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글.
첫 글, 첫 주제, 첫 제목 등 첫 번째 실천하는 항목에서는 언제나 망설여진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들어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을 알게 된다면 다시 끼우면 될 일이다.
일단 실천한다. 수정한다. 고쳐나간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잘 못 끼웠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할 법인데,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기록을 해야 했다. 하나, 둘 기록하다 보면 세 번째 기록부터는 앞서 읽을 기록들이 생기고, 앞선 기록들을 보며 잘못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그럼 네 번째 기록은 성장한 내 모습을 기록할 수 있게 된다.
사춘기가 오던 때부터 나에겐 일기장이 하나 생겼다. 제목은 '아무도 보지 않을 나만 볼 수 있는 일기장'이었다. 초등학교 때 배워온 일기는 작문실력을 위해 꼭 숙제로 작성해서 제출을 해야만 하는 누군가에게 보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기록하는 내 모습 속에 누군가가 읽었을 때 인정을 받을법한 단어를 구사하고 적당히 누가 읽어도 되는 내용만 적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생긴 날 답답한 마음에 일기장을 열어 쏟아붓듯 일기를 적어내려 갔다. 다 적고 나니 편안해진 내 모습이 보이며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의 감정과 상황을 적어낸 자신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그날부터 시작했다. 20살 일기, 21살 일기, 현재 27살의 일기까지.
['아무도 보지 않을 나만 볼 수 있는 일기장' 규칙]
1. 날짜를 적는다.
2. 쓰고 싶을 때 쓴다.
3. 쓰고 싶은 만큼 쓴다.
*줄노트를 지향한다.
규칙안에서 자유롭게 적으면 된다. 2023년 5월 - 9월의 일기에는 매주 1회씩 심리상담을 받으러 갔던 감정일지가 담겨있다. 2022년 7월에는 살면서 처음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본 후기와 감정이 담겨있으며, 얼마 전 읽었던 2022년 12월 6일의 일기는 흔들리는 글씨체로 나를 응원하는 글을 적어두었다.
2024년 10월의 일기에는 아직도 월요일이 두려운 3년 차 직장인의 고민과 해야 할 일은 많지만 만사 미뤄두고 연애를 하고 싶은 27살의 고민이 남겨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나만 볼 수 있는 일기장' 기록들을 통해 알아차릴 수 있는 변화와 문제점, 해결책들을 이 성장일기에 적어보려 한다. 일기는 나만 읽는 것이지만 누군가의 성장일지는 공유할수록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이들이 많이 질 것이라 믿기에, 솔직한 일기를 읽으며 깨달은 솔직한 변화를 적어가 보려 한다.
결국 이 글도 서툴고 허술한 어투, 문장으로 적어나가다 보면 어딘가에서 작가라고 불릴 글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