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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이틀차 저녁에는 흉통이 너무 심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계속 누워만 있으니 허리는 아프고, 증상 중 하나인 것인지 가슴이 답답하며 아파왔다. 아파서 잠은 안오는데 그 새벽엔 잠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서러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것 같은데 그와중에 제발 누구라도 내 등뒤로 와서 나를 꽉 껴안아 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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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빼고 다 가는 것 같은 휴가. 당일휴가를 약속한 날 전날에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결국 정말 나만 가지 못하는 휴가가 되었다. 다들 쉽게 가는, 한달에 두번도 가는 제주도를 나는 너무 큰마음을 먹어야지만 갈 수 있다. 근데 오늘 10분정도 집 주변을 걷고 들어오는데 2년전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맡았던 칙칙하고도 따뜻한 공기를 맡을 수 있었다. 좀만 다르게 보면 내가 지내는 이곳도 휴양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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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게 어릴 때부터 '못난이'라는 별명으로 불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요즘은 또 이뻐지는 시기구나?!"하시며 나는 주기마다 얼굴이 바뀐다고 하셨다. 태어났을 때는 너무 이뻤으나 돌 때는 놀랄만큼 못생겼었고, 고등학교 입학 때는 살도 찌고 쌍꺼풀도 없었으나 졸업 때는 키도 크고 쌍꺼풀도 생긴상태로 성인이 될 수 있었다.
근데 나한테 주기가 돌아오는 건 외모뿐만이 아니다. 난 잘되는 시기와 잘 안되는 시기가 명확히 나눠져 돌아온다. 그래서 잘 될 때는 감사함과 걱정을, 잘 안될 때는 언제끝날까 하는 두려움과 그 후에 대한 기대감이 같이 온다. 잘 될 때나 안될 때나 맘편히 좋아하거나 내려놓지 못하는게 성인이 되고나니 버겁게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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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도, 건강도, 취미도, 시간도 없어져버린 삶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3월부터 시작된 전쟁같은 일상 속에서 너무 잃은게 많아서 어떤 것부터 회복해 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벌써 5개월이나 흘렀는데 아직 회복한 것은 하나도 없다. 해야할 것도 많고 주어진 일도 많은데 뭐가 우선인지 몰라 눈앞에 닥치는 일부터 해치우기 바쁘다. 힘들어 하는 나에게 다들 "뭐가 그렇게 힘들어?"라고 물어본다. 그 '뭐가'에 어떤 것을 넣어야할지 모르겠다.
무엇때매 힘든지를 모르면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더 무기력해진다. 난 무엇때문에 힘든 것일까? 알면 해결이 될까? 그냥 모르고 살아보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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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의 일기이며 사진은 모두 제가 촬영한 필름 사진 입니다.
솔직함은 그무엇보다 오래 남는 다는 것을 알게해준 글.