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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분홍 Jan 03. 2021

미완성 인생

방석

시작은 티코스터였다


몇 년 전에 독립출판물을 파는 행사장에서

이 리틀위버라고 이름 붙은 도구를 샀다. 책은 안 사고 이 무언가를 뜰 수 있다는 물건을 산 것이다

베틀의 축소판 같은 거였는데 실을 왔다 갔다 걸고 그 실 사이사이로 바늘에 꽂은 실을 또 번갈아 왔다리갔다리 해주면 이런 가로세로 10센티 정도의 직물?을 얻을 수 있었다



네모난 직물 조각이었지만 그 위에 컵을 하나 얹어 놓고 ‘티코스터’라는 이름을 붙이면 뭔가 더 그럴싸해지는 것이다


이 티코스터..그러니까 그냥..컵받침을 만들고 나서 혼자 너무 좋아서 뭘 마실 때마다 굳이 이 위에 올려놓고 마셨다.

그러다가 이 조각들을 이어서 방석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쪽면에 들어갈 조각 16개를 만들고

뒷면은 그냥 대바늘로 한 통으로 뜨기로 했다

16개를 또 만들 생각을 하니 이러다 영원히 완성을 못할 거 같아서였다

몇년만에 꺼내보는 방석이 될뻔한 아이들

문제는

1.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것

2. 대바늘로 뜬 정사각형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그래서 1번은 코바늘 책을 막 찾아봤는데  책에 그려진 실 한 올 한 올을 따라가다 보면 눈이 돌아가는 것만 같아서..

결국 내 맘대로 이어 붙이기로 했고


대바늘 뜬것의 마무리 방법은..아직도 모르고 있다


어렸을 적 학교에서 목도리 뜨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내 기억 속의 그것은 당연히 마무리가 깔끔하게 된 상태였다.

그때는 알았는데 지금은 모른다는 것인가..


갑자기 그 목도리에 관련된 하나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중간중간 구멍이 나서 짰다 풀었다를 무수히 반복하건 그 목도리를 완성하고 났더니 저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옆반 친구가 찾아와서 그 목도리를 빌려주면 안 되냐고 했다. 자기가 목도리 뜨기 숙제를 못했다고 하루만 빌려달라고..

역시 나는 그때도 호갱 이미지였던걸까..

난 그때 엄청 고민을 했다. 그 친구는 선생님은 모를 거야 했지만..선생님이 정말 저걸 모를까 싶기도 하고 내가 뜬 건데 다른 사람이 뜬것처럼 되는 것이 왠지 억울하기도 해서..요새로 치면 저작권 문제 이런건가..게다가 그때까지도 나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었기에..무수히 고민을 반복하다가 결국 못 빌려주겠다고 어렵게 거절했던 거 같다.


갑자기 그 생각이 나다니.. 글이라는 건..물건이라는 건 이런건가..하여튼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이가 더 미워진다 얼굴도 이름도 생각 안나는 그애가...장난하나...야 너 그렇게 살지마!!;;


음..다시 마음을 가다듬고..하여튼..그 대바늘 마무리도 책을 좀 찾아보다가

어느 순간 집 청소 때문에 16개의 조각을 차곡차곡 쌓고 나머지 재료들도 잘 접어서.. 쇼핑백에 넣었고

이렇게 몇 년 만에 다시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다



사진을 찍느라 이 자리에 그대로 펼쳐 놓았던 것을 집 정리하느라 다시 차곡차곡 쌓아서 원래대로 넣었다


언제쯤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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