 경사에 가까웠다. 운전에 대한 내 갈망은 깊었다. 12년 면허를 취득했지만 자격은 장롱 깊숙이 들어갔다. 운전에 대한 욕망은 꺼지지 않는 불씨였다. 일기장에 내가 운전을 하고 싶은 이유를 적어 놓았고, 주차하는 그림을 그려 놓기도 했다.

걸어서 20분 정도인 직장까지 운전을 하기에도 적합했다. 그렇게 시작된 주행연습, 처음엔 집 주변 공터에서 시작했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연습하기 좋았다. 공용 주차장이 있어 주차연습하기에도 딱이었다.

차가 없는 주차장이어서 차선을 무시하고 '건방지게' 한 바퀴 돌아보기도 했다. 퇴근 후 유튜브로 운전영상을 본다. 가장 쉽게 가르쳐 주는 강사님의 것을 골라 카톡으로 전송해놓고 보고 또 보았다. 습득력과 방향감각이 타고나지 않아 주차 공식도 외웠다.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두 글자 밖에 없었다. 운전!!      

저녁, 식탁에 마주한 신랑에게 운전 에피소드를 시작한다.

“있잖아. 왜 갑자기 오르막에서 차가 올라가지 않는 거야? 액셀을 밟았는데도! 그래서 어떻게 했는지 알아? 내려서 뒤 차주에게 ‘죄송하지만 차가 안 나가서 그러는데 뒤로 조금만 빼주실 수 있으세요.’ 했다니까."

재잘대면 신랑은 가만히 듣고 있다 한마디 던진다.

"건방져졌구먼."

직장만 왔다 갔다 하지 않고 이곳저곳 조금씩 시도해 본다. 운전하여 가는 곳은 걸어때와 다른 곳이 된다.

      

나는 요즘  다리가 네 개로 늘어난 것 같다. 어디든 갈 수 있는 기동력!! 싱어게인 3에서 부른 김건모 <스피드>를 들으며 핸들을 잡고 있는 나를 상상한다. 이동수단 자립을 자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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