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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쏭 Apr 05. 2019

아이와 여행, 어렵지 않아요!

아이와 여행 준비 #1-#5

아이와의 여행에선 준비할 것도 걱정거리도 참 많습니다. 예전엔 여행지에서 조금 헤매는 것쯤은 추억 중 하나로 남길 수 있었지만 아이와 해외에 나갔을 때 조금의 변수라도 생긴다면 평소의 10배는 더 당황하기 쉽죠. 아이가 타지의 음식을 먹고 혹시나 탈이 나지는 않을까 (일명 물갈이), 현지 음식이 전혀 입에 맞지 않으면 어쩌지, 아프면 어쩌지, 걱정을 하기 시작하면 에잇,  괜히 고생만 할 텐데 가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쉽상입니다.


그렇다고 여행을 포기할 순 없잖아요? 아이가 어차피 기억도 못하는데 여행 갈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지만, 비록 아이가 여행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에는 엄마 아빠와의 여행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완전히 낯선 곳을 마주한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더욱 용감해지고 유연해집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세상이 이토록 다양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습니다. 확실히 여행 전과 후의 아이는 달라진 것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곤 합니다. 부모도 마찬가지고요. 여행에서는 일상에선 겪지 못한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어떤 건 포기하고 어떤 건 달리 풀어가기도 하면서 부모로서 한 발짝 자라게 되죠. 여행의 작은 순간들이 모여 아이와 우리를 자라게 합니다. 게다가 부모와 아이가 생경한 해외에 나가 느끼게 되는 유대감은 생각보다 큽니다. 그러니, 비록 아이와 해외에 나갈 생각을 하면 걱정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딸려와 다소 귀찮아지더라도 여행은 기회가 되는 한 떠나야 합니다.


저희의 첫 여행은 제주도였습니다. 아이가 10개월 남짓 되었을 때였어요. 오전엔 호텔에서 놀다가, 늦은 오후 즈음 어디 한 군데씩 들러볼까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제주도 땅에 내린 저희는 이내 완전히 바스러졌습니다. 가는 관광지마다 문을 닫았다거나 혹은 관광객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들어갈 수가 없었는데, 마땅히 대안도 없어 허둥지둥 대다 보니 점점 짜증이 나고, 아가도 이에 질세라 성질을 내더군요. 셋이 각기 뿜어내는 날카로운 불협화음 속에 지쳐버린 우리는 다신 여행을 가지 않을 테야! 선언까지 하게 이르죠. 그러다 이제 좀 괜찮을까 싶어 다시 여행을 시작한 게 아이 25개월 무렵입니다. 이번에는 제주도처럼 화만 내다 올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만반의 준비를 해갔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준비만 철저하게 한다면, 아이와 어디든 떠날 수 있겠다는 걸요.



아이와 여행 준비 #1. 숙소 선택


현지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지만, 어린 유아와 매끼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취사가 가능한 에어비앤비로 가겠다고 호텔이 주는 편리함을 접기도 힘들죠. 아무래도 호텔에선 아이에게 발생할 만한 온갖 변수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안정감이 있어 이를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잘 찾아보면 여행지에는 키친이 딸린 레지던스형 룸을 가진 호텔이 꽤 많습니다.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 원베드룸


보통 레지던스 형 호텔은 침실, 거실, 주방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하루에 한 끼 정도는 직접 해 먹거나, 마트에서 간단한 반조리 음식을 구매해서 쉽게 먹을 수 있죠. 끼니를 해결하지 않더라도 현지 과일이나 각종 간식을 사 와서 씻어 먹기도 좋고요. 호텔의 편리는 모두 이용하면서 에어비앤비처럼 현지 기분을 낼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의외로 가격도 일반룸과 큰 차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요. 그리고 정말 좋은 점 또 하나, 보통은 아이가 일찍 잠들면 어두운 방 안에서 조명 하나에 의지하여 소곤소곤 이야기하거나 맥주도 조심조심 마셔야 하는 등 참 재미없는 긴긴밤을 보내야 하는데요, 레지던스형 룸은 거실과 침실이 분리되어 있으니 아이가 잠든 뒤 밝은 거실로 나와 미리 담아온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다소 떠들썩하게 야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여행의 질을 굉장히 높여줍니다!



아이와 여행 준비 #2.  음식


키친이 있는 룸으로 가게 되었을 경우, 미리 간단한 재료를 준비해 가면 좋습니다. 날채소는 대부분의 나라에 반입이 불가하지만 어느 정도 손질된  재료는 허용됩니다 (국가에 따라 다름). 잘 상하지 않는 밑반찬 몇 개와 함께 현지에서 간단히 볶음밥 등을 해 먹을 수 있도록 야채를 준비해 가면, 그래도 하루에 최소 1-2끼는  안 굶기고 제대로 먹였다는 안도감이 들더군요. 나머지 1끼 정도는 다소 입에 안 맞는 음식을 먹이더라도 걱정이 없죠.


1회분량으로 나눠 준비한 반찬재료들, 간장, 참기름 - 24시간 정도 냉동실에 꽝꽝 얼려둔 뒤 아이스팩으로 무장하면  여행지까지 냉동상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저는 보통 음식재료들을 마더케이 이유식 저장팩에 담아갑니다.음식 재료뿐 아니라 수영장 가거나 외출할 때 과일을 가지고 다니기 참 유용하더라고요. 일반 지퍼백보다 튼튼해서 내용물이 망가질 걱정이 없고 일반 용기 대비 가벼우니 진정 신세계입니다.


저희의 두번째 여행지였던 하와이에선 현지 도착하자마자 마트에서 쌀/식용유/계란을 사서, 매일 아침밥을 하고, 이렇게 해 먹었어요. 



호텔 조식을 참 좋아합니다만 어린 유아와 조식은 오히려 힘들 때도 많았어요. 마땅히 먹일 게 없을 때도 많고요. 이렇게 방에서 한가롭게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면 정말 힘이 납니다 (참고로 레지던스 룸에는 대부분 식기세척기가 구비되어있어 설거지도 어렵지 않습니다. 심지어 음식물 처리기- 자동 분쇄기-도 있습니다.)


키친이 없는 호텔의 일반룸으로 가게 되더라도, 먹거리를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라면포트! 이것만 있으면 1끼 정도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식사를 줄 수 있습니다. 대부분 호텔에 전자레인지가 구비되어있거나 직원에 부탁하면 햇반이나 미역국밥 정도는 데워다 주긴 하는데요, 부르고 부탁하고 기다리는 과정이 참 귀찮은 게 사실이죠. 라면포트로 햇반도 데울 수도 있고, 미역국밥뿐  아니라 레트로트 미역국도 끓여먹을 수 있어요. 햇반이 있으니 요리 가케 등과 함께 주먹밥을 줄 수도 있고요. 세상 편합니다. 

 

여행 준비물 6총사 (위 5가지+ 미역국밥)

아이가 잘 먹어야 여행에서 지치지 않고 계획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그만큼 여행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사실 아이가 좀 더 크면 (5살 이후), 이미 세상의 웬만한 맛은 접했을 테니 이 정도까진 준비하지 않아도 되지만, 장기간의 여행에선 여전히 필요한 듯합니다.



아이와 여행 준비 #3. 간식  


여행에서 아이가 지치지 않게끔, 끼니를 대신할 각종 간식을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현지식이 완전히 입에 맞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기도 하고요. 유아용 과자 외에, 맛밤과 고구마 추천합니다. 바나나는 현지에서도 많이 팔고 조식당에서도 먹을 수 있는데, 아무래도 과일이니까 부족한 느낌이 있죠. 수영 후 간식으로 고구마 하나 쥐어주면 먹는 모습만 봐도 세상 든든합니다.

 


아이와 여행 준비 #4. 일정 정리


먹거리 준비만큼 중요한 것이 일정 준비입니다. 아이와 여행에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포인트에서 즐거워지곤 하기 때문에 나의 여행지에 무엇이 있는지 최대한 정보를 많이 수집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일정이 꼬일 경우 대안을 바로 떠올릴 수도 있고요. 이미 우리의 여행에는 아이의 컨디션이라는 거대 변수가 있으니까요, 다른 변수는 최대한 적게 두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꼼꼼한 일정 준비를 위해 세이브 트립이라는 어플을 추천합니다. 여행 일정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할 수 있고, 세세한 정보 (주소) 등을 저장하기에 좋고, 맵에 일정을 표시해서 한눈에 여행을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세이브트립- 2018년 오키나와 여행 일정


한가지 더 팁은, 개월수에 맞는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아주 어린 영아의 경우 휴양이 주인 곳이 아무래도 좋겠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물놀이 외의 다른 것도 함께 찾는 듯 합니다. 이 경우 관광지가 적절히 어우러진 곳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 여행 준비 #5. 나만의 여행 리스트 만들기  


인터넷에는 아이와 해외여행 준비물이라는 제목으로 많은 정보가 올라와있죠.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핸드폰이나 컴퓨터 엑셀에 준비물을 정리해두고, 매 여행 마칠 때마다 부족한 것을 추가하고 필요 없는 것은 제외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 수 있어요. 여행을 거듭할수록 완벽에 가까운 준비 (!!!)를 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나만의 여행 준비물 리스트 중, 일명 <빼먹기 쉬운 물품들>입니다. 

의료용품: 메디폼, 모기연고, 벌레퇴치제, 소아과 처방 상비약, 유산균, 푸룬 (변비 대비), 열패치, 마데카솔, 체온계, 온습도계

위생용품: 손톱깎이, 집게, 면봉, 피지오머, 가위, 칫솔, 치약, 코뻥

비행기 준비물: 각종 과자, 스티커북, 색칠공부 책

식사 관련: 보온보냉 파우치 (외출 시 고구마나 과일 가지고 나가기 좋음), 비닐장갑 (주먹밥 만들 때), 1회용 접시, 아이용 숟가락/포크/젓가락/컵,  나무젓가락



여행 준비는 좀 귀찮을 수 있지만, 처만 힘들지 습관이 되면 준비 따위 일사천리로 할 수 있습니다. 배운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준비한 만큼 즐길 수 있어요. 특히, 어린아이와의 여행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준비를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아이와의 여행엔 늘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나오긴 하지만, 만반의 준비를 한다면 조금 더 유연하게 여행의 모든 순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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