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아이일수록 부모님의 협조가 중요하다.
어디를 가든 금방 적응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낯선 환경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아이도 있다.
특히 예민한 아이들은
변화를 싫어하고,
새로운 환경이나 물건에 대한 거부감이 크며,
그 익숙함이 깨졌을 때 받는 스트레스도 훨씬 크다.
그런 아이들이 데이케어에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보고 느낀 방법들을 정리해 보았다.
아이를 최대한 늦게 시설에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
가능하다면 그 선택을 추천한다.
하지만 보내기로 결심했다면,
그때부터는 연속적으로 꾸준히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내가 울고 거부하면 안 가도 된다”는 걸
생각보다 빠르게 눈치챈다.
그래서 엄마 앞에서는 더 크게 울고, 더 강하게 거부한다.
그 과정은 엄마에게 정말 힘들지만,
목표가 ‘적응’이라면
최소 한 달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보내야 한다.
나 역시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
선생님께 이런 조언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전업주부였던 나는
아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결석을 자주 시켰고,
그 결과 적응에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내가 데이케어에서 직접 일해보니 알게 되었다.
그때의 나의 선택이
아이로 하여금 엄마 앞에서 더 강하게 울고 거부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시설을 충분히 고민해서 선택했다면
1~2개월은 믿고, 연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도, 부모를 위해서도 가장 빠른 길이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등원하는 것은
아이의 하루 컨디션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다.
늦잠을 자고 점심 무렵에 오는 아이들은
이미 배가 불러 밥을 잘 먹지 못하고,
낮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오후가 되면 오히려 더 예민해진다.
데이케어는 정해진 스케줄 속에서 움직인다.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맞춰 줄 수는 없다.
데이케어는 아이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단체 생활의 시작이다.
전날 밤늦게까지 놀고 늦잠을 잔 아이는
오전 활동 내내 졸거나 멍해 있다.
심한 경우 따로 재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정해진 일정에 맞춰 함께 활동하게 된다.
아이에게 가장 편안한 하루는
데이케어의 루틴 속에 자연스럽게 몸이 맞춰진 하루다.
그래야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데이케어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중
대부분은 예민한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물건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금요일에 세탁을 위해 가져간 이불을
월요일에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으면
센터에 구비된 여분 이불을 사용하게 된다.
아이에게 잘 설명해 주고 새 이불을 덮어줘도
예민한 아이들은 평소보다 훨씬 뒤척이거나,
거부하며 울다가 지쳐 잠드는 경우도 있다.
내가 맡은 아이들은 만 1-2살이라
울다가도 잘 어르고 달래면 재울 수가 있었는데
합반 때 맡았던 만 3살 아이는
평소에도 자기 물건을 다른 아이들이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아이였다. 그 아이의 엄마는 자주 아이의 물건을 빼먹었다. 다른 반 선생님인 내가 본 것만도 셀 수가 없었다.
하루는 합반을 하여 우리 반에 그 아이가 자러 온 날 그 아이의 이불이 없었다.
“이건 내 이불이 아니야”라는 말을
한 시간 넘게 반복하다가 뒤척이다 아주 늦게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 잠이 들었고
일어나서도 졸려서 그런지 남은 하루를 칭얼대며 보냈다.
물병도 마찬가지다.
내 물병이 아니면 물조차 마시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예민한 아이일수록
부모가 준비물을 조금 더 신경 써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하루는 훨씬 편안해진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데이케어에서
아이들이 잘 먹지 않으면
부모의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친구들을 따라 한두 번 먹어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익숙한 음식만 먹으려 한다.
어른도 처음 보는 음식이 꺼려지는데,
아이들이라고 다를 리 없다.
내가 일했던 데이케어에서는
약 13개월 즈음 Infants반에서 Toddlers반으로 올라가면서
스스로 먹는 연습을 시작했다.
수저를 꼭 쓰지 않아도 되지만,
손으로라도 스스로 선택해서 먹도록 지도했다.
즉, 아이에게는
먹을지 말지를 선택할 자유가 주어진다.
센터에 문의하면 매달 식단표를 받을 수 있다.
그 식단에 있는 음식들을
집에서 부모와 함께 미리 경험해 보기를 권한다.
우리 반에 편식이 아주 심한 아이가 있었는데
상담 때 집에서도 다양한 음식을 시도해 보길 부탁드렸다.
시간이 지나자 아이가 먹는 음식의 폭이 조금씩 넓어졌고,
아이도, 부모도, 교사도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조금만 더 준비해 주고,
조금만 더 꾸준히 도와주면
환경에 민감한 아이도 분명 자기 속도대로 적응해 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엄마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선생님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